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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1259939 / 244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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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가공할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묘사, 전율의 반전
《앨리스 죽이기》 작가가 그려내는 또 하나의 핏빛 세계
1995년 〈장난감 수리공〉으로 제2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하며 등단,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후 강렬한 이미지와 섬뜩한 묘사로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고바야시 야스미. 그의 초기 작풍을 엿볼 수 있는 걸작 단편집 《인수세공》이 시공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무려 30여 년간 호러와 미스터리,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융합시키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고바야시 야스미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고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본격 미스터리의 결합을 시도한 2013년 작 《앨리스 죽이기》로 게이분도대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며 작가 이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앨리스 죽이기》는 이후 《호두까기 인형》을 모티프로 한 《클라라 죽이기》, 《오즈의 마법사》의 설정을 차용한 《도로시 죽이기》, 《피터 팬》의 원전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팅커벨 죽이기》까지 일명 ‘죽이기’ 시리즈로 이어지며, 치밀한 논리와 기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고바야시 월드’를 더욱 확장시키고 공고히 했다. 한국에서도 2015년 《앨리스 죽이기》가 시공사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래, 10년 넘도록 역주행을 거듭하며 시리즈 누적 판매 30만 부를 돌파, 미스터리 독자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작품은 한일 양국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고바야시 야스미가 데뷔작 《장난감 수리공》에 이어 1997년 두 번째로 발표한 단편집이다. 한 작품에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담아내는 작가답게 이번 책에서도 ‘호러와 미스터리’, ‘호러와 SF’의 융합이라는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기 이식 전문의인 아버지 밑에서 온몸에 돼지 장기를 이식받으며 끊임없이 “나는 인간인가?”라고 자문하는 소녀를 다룬 표제작 〈인수세공〉, 매일 저녁 어딘가로 사라지는 사촌 누나를 몰래 뒤쫓다가 ‘흡혈귀’와 맞닥뜨린 소년의 섬뜩한 이야기 〈흡혈귀 사냥〉, 어린 시절 친구에게서 낡은 책을 선물받은 후 기묘한 일에 휘말리는 이들을 그린 SF 호러 〈책〉까지 총 세 편의 짧지만 강렬한 중단편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인간돼지……”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불안과 공포, 광기의 이야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저마다 ‘불확실한 현실’을 자각했을 때 생겨나는 심적 동요, 발밑이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 이면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공포와 절망을 그린다. 의학 기술연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인수세공〉 속 아버지는 선천적 결함을 치료한다는 명목 아래 딸에게 돼지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하면서도, 그 일이 딸에게 미칠 정서적 영향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딸은 아버지가 남긴 연구 기록들을 뒤지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테세우스의 배’처럼 ‘온몸이 돼지의 것으로 교체되어도 여전히 나는 인간인가’를 고민하고, ‘나는 누구이며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인하려 몸부림친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시작되는 두 번째 단편 〈흡혈귀 사냥〉에서는 사촌 누나를 유혹하는 사악한 존재를 물리치려 애쓰지만 정작 가족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여덟 살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예상치 못한 파국적 결말로 충격을 안겨준다. 공포와 광기가 절정에 달하는 마지막 이야기 〈책〉에서는 《예술론》이라는 정체불명의 책을 받은 후 현실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 환상과 뒤섞이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모든 광기의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어간다. ‘눈앞의 세계는 현실인가, 우리가 믿어온 것이 정말로 진실인가?’
초창기 작품이지만 언뜻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떠올리게 하는 친숙하고 강렬한 소재, 섬뜩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묘사, 호러와 미스터리, SF, 환상까지 장르를 아우르고 융합시키는 특유의 작풍은 대표작인 ‘죽이기’ 시리즈의 출발점, 나아가 ‘고바야시 월드’의 근원을 엿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안타깝게도 고바야시 야스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더는 그의 신작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이 ‘죽이기’ 시리즈를 사랑하고 ‘고바야시 월드’에 목마른 많은 이들에게는 또 한 번의 즐거움을 선사할 작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출간된 지 거의 30년이 된 작품이지만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강렬한 임팩트를 안겨준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팬이라면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는 갈증을 오랜만에 이 단편집으로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고바야시 야스미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그의 작품 세계에 입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의 초창기 작풍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니까.”
_‘옮긴이의 말’에서
◎ 수록 작품 소개
인수세공人?細工
선천적 신체 결함으로 돼지의 장기를 수없이 이식받은 소녀.
난소, 자궁, 각막, 피부, 뇌의 일부까지 이식받은 몸은 수술 자국으로 가득하고,
소녀는 스스로를 ‘패치워크 걸’이라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는 짐승의 몸을 가진 인간일까, 아니면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일까?’
흡혈귀 사냥吸血狩り
여름방학을 맞아 사촌들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 여덟 살 소년.
사촌 누나가 밤마다 혼자 어딘가를 배회하다 돌아오는 것을 알고 뒤를 밟았다가
누나를 유혹하는 ‘흡혈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악한 그자의 손아귀에서 누나를 구하기 위한 소년의 분투, 그 충격적 결말은?
책本
20년 전 헤어진 옛 친구에게서 《예술론》이라는 정체 모를 책을 받은 레미코.
도중에 읽기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그 책을 받은 건 그녀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책을 받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행방불명되는데…….
태후가 마침내 척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눈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이고, 뒷간에 기거하게 하니, 이를 인간돼지라 불렀다. (《사기》 여태후 본기에서) _8쪽, 〈인수세공〉
나는 거울이 무서웠다. 하지만 어째선지 시선은 거울로 빨려 들었다. 누덕누덕 꿰맨 거울 속 알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무참한 수술 자국을 바라보았다.
패치워크 걸. 그렇다. 나는 누더기 소녀.
그 수술 자국 밑에는 내 것이 아닌 장기가 들어 있다. 수술 자국을 보고 있으면 피부가 투명해져서 느릿느릿하게 꿈적거리고 액체가 질척질척 배어나는 장기가 눈에 들어온다. 내 것이 아닌 장기. 인간의 것조차 아닌 장기. _13쪽, 〈인수세공〉
내 장기는 대부분 돼지의 것이다. 피부, 근육, 뼈의 일부도 돼지 것으로 바꾸었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도 돼지에게서 이식했으니 백혈구 유전자도 돼지 것이다. 만약 내가 무슨 사건에 휘말려서 유전자 샘플을 채취하면 돼지라고 판단될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렇게 꺼림칙한 생각을 하면서도 조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나는 대체 뭘 하는 걸까?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목소리에 따르고 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있으리라. 내가 잊어버린 것. 어쩌면 내가 인간임을 확신할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_37~38쪽, 〈인수세공〉
사촌 누나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지만, 목적지는 짐작이 갔지. 사촌 누나는 오두막에 갔던 거야. 사촌 형제들이 많이 놀러 왔을 무렵에는 매일같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발길을 뚝 끊은 그 오두막. 그러고 보니 사촌 누나는 상태가 이상해진 뒤로, 절대 우리를 오두막 근처에서 못 놀게 했어. 분명 그 오두막에 뭔가 비밀이 있었던 거겠지.
나는 여덟 살 나름대로 전속력을 다해 오두막으로 달려갔어.
언덕 옆을 빠져나갈 때 시야 가장자리에 뭔가가 보였지. 처음에는 언덕 위에 가지가 적은 나무가 서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 언덕에는 나무가 없었을 거야. 나는 멈춰 서서 언덕 위를 올려다봤지. 놈이 있었어. 여름인데도 위아래로 시커먼 옷을 입었더군. 키가 얼마나 큰지 2미터 가까이 돼 보였어. 거리가 50미터는 떨어져 있는데도 놈이 나를 노려본다는 걸 똑똑히 알 수 있었지.
_82쪽, 〈흡혈귀 사냥〉
그날 밤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어. 영혼이 패배감으로 너덜너덜해졌거든. 거울이 그토록 무력할 줄은 몰랐지. 다음 날에는 마늘이 손에 들어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안했어. 어떻게든 십자가를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 어쩌지? 십자가를 사달라고 떼를 쓸까? 그럼 왜 십자가가 필요하냐고 이유를 물어보겠지. 그럼 직접 만들까? 숲속에는 나뭇가지가 널렸으니 재료는 충분해. 길이가 다른 나뭇가지 두 개를 끈으로 묶으면 되려나? 하지만 나뭇가지로는 효과가 없을지도 몰라. 좀 더 제대로 만들어야지. 두꺼운 판자를 십자가 모양으로 잘라내는 거야. 연산기호 + 모양이 아니라 끝부분이 좀 더 불룩한 모양이 나을지도 모르고, 예수그리스도가 못 박힌 형태가 필요할지도 모르지. 나로서는 도저히 마련하지 못할 물건들이야. 하는 수 없이 일단 나뭇가지로 십자가를 만들기로 했어. _96~97쪽, 〈흡혈귀 사냥〉
레미코는 그 책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크기는 B5판 정도. 다만 몹시 두툼해서 5센티미터는 될 듯했다. 두께 때문에 자꾸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 읽기가 아주 힘들었다. 커버는 없고 표지와 책등에는 가죽을 붙여놓았다. 색깔은 칙칙한 노란색이지만, 원래 어떤 색깔이었는지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가죽에는 여기저기 작은 흠집이 났고, 그 부분부터 조금씩 벗겨지고 있었다. 기름때가 책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더욱 들고 있기가 힘들었다. 책배, 책머리, 책밑은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서 얼룩덜룩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표지의 기름때가 레미코의 손을 거쳐 책배에 묻어서 더욱 더러워졌다. 많은 페이지에 모서리를 접은 자국이 있었다. 분명 예전 주인은 책갈피 사용하기를 귀찮아했던 듯하다. 게다가 갈색 얼룩이 점점이 찍혀 있어서 기분이 찜찜했다. 분량은 1000페이지가 넘었다. 팔락팔락 적당히 펼치자 책에서 쾨쾨하니 불쾌한 냄새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라 원룸에 퍼졌다. 표지에 인쇄된 제목과 저자명은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제목은 《예술론》, 저자명은 ‘마야마 다테오’. _133쪽, 〈책〉
미미코는 검지가 두 번째 관절부터 없어진 자신의 오른손을 보고 악을 썼다.
“손가락이 없어졌어! 내 손가락이 없어졌어!” 너무 화가 났는지 피에 젖은 손을 부르쥐고 건반을 내리쳤다. “이래서는 피아노를 못 치잖아! 내 음악을 연주할 수 없어.”
뜯겨 나간 손가락에서 철철 흐른 피에 연파랑 드레스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안 돼! 안 돼! 엉망진창이잖아!!”
미미코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굴에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때 미미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맞아!”
미미코는 웃음을 띤 채 방구석의 나무 상자로 다가가 작은 서랍을 열었다. 연필, 삼각자, 볼펜, 지우개 등 서랍에 든 물건을 차례차례 내던졌다. 미미코가 움직임을 멈췄다. 웃음이 더 커져서 얼굴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찾았다!”
미미코는 서랍에서 컴퍼스를 꺼내서 왼손으로 쥐고, 뜯겨 나간 오른손 검지에 힘껏 꽂았다.
미카는 토했다.
레미코는 경직됐다.
신지는 절규했다.
“손가락이야! 오늘부터 이게 내 손가락이야!” 미미코는 기뻐서 덩실거리며 피아노로 돌아갔다.
_163~164쪽, 〈책〉
인수세공 … 7
흡혈귀 사냥 … 69
책 … 127
옮긴이의 말 … 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