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오늘의 책
김중혁 | 문학동네 | 2016.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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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떤 식으로든 삶은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아직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모를 나이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 춤을 추며 죽고 싶다. 조르바처럼? 아니, 지르박을 추며.” 소설가 김중혁의 다섯번째 에세이. 특정한 시기에 자신을 사로잡은 주제나 소재를 다방면으로 파고들어가 집중적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이번 키워드는 ‘...
김중혁 작가의 산문을 좋아한다. 물론 익살스런 상상이 통통 튀는 그의 소설 또한 매력이 넘치지만, 에세이의 경우 내 인생 전반에 괴괴한(?)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묵직하고 골 아픈 일상을 보다 가뿐하게 건널 힘을 주는 글, 뻐근한 뇌 주름에 인정사정 없이 윤활유를 들이붓는 글. 그의 문장은 내게 그런 존재다. 그렇기에 신간 에세이 소식을 듣고 예약주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기까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은 예고된 절차였다. 좋아하는 작가가 시대를 동행하는 사람이라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디무빙』은 소설가 김중혁이 '몸'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머리카락부터 팔짱, 뒤꿈치, 종아리, 재채기, 심지어는 이름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과 주변을 감싼 온갖 것에 세세하게 돋보기를 들이민다. 중간중간 그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인체사전', '몸의 일기'란 이름을 달고 삽입된 것이 퍽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차를 쭉 읽어 내려가며 든 생각은, 내 정신을 담는 몸이라는 그릇에 대해 스스로 어찌나 무심했던가 하는 반성이었다. 때때로 시간을 들여 고뇌하는 사유며 일상을 스치는 잡념까지 몸이라는 껍데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장대한 열정이 있더라도 몸 건강이 조금만 무너져내리면 우리는 병상에 누워 옴짝달싹 못하지 않나. 튼튼할 땐 소중히 여기지 못하다가 한번씩 틀어져 병원 신세를 지고서야 ‘건강이 최고야’ 따위의 막장드라마 클리셰 같은 뻔한 대사를 늘어놓곤 한다. 우리는 줄곧 정신을 수양하고 고상하게 만드는 법만 추앙해왔지 몸을 구석구석 뜯어보는 일은 홀대해온 셈이다.
그렇기에 신체 부위를 조각조각 분류해 발랄한 이야기 보따리를 쏟아놓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새삼스러워졌다. 온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섬뜩하게 느껴진 구절은 ‘몸에 삶이 드러난다’는 문장이었다. 하기야 체지방률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딴딴한 몸의 누군가와 뱃살만 물렁물렁 늘려가는 나의 하루 사이클은 완전히 판이할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다가올 여름이 아주 무서워졌다. 레이먼드 카버는 「뚱보」라는 단편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선택할 수 있다면 찌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죠.”
몸에 대한 얘기만큼 흥미로웠던 건 '시간'을 다룬 글이었다. 그의 지난 단편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김중혁은 '시간'에 단어를 입히고 문장을 발라 하나의 글로 창조해내는 데에는 국내 소설가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말과 글로 풀어내기 힘들어 대개 아리송하게 떠올리고 마는 것을 누구보다 능청스럽고 설득력 있게 엮어 놓는다.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시간은 우리를 어떻게 마모시키는가. 혹은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붙잡으려 하는가. 아니, 그럼에도 시간은 어떻게 달아나는가. 아니, 결국 기억은 시간의 부스러기일 뿐인가. 우리가 시간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착각일 뿐, 우리는 가만히 서 있고 시간이 우리의 곁에서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는 절대 시간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시간의 앞모습과 마주할 수 없다. (164쪽)
어쩌면 시간과 몸은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도 든다. 시간은 우리 몸과 정신의 앞모습을 마모시키고 뒤를 바싹 좇아 긴장하게 만든다. 어떤 환경변수보다 가차없고 무지막지한 시간에 맞서 우리는 우리의 몸을 수축시키기도, 이완시키기도 한다. 결국은 시간 앞에 힘과 탄력을 잃고 쭈글쭈글 무너지고 마는 몸. 산문집 『바디무빙』에서 시간을 다룬 글의 비중이 만만치 않은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매력적인 에세이들의 행진에 넋 놓고 빠져있는 동안 나의 시간은 먼지를 털어낸 듯 좀더 가뿐해지고 명랑해졌다. 아무런 말 없이도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몸이 앞으로도 '아름답고 슬프고 찬란하고 흔들리고 경쾌하게 비틀거릴 수' 있게 내버려두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불어 시간이란 괴물에게 잠식 당하지 않도록 내 삶이 드러나는 액자와도 같은 몸을 좀더 정성 들여 돌볼 것이다.
상대방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결핍을 눈여겨보지 않을 때 불필요한 질투가 생겨나고, 결핍을 비난하면서 재능을 애써 무시하려 할 때 무시무시한 편견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천재라고 부르는 순간, 그의 결핍이 뒤로 가려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를 솔직하게 보고 있는 것일까. (140쪽)
죽음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삶은 불완전하며, 쉽게 바뀔 수 있으며,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 (263쪽)
우리는 모호하다. 알고 있는 걸 빼고는 전부 모르는 존재들이다. 모르는 걸 명료하게 안다고 말하는 순간, 몇 줄의 말로 요약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컴퓨터와 다르지 않게 된다. 우리 인간적으로 그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246쪽)
| 펜벗 인터뷰
1. ‘결국은 시간 앞에 힘과 탄력을 잃고 쭈글쭈글 무너지고 마는 몸’이라는 구절에서 다소 늙는 것에 대한 쓸쓸한 어조가 묻어났습니다. 누구나 늙는 게 당연하지만, 또 누구도 늙고싶지 않을 것 같아요. 숑알숑알 님은 스스로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평소의 저는 나이 듦에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이 기쁘고, 예기치 못한 인생의 풍파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노인이 된 제 모습을 종종 상상합니다. 그 때마다 거스를 수 없는 신체의 노화가 덜 서러울 만큼의 정신적 성숙을 이룬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그 나이에만 느끼고 짚어낼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고요.
2. ‘몸에 삶이 드러난다’
요즘 숑알숑알 님의 몸에는 삶의 어떤 모습이 새겨지고 계신가요?
4개월차 직장인입니다. 회사 다니면 살찐다는 말, 흘려 들었는데 정말 진리의 말씀이었는지 하루가 다르게 군살이 붙고 있어요. 그야말로 게으르고 정적이고 오래 앉아있고 스트레스를 고칼로리 음식으로 푸는 삶의 모습이, 온몸에 덕지덕지 박제되어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에 부정할 수도 없네요…….
3. ‘시간이란 괴물에게 잠식 당하지 않도록 내 삶이 드러나는 액자와도 같은 몸을 좀더 정성 들여 돌볼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시간이 축적된다고 해서 자연스레 어른이 되고 혜안을 갖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를 어른을 볼 때마다 ‘미래의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하며 느슨한 정신을 바짝 붙들곤 합니다. 시간이란 괴물에 홍수처럼 떠밀려 다니기보다 든든한 방파제를 세워놓고 대비하고 싶습니다. 하릴없이 숫자를 더해가는 나이에 걸맞는 책임감과 건강한 정신을 갖추고자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하루를 쪼개 책을 읽고 매일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시간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이 구체적인 계획이 되겠네요.
물론 게으른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액자인 몸도 멍때리는 시간에 방치되지 않게끔 자꾸 움직여줘야겠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숑알숑알'님은?
하루하루 기억할 만한 지나침 속에서 기록할 거리를 찾습니다.
| [숑알숑알 님의 테마북 – 몸, 그 얼마나 정직한 이름인지]
| 펜벗 큐레이션 Vol.22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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