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일 오늘의 책
오스카 와일드 | 문학동네 | 2015.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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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도 사랑도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살아낸 오스카 와일드 차디찬 감옥의 어둠과 침묵 속에서 그가 절절히 써내려간 뜨거운 삶의 고백록 『심연으로부터』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레딩 감옥에서 동성의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1870~1945)에게 쓴 편지다. 와일드의 전기를 쓴 비평가 리처드 엘먼은 이 글을 가리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하고 긴 러브레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
책 뒤편의 앙드레 지드 회고록과 독후감까지 읽지도 않았다. 나는 배반당한 마음, 그것도 유미주의자 와일드의 분노와 원한을 보고자 했으니까. 지극히 사적인 이런 편지가 와일드를 더 작게, 또는 우리와 더 닮게 하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와일드를, 이 고고한 예술지상주의자를 이해하는 데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텍스트임은 틀림없다. 사랑해본 사람은 알리라.
처참한 감옥 생활을 통해, 와일드의 내면은 더 깊어진다. 이후의 작품이 없으므로 후세의 우리는 감옥 전의 와일드에게 깊이를 더하게 되는데, 나는 그게 정당하다고 본다. 흐르고 나면 시간은 거꾸로도 가고, 느리게, 혹은 빠르게도 진행되기 때문이다.『심연으로부터』로 인해 와일드가 더 좋아졌다. 그이의 작품은 분명 이보다 더 전에 쓰인 것들이지만 와일드는 자신이 살았을 법한 것을 글로 썼고 글로 쓸 수 없는 건 살아냈다. 지난 시간을 평평하게 한 줄로 요약하는 후세 독자들의 독재일 수도 있겠다만, 시간의 속성에는 그런 면이 있다.
고통 속에 있는 영혼을 조롱하는 것은 아주 끔찍한 일이야.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삶은 추할 수밖에 없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묘하게 단순한 경제학적 논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야. 어떤 대상의 겉모습을 뚫고 들어가 연민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경멸의 감정 말고 달리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193쪽)
부제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는 이 편지글의 수신자 앨프리드 더글러스의 시구다. 와일드가 가혹하게 비판하고 있는 사람의 시 구절을 나라면 부제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성애를 먼저 언급하는 모양새를 심심찮게 보아왔던 터라 동성애가 소비사회의 아이템이 된 게 늘 찜찜하다.
나쓰메 소세키가 빚이 얼마라고 읊는 소설을 능가하는, '얼마 얼마'가 편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뒤늦은 그 계산은 너무나 이해가 되는 회한이자 연민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반론도 들어보고 싶은 더글러스, 속물적이고 사치스러운 애인. 참으로 얄궂지만, 더 사랑하는 쪽이 돈을 더 많이 쓰게 되지 않던가.
당신은 사람의 감정을 거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우린 가장 고귀한 자기희생의 감정들에도 비용을 지불해야만 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 감정들을 더 고귀하게 만드는 거야. (215쪽)
젊고 염치가 없는 상대이고 그 상대는 어쩌면 나를 벌거벗겨 드러내게 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와일드의 원한과 분노를 읽으면서 내가 치유되었다. 오늘 본 뉴스에 의하면 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어쩌다 보니 남자일 수도, 또는 여자일 수도 있는 경험 안 해보았는지.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일 것이다.
'내가 누구를 (남자든 여자든) 사랑하는 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성적소수자 퍼레이드에서 볼 수 있는 문구. 한 마디로 모든 사랑은 존중받아야 한다. 와일드는 자신의 끔찍했던 연애와 추한 연루를 적어갈 뿐 성적소수자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사랑은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성애를 앞세워 얘기하지 마라. 이건 그냥 사랑과 환멸과 고통의 이야기이다.
내가 비록 불완전하고 결함이 많다 할지라도 당신은 여전히 내게서 배울 게 많을 거야. 당신은 삶의 쾌락과 예술의 기쁨을 배우기 위해 나에게 왔지. 어쩌면 난 당신에게 그보다 훨씬 더 멋진 것을, 고통의 의미와 그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기 위해 선택된 사람인지도 몰라. (239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취한배'님은?
쾌락적으로 읽고 노는 블로그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주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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