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일 오늘의 책
노순택 | 씨네21북스 | 2013.05
분류 : 예술/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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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진은 위험한 곳에 자란다 사진가 노순택이 포착한 시대의 풍경 대표적인 르포르타주 사진가 노순택의 첫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카메라 뒤에서 소리 없이 절규하는 사진가의 작업. 그 잔인하고도 매혹적인 순간에 대한 단상을 엮어낸 《사진의 털》이다. 가장 뜨거운 현장, 가장 위험한 사진 2012년 봄, 후진타오의 방문을 앞둔 인도 뉴델리에서 티벳 망명자 잠펠 예시가 분신 시위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죽음을 무릅쓴 호소는 전 세계로 ...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미덕은 인간에 대한 예의로부터 나온다. 어떤 예술이든 인간을 이야기할 때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사진의 털』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오롯이 느껴진다. 그는 사진과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조망했다. 그의 방식은 공간에 빛을 쬐는 것이다. 예컨대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마을 등과 같은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고발한다. 그러나 그의 고발 방식은 어떤 사실을 직접 발화하는 데에 있지 않다. 그는 유능한 에세이스트의 문체로 독자들에게 긴장을 선사한다. 그가 그러한 문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확신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무언가를 말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 사진은 그 어느 예술보다 그것을 보는 관람자의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
‘해석에 반대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사진을 볼 땐 어쩔 수 없이 해석에 반대한다는 그 말에 반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해석의 메스를 들이댄다.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은 부재 증명이자 존재 증명이다.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의 사진을 본다 해도 그는 현실 세계에선 부재 상태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곁에 없는 누군가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누군가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자 동시에 그 존재를 떠올린다는 측면에서 존재 증명 행위다.
『사진의 털』에 실린 수많은 사람과 공간은 평소 잘 알지 못했거나 알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것들에 대해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인간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나=나'로 인식한다. 그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은 '나=너'라고 인식해야 한다. 너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당연히,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너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먼 행성의 외계인이 아니다. 같은 땅에 사는 한국인이자, 넓게 봐서는 이성과 감정을 지닌 인간이다. '나=너'라는 물아일체적 인식은 많은 것을 경시하는 이 사회에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진의 털』을 읽고 나니 카메라를 사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어떤 피사체를 촬영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망설였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떠오른 피사체들이 있다. 바로 일상의 모습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려 했으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피사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하나의 몸짓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읽고 쓰는 일을 앞으로도 반복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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