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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7473165 / 15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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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당신의 오늘은 어떤 식감인가요?
퍽퍽하고 건조한 닭가슴살인가요,
아니면 말랑하고 기분 좋은 젤리인가요?
말랑하게, 투명하게, 나답게.
흔들려도 괜찮아.
오늘의 나는,
오늘의 형태로 충분하니까.
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이왕 사는 거, 퍽퍽한 일상에만 매몰되기엔 하루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우리는 저마다 조금씩 구멍 난 채로 살아간다. 나 역시 칠칠치 못하고 허당끼 가득한 나날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가끔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고, 거울 속의 내가 밉게만 보이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에 이 글이 ‘혼자가 아니야’, ‘너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여기 있어’라는 든든한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절절한 감성 에세이도, 삶을 개조하려는 딱딱한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그저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볼 수 있는 그런 책이 된다면 충분하다. 문득 떠올라 이 책을 펼치는 순간이, 당신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머릿속이 조금은 환기되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되기를.
당신의 오늘이 말랑하고 달콤해서 기분 좋아지는, 젤리 같은 시간으로 채워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젠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젤리에 맥주를 곁들였던 날이었다. 이미 눈물, 콧물을 다 빼내서 내 몸에 더는 남아 있는 액체가 없을 것 같던 때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지, 신맛 나는 젤리를 보니 본능적으로 침은 고이더라. 편의점에서 야무지게 젤리를 왕창 고르고 맥주도 쓸어 담았다.
젤리를 한참 괴롭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연애도 젤리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르면 누르는 대로, 찌부시키면 찌부되는 대로. 어떻게 해도 젤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외부의 압력에 깎여 나가는 대신, 그 압력마저 흡수하며 제 모양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함. 사랑이 꼭 화려한 하트 모양일 필요는 없다. 젤리의 모양이 바뀌어도 젤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 형태가 달라졌다고 해서 사랑의 진심까지 변하는 건 아니다.
‘말랑말랑’ 중에서
향은 참 이상한 힘을 가졌다. 향기로운 사람에게는 한 번 더 시선이 머물고, 향기로운 공간에서는 저절로 숨이 깊어진다. 때로는 두 가지 향을 겹쳐 뿌리며 나만의 농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이 완성되기도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은은한 안도감을 주는 사람. 구태여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공간의 온도를 다정하게 바꾸는 사람. 누군가의 일상에 담백하게 스며들어, 기억 속에서 기분 좋게 머물다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실라주’ 중에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를 때도, 식당에서 메뉴판을 넘길 때도, 혹은 인생의 커다란 갈림길에서 학교나 회사를 정할 때도 나는 좀처럼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잠깐 멈칫하는 건 기본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내 망설임의 이유는 꽤 분명하다.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욕심,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내 손을 떠나는 수많은 매력적인 가능성들이 못내 아쉽기만 해서다. 무언가를 고른다는 건, 결국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 기꺼이 작별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어쩌면 나는 단순히 결정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매 순간을 가장 높은 만족도로 꽉 채우고 싶어 하는 조금은 욕심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가령 내 선택이 최고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후회하기보다는, 이 또한 내가 내 삶을 가장 사랑하는 방식으로 깊게 사유했다는 증거로 남겨두려 한다. 서툴렀던 선택조차 결국 내 삶을 채우는 귀한 조각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 ‘맥시마이저’ 중에서
근무 중에 한 통의 연락이 왔다. 아빠에게서 엄마와 함께 응급실에 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자정이 넘어서야 부모님이 집에 돌아왔다. 묻지 않아도 그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을지 눈에 선했다. 운 좋게 바로 외래 진료를 예약할 수 있었다며 다행이라고 한숨을 돌리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진맥진한 아빠를 보며 괜히 장난스럽게 타박을 던졌다.
“아빠, 평소엔 그렇게 대범하면서 이런 걸로 쫄았어?”
그러자 아빠는 지친 얼굴로 받아쳤다.
“야, 네 엄마가 검사받는데 한쪽 눈이 안 보인다고 하는데, 그걸 보고 어떻게 안 쫄아.”
사실 나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쫄아 있었다. 나는 원래 ‘쫄보’ 캐릭터가 아닌데도 그날만큼은 심장이 종잇장처럼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 ‘쫄보의 밤’ 중에서
소개팅 애프터로 만난 날이었다. 메뉴는 피자에 맥주. 메뉴 선정부터 날씨까지, 모든 게 완벽해서 은근히 설레던 오후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피자를 한입 베어 문 순간, 상대방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왔다.
“혹시 인생의 목표가 있으세요?”
질문은 자연스럽게 ‘버킷리스트’로 이어졌다. 신박한 질문에 피자를 삼키는 그 짧은 찰나 동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맥주까지 한 모금 들이켜며 급하게 짜낸 답변은 패러글라이딩, 스쿠버다이빙, 베이킹 자격증 같은 것들이었다. 사실 평소에 버킷리스트를 깊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 순간 언젠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던 리스트가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나열하고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투성이였다. 그동안 ‘시간이 없다’라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들이 사실은 다 내 의지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그날 소개팅 상대의 진취적인 질문은, 지금의 평온함에 너무 깊이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 ‘버킷리스트’ 중에서
소개팅 자리마다 늘 듣는 질문이 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심지어 내적 이상형과 외적 이상형을 세분화해 묻는 이들도 있다. 욕심 같아선 외모와 성격이 완벽해서 내 입맛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키를, 누군가는 얼굴을, 또 누군가는 경제력을 포기하지 못한다.
나 역시 이상형을 묻는 말에 항상 같은 답을 한다.
“평범하고 낭만 있는 사람이요.”
낭만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문득 네 생각이 났다며 걸어오는 전화, 무심결에 건네는 꽃 한 송이, 오늘 밤공기가 참 좋다며 커피 한 잔을 들고 무작정 떠나는 드라이브.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에 다정하고 세심해질 수 있는 그 모든 순간을 나는 낭만이라 부르고 싶다.
- ‘낭만 지킴이’ 중에서
#프롤로그 004
1부 나를 들여다 보고
나의 계절 010 / 안온하다 012 / 실라주 014 / 다섯 가지 016 / 세모 반, 동그라미 반 018 / 볼매 021 / 맥시마이저 024 / 한 뼘 027 / 설마, 나도 030 / 철새 034 / 학교 가야 되는데요 037 / 조금 게을러도 되잖아 041 / 오후 3시의 사색 043 / 어른의 궤도 046
2부 당신의 계절도 안녕하기를 바라며
전지적 사랑 시점 050 / 낭만 지킴이 053 / 네 글자 056 / 꽃보라 058 / 온도 061 / 쓰고, 지우고 064 / 착한 마음 067 / 타이레놀이 필요해 071 / 어느 귀갓길 076 / 2호선 076 / [*][*][*][*] 082 / 안녕 084 / 말랑말랑 086 / 마침표 089 / 폭식 093 / 강원도 096 / 곰 세 마리 099
3부 우리의 내일도 빛나기를
금요일 106 / 1등 108 / 오히려 좋아 110 / 누구세요 112 / 노란 쪽지 114 / 강남경찰서 117 / 일일구 120 / 쫄보의 밤 124 / 촉촉한 닭다리 127 / 버킷리스트 129 / 멋쟁이 할머니 131 / 웃음 버튼 134 / 10년 후의 어느 날 136 / 만약에 138 / 고백이자 응원 140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나만의 젤리 루틴 144
#에필로그 1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