2020년 7월 1일 오늘의 책
김숨 | 은행나무 | 2020.04
분류 : 소설
- 정가
- $33.60
- 판매가
- $18.48 (45%↓)
- 적립금
- $0.37 (2%P)
그리움이 삶의 전부인, 떠도는 땅 위에 부유하는 사람들 시리고 날 선 어둠 새로 스며드는 그들의 이야기 1937년 가을. 소비에트 경찰은 금실이 살고 있는 신한촌으로 몰려와 집집을 돌아다니며 일주일 치 식량과 당장 입을 옷가지만 챙겨 사흘 뒤 혁명 광장에 모일 것을 명령한다. 날벼락처럼 떨어진 갑작스런 통보에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지만 경찰들은 그저 “너희 조선인들에게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라고 말할 뿐이다. 금실은 보따리장사꾼인 남편이 집으로...
“너희는 떠나야 한다. 너희 조선인들에게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 (44쪽)
1937년 스탈린은 연해주에 살고 있던 조선인 17만 명을 화물 열차에 태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다. 조선인들이 일본인과 비슷한 생김새로 일본의 간첩 노릇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였고 중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었다.
“스탈린이 왜 우리 조선인들을 멀리 쫓아버리지 못해 안달하는지 알아?”
“왜요?”
“피부색이 누렇고 눈이 찢어졌기 때문이야.”
“그걸 이제 알았대요?”
“그게 아니라 일본 간첩 노릇을 하는 조선인들 때문이래요.”
“조선인들이 일본 간첩 노릇을 해요?”
“생긴 게 일본인 비슷하고 일본말을 잘하니까 그런 의심을 하는 거겠지요.” (50쪽)
1860년대, 조선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향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연해주는 춥고 척박한 황무지였다. 원래 연해주는 중국 땅이었으나 러시아가 1860년 북경조약을 통해 넘겨받은 것으로, 러시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척박한데다가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황무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곳에 러시아인들을 정착시킬 수 없으니 다른 민족들을 살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곳에 정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줬다. 무엇보다도 땅을 중요하게 여겼던 조선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하나둘 연해주로 향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몰려들자 러시아는 귀화하지 않은 조선인들에게는 더 이상 땅을 줄 수 없다며 정책을 바꿔버렸다.
땅을 찾아 러시아로 가는 유랑민들이 그의 고향 마을을 지나며 퍼트린 소문이었다. “러시아엔 임자 없이 놀고 있는 땅이 널렸대요.” “땅을 개간할 사람이 없어 러시아 정부에서 조선인들에게 땅을 공짜로 나눠준대요.” (…) 석 달이 지나 러시아 파르티잔스크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늦게 왔다는 걸 알았다. 1915년 봄 그가 러시아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러시아 정부는 조선인들에게 더는 땅을 베풀지 않았다. 그는 자신보다 일찍 러시아 땅에 온 조선인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조선인들이 이미 너무 많은 땅을 차지했다며 러시아로 귀화하지 않은 조선인들이 개척한 땅을 빼앗고 있대요.” “러시아 정부가 조선인들을 위험한 종자로 여긴다지요. 중국인들은 농사짓고 살다 늙으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조선인들은 안 돌아가니까요.” (166쪽)
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해 한인 마을을 형성한 곳은 ‘지신허’라는 곳으로, 1863년 이주한 한인 가족 13세대가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개척의 염원을 담은 구한촌(舊韓村), 일명 ‘개척리’가 탄생했고 그들은 러시아인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열심히 개척해서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르며 살았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다음 해인 1911년, 그들은 당시 유행하고 있던 콜레라를 이유(사실은 일본의 억압 때문에)로 ‘개척리’보다 언덕 위에 있던 신한촌(新韓村)으로 쫓겨났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었고, 신한촌에서의 생활은 개척리보다 더 어렵고 척박했다.
개척리는 아무르만 남쪽에 붙은 언덕 아래 저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개척리에 살았던 적이 없지만 시어머니에게 그 시절에 대한 얘기를 하도 들어서 사진을 들여다보듯 그곳이 눈에 선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군항이 만들어질 때 많은 조선인들이 일거리를 찾아 흘러들었고, 그곳에 집을 짓고 모여 살다 보니 마을이 되었다고 했다. 길에 똥이 널리고 악취가 진동해 러시아인들이 짐승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콜레라 근절을 이유 삼아 일부 조선인을 배에 태워 원산으로 보내기도 했던 차르 정부는, 1911년에 개척리의 조선인들을 아무르만 서북쪽 산등성이로 이주시켰다. 조선인들이 통나무와 흙, 판자 쪼가리로 지은 집들을 헐고 러시아 기병부대 막사와 훈련 시설을 지었다. (49쪽)
그런데 어렵게 만든 신한촌을 또다시 떠나라니. 이번에도 역시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고 했고, 사흘 뒤에 떠날 테니 짐은 간단하게 챙기라고 했다. 그렇게 그들은 간단하게 먹을 음식과 냄비, 이부자리 등을 챙겨 화물 열차에 몸을 싣고 어딘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떠나야 했다.
가을에 페르바야 레치카 역을 떠난 열차는 겨울이 돼서야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고, 기차 안에서 그들이 나눈 이야기들이 바로 『떠도는 땅』이 되었다. 그들이 어떻게 조선을 떠나와서 개척리를 거쳐 신한촌에 정착하게 됐는지,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대우를 당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화물열차에 타게 됐는지 그간의 사정들이 담겨있다.
새롭게 도착한 ‘그곳’에서 그들은 (소비에트 정권의 약속처럼) 자신들의 땅을 일구며 정착해서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땅’을 찾아 떠돌게 될까?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조선인일까? 러시아인일까? 아니면 소비에트 인민일까? 열차에 탄 한 소년은 자신의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 건가요?”(9쪽)
소설은 그들이 ‘그곳’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그들은 정착할 ‘땅’과 정체성을 찾았을까?
“황색인 우리의 피부색이 우유처럼 희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낯선 사람들일걸요.” (187쪽)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국땅에서의 역사’를 담은 소설이어서 좋았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떠나는 그들의 모습이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들이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했을까, 궁금했던 여정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실 아쉬움도 남는 소설이다. 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 그곳에서의 생활도 궁금했는데 정작 도착한 ‘그곳’의 이야기는 살짝 등장한다. 어쩌면 그곳에서의 생활도, 이전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말을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아나똘리, 이 열차는 회전목마란다. 앞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제자리를 돌고, 돌고, 도는…….” (227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뒷북소녀'님은?
책을 읽고 그 기록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 레이디가가
미야베 저 | 북스피어
-
강우근 저 | 창비
-
벵하민 저 | 문학동네
-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윌버 저 | (주)도
-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저 | 세미콜론
-
곽재식 저 | 교보문고
-
대화의 대화 : 우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 모임의 모임
요조 저 | 중림서재
-
헤르만 저 | 뜨인돌출
-
일꾼의 말 :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먹고살고 (개정판)
강지연 저 | 시공사
-
공부머리 대화법 : 말로 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인재들의 비밀
강환규 저 | 도마뱀출
문학상추천
more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은행나무
-
크러스 저 | 알마
-
한강 저 | 문학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