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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9554 / 204쪽 / 286g /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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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신 없는 세상의 순례자가 되어
희미한 시대에 바치는 기도문
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다래의 첫 번째 시집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민음의 시 335번으로 출간되었다.
“막연히 관조하지도, 무례하게 자기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성찰하게끔 하는”, “자기만의 호흡”을 지녔다는
데뷔 당시 심사평은 이미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젊은 시인을 향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다래의 시는 사라짐의 주위를 맴돈다.
시적 화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이동한다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무언가를 태우며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처럼. 도시인의 여유로운 산책도 아니고 근대인의 낭만적인 방랑도 아닌, 불에 타 훼손되는 의미의 흔적을 좇는 성실한 이동.
이것은 사라진 신을 위한 순례와도 같다.
불타는 세계를 감지하며 그곳에 머무는 일. 구원 없는 세상의 잔잔한 몰락에 함께하는 일.
이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보나 초월과는 무관하다.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갖는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신이라는 거대한 원천이 자리를 비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원인에서 결과로, 믿음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명확한 가치 체계의 확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박다래의 시집은 독자들에게 낯선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우연히 맞아떨어진 말장난으로부터 전에 없던 의미의 길을 만들어 내며 시작된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가치가 증명될 수 있다면
나는 고려시대의 이름을 가졌지
오래된 운석으로 조각한 좌상
닳고 닳은
석가여래 옆에서
흐르는 천에 소원을 던졌다
소원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아
향을 피우는 시간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에서
나는 집을 나와 절벽 쪽으로 걸어간다.
몸이 물로 흠뻑 젖는다
등 뒤에서 엘리의 펜촉 소리가 들린다.
재 묻은 손가락을 펴며
절벽 아래를 바라보며
나는
-「엘리는 나의 오랜 선생님」에서
지선의 언어가 아니었던 것이
시멘트 안에서 빛난다
아직은 살아 있으니까
지선은 자국을 남긴다
시멘트 담 사이에는 조각난
물이 갇혀 있다
흐르는
무엇도 네 탓은 아니야,
끝도 없는 여름
갇혀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라앉은 곳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길
병뚜껑 자국이 이틀째 손바닥에 남아 있다
지선은 흐르는 곳에서 두고 온 것들을 찾는다
-「지선은 소파를 밖에 내놓는다」에서
발자국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공룡이 살았다는 흔적은 아닐지도 몰라
그냥 잠시 머무른 것일지도 우리처럼
너는 잿빛 수건으로 모래를 털며 말했다
마루 위에 서걱서걱 쌓이는 조각들
방 안에 목이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해변에 아직도 수많은 비치 타올이 깔려 있다
나는 젖은 흔적들을 바라보다가
달려온 길과 돌아갈 생활에 대해 생각하다
한 번도 돌아갈 만한 생활을 한 적이 없음을 떠올린다
-「높은 성」에서
걸을수록 그의 풋프린트는 비뚤어지고
나는 그의 풋프린트 위에 발맞춰 걷는다
나무들 사이로 저녁의 빛이 내려앉는다
진하게 풋프린트를 새기며 나는
이곳의 족흔적을 확인하러 올 어느 범죄심리학자에 대해 생각한다
한 사람과 같은 풋프린트
연구실에서 분석된 우리의 발자국에 대해
잎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머금고
흙 위에 우리의 일부가 침투한다
숨을 내쉬며 우리는
-「친구에게 빨간 운동화를 선물했다」에서
1부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 13
콘셉시온 18
우리 셋은 다 같아 19
두고 온 것 22
레지나와 함께하는 밤 산책 25
어느 낮처럼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 28
메모리얼 서비스 30
절두산 34
오늘의 운세 36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38
열린 문 40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43
2부
로스 안데스 49
엘리는 나의 오랜 선생님 52
그것과 무관했다 55
민호에게 집은 현대미술이다 58
그러다가 영원히 못 쓰게 된다고 60
계귀국 62
콕콕 64
아이들은 내가 지나갈 때만 캐치볼을 한다 69
존 스몰츠 70
야외 수업 74
마른 눈 76
광교 78
3부
부암(付岩) 83
자연사박물관 84
소곤소곤 별 86
친구에게 빨간 운동화를 선물했다 88
말리부 오렌지색 91
지선은 소파를 밖에 내놓는다 94
숲과 초원은 아파트가 건설된 후에 만들어졌다 97
보호구역 100
푸른 살구 101
얼어 있는 숲 104
한밤의 음독 106
자하(紫霞) 108
암전 111
수경 재배 114
바깥의 당신은 그것을 모른다 116
서치라이트 118
4부
남자의 이름은 정수 123
구파발 126
높은 성 128
이사 130
노들 131
마중말 134
지혜 씨의 무화과 136
Babushka 138
패치워크 141
윈드밀 142
양고기 스프 144
디펜스 146
좋은 사촌 147
야앵 150
해설-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
불타는 예배당에서 흰 토끼 구하기 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