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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인트

슬라보예 지젝 저 | 이혜진 역 | 우중몽 | 202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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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9651111 / 260쪽 / 338g / 14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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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기후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트럼프는 다시 백악관에 돌아왔다. 가자에서는 학살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디지털 영주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대화를 사유지로 만들었다. 헤겔이 '인륜'이라 부른 것-예의범절, 정직, 사회적 연대 같은 사회를 지탱해 온 불문율-은 우리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지젝은 이 풍경에 ‘제로 포인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제로 포인트는 ‘바닥’이 아니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고, 틀림없이 더 나빠질 것이다. 제로 포인트란 우리가 기존 체제 안에서는 출구를 발견할 수 없는 하강 나선에 갇힌 그 시점이다.

트럼프의 외설적 포퓰리즘은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구호 아래 ‘향유의 도둑질’ 논리를 가동하며, 그를 떠받치는 디지털 봉건 영주들의 사유화된 공유지에서 우리는 지대를 바치는 ‘생산이용자’로 전락한다. 자국의 환상이 헛되다는 진실을 피하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은 가자를 파괴하는 현실 속으로 도피한다. 그리고 지젝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함으로 인하여 공격받는다. 이 모든 풍경의 한가운데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수치심과 존엄마저 빼앗으려 든다. 『제로 포인트』는 이러한 현실을 위로하지 않는다. 분명한 대안을 약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분명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말한다. 베케트의 문장처럼-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출판사 리뷰

가자에서는 학살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우크라이나의 도시는 폐허가 된다. 트럼프는 다시 백악관에 돌아왔고, 유럽 곳곳에서 극우가 약진한다. 메타버스의 영주들이 우리의 대화를 감시하고, 기후는 임계점을 넘어선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슬라보예 지젝은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제로 포인트』는 답을 서둘러 내놓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답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사유의 자리, 그 ‘제로 포인트’로 우리를 데려간다.

[다시, 처음부터]

‘제로 포인트’는 1922년 레닌이 쓴 비유에서 온다. 새로운 산 정상에 오르려다 후퇴한 등반가는 시작점, 즉 영점으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힘과 유연성을 잃지 않는 한, 등반가는 결국 실패하지 않는다. 베케트의 문장처럼-‘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지젝이 말하는 제로 포인트는 그러나 바닥이 아니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고, 틀림없이 더 나빠질 것이다. 제로 포인트란 우리가 기존 체제 안에서는 출구를 발견할 수 없는 하강 나선에 갇힌 그 시점이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기가 더 쉬워진 시대, 우리가 도달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젝, 가자 앞에 멈춰 서다]

이 책의 2부는 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2023년 10월 17일, 지젝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연단에 섰다. 하마스의 공격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그의 22분짜리 연설은, 헤센 주 반유대주의 담당관에 의해 거듭 방해받았다. 그가 말한 것은 균형 잡힌 중도의 입장이고, 바로 그래서 그는 공격받았다. 2부 「말하기에 적절한 때는 언제인가?」는 그 사건 이후 지젝이 일기처럼 써 내려간 가자에 관한 에세이들이다. 사건이 끝난 뒤 지나고 나서 명확성을 부여하는 회고 대신, 혼란과 절망 한가운데에서 사고가 전개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라캉의 수치심, 마렉 에델만의 유산, 푸코의 이란, 진실과 허구의 변증법-지젝 특유의 철학적 수사는 가자라는 구체적 비극 앞에서 다시 한번 현실과 날카롭게 충돌한다.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말만 하지 말고 뭔가 해!’ 이 말은 지혜처럼 들린다. 지젝은 이 ‘어리석은 지혜’를 뒤집으라고 말한다. 뭔가 하지만 말고 제대로 된 말을 해. 상황에 올바른 이름을 붙이고 진실을 말하는 일은, 행동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파괴하는 것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것도, 환상이 헛되다는 진실을 피해 ‘잔혹한 현실’ 속으로 도피한 결과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행동의 의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정확히 명명할 언어다. 이 책의 부제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여기다. 트럼프와 메타버스, 코스트코 가이즈와 시진핑의 신보수주의, 푸틴의 ‘전통적 가치’와 가자 지구의 잔해 사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에세이들은 결국 하나의 같은 질문을 향한다.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가?

[가자를 위한 철학]

한국어판에는 정치철학자 배세진이 ‘가자를 위한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해제를 더하였다. 알튀세르-발리바르의 이론 전통 위에서 지젝을 읽는 이 해제는, 지젝 철학의 특징을 ‘현행성actualite의 철학-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매 정세에 온 힘을 다해 개입하는 철학-’으로 짚어낸다. 그리고 묻는다. 가자 학살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는 우리에게 좌절할 시간이 있는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는 언제이고, 적절한 장소는 어디인가? 답은 다소 평범하지만 그래서 무거워진다. 바로 ‘오늘날, 지금 여기.’ 그리고 이 ‘지금 여기’를 우리는 지젝을 따라 ‘제로 포인트’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영점에서 다시]

『제로 포인트』는 위로하지 않는다. 분명한 대안이 있다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다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모든 것을 다시 사유해야 한다는 자리에서, 사유와 행동이 다시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영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만 우리는 그곳에 도착한 적이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저자 소개

  • 저자 : 슬라보예 지젝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이자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파리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대서양을 넘나들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냐대학교 사회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버크벡연구소 인류학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1989년 국제적 명성을 안긴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급진적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에서의 독창적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꿰어내며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저서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새로운 계급투쟁』 등이 있고, 공저로 『거대한 후퇴』, 『지속 가능한 미래』, 『나의 타자』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이혜진

해제 : 배세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논문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의 재구성: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논의를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사회학 및 정치철학’ 학과에서 푸코와 마르크스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원 같은 과 정치철학 전공에서 이 논문을 발전시킨 논문 〈푸코-마르크스주의와 화폐: 노동-가치, 물신숭배, 권력관계 그리고 주체화〉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비데 등의 현대 프랑스 철학을 사회과학 내 문화 연구의 틀에서 연구·번역하고 있다. 에티엔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과 《역사유물론 연구》, 루이 알튀세르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검은 소》, 제라르 뒤메닐·에마뉘엘 르노·미카엘 뢰비의 《마르크스주의 100단어》와 《마르크스를 읽자》(공역),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과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피에르 부르디외·로제 샤르티에의 《사회학자와 역사학자》(공역) 등을 옮겼다.

 

역자 : 이혜진
영국 워릭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우리말과 외국어를 함께 다루는 번역에 매력을 느껴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정치와 세계사를 특히 좋아하고, 전반적인 사회과학과 인문과학 분야에 두루 관심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19세기 귀족 연감》, 《러시아 내전》, 《일단 앉아볼까요》, 《호루라기에 너무 큰 돈을 쓰지 마라》, 《불평등의 담론》 등이 있다.

목차

- 『제로 포인트』에 대하여

1부: 다시 원점으로

- 제로 포인트
- 다 잘될 겁니다…농담입니다!
- 모든 말이 동등하지는 않다
- 히스테리 환자들이 꿈만 꾸는 것
- 허공에 흩어진 세계
- 메타버스의 영웅들
- 죽음의 경련

2부: 말하기에 적절한 때는 언제인가?

- 분석하지 말 것, 언급하지 말 것
- 모두가 들을 때 말할 것, 아무도 없을 때 철회할 것
- 듣지 않을 것, 멈추지 않을 것
- 다시 또, 요약: 안전선을 넘어 투쟁의 현장으로
- 2023년 10월 17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연설
- 가자를 위한 철학은 무엇인가?: 『제로 포인트』,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의 사유 행보에 관하여

-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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