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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4171348 / 128쪽 / 128g / 11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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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저자의 말
세상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답이다. 나의 세상에는 대답이 없다. 질문만 있다. 나는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려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살아보았다. 처음에는 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답을 찾은 결과를 삶이라 여겼다. 하지만 대답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궁금한 것이 생겨났다. 한번 대답한 것도 그다음에 보면 변해 있기 일쑤였다. 그러면 나는 다시 또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다.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 나는 질문한다. 그리고 나는 대답하려 애쓴다. 나는 나를 신처럼 여기는 게 분명하다.
나의 신은 나다. 나는 질문하고 대답한다. 대답은 세상에 없다. 나는 세상에 없는 것을 모두에게 들려주려 한다.
이 책은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다. 새롭게 시작되고 그날로 끝이 난다. 나는 막간을 두고 매일 쓰기를 이어갈 것이다. 네 번의 막간으로 다섯 권의 책이 완성된다. 그 시작하는 1막을 나는 매일 썼다. 나를 죽이기 전에 망설였던 것처럼 쓰기 전에는 늘 머뭇거리며 기다렸다. 죽을 수 있을까 묻는 것은 쓸 수 있을까 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 나는 막간에 든다. 다음 막이 열릴 때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시 갇히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을 나에게 가두려고 이 책들을 쓴다.
출판사 리뷰
질문에 관한 유진목의 글쓰기
시리즈 ‘막간’ 첫 권 『재능이란 뭘까?』출간!
질문에 관한 유진목의 글쓰기, 시리즈 ‘막간’의 첫 권 『재능이란 뭘까?』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유진목은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에 참여해온 영화인이자 첫 시집 『연애의 책』으로 황현산 평론가에게 “한국 최고의 연애 시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사랑받은 시인이다. 『슬픔을 아는 사람』 이후 이 년 만에 펴내는 신작 산문집 『재능이란 뭘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다섯 계절에 한 권씩 출간해 완성될 시리즈 막간의 1막에 해당하는 첫 책이다. 쓰기와 죽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 책을 넘기다보면 스스로 그 사이, 막간의 물음을 채워보게 된다. 진목은 이 책에서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두면서 다른 선택도 못하게 하는 저주 같은’ 재능에 대해 질문한다(86~87쪽).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는 것, 사랑 이전과 사랑 이후, 웃는 얼굴과 우는 마음을 두고 진목은 대답하려 애쓴다. 그 말은 곧 그가 ‘아무것도 너를 얽매지 않을 거라는 황홀한 제안’(38쪽) 앞에서 죽기 대신 죽음을 생각하는 자유(119쪽),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쓰기를 택했다는 말이기도 하다(9쪽).
종이와 펜은 내면에 가득 들어찬 무형의 일을 번역해내고 나만 감지할 수 있는 표정조차 없는 감정을(21쪽) 문장으로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간다. 진목은 밥을 먹고 밥을 먹었다고 쓴다.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피웠다고 쓴다. 그러면 사람들이 볼 수 있다(98쪽). 시인은 카메라가 되어 바라보고 지켜보고 따라가고 멀어지면서 조각내 담아낸 장면을 이어 이야기를 만든다(54쪽). 시인은 이미지로서의 몸을 가지고 다른 세계를 떠돌며(56쪽) 그렇게 쓰기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쓰기와 죽기 사이에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는 틈이 있다. 시인은 그 틈에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을 발견한다. 그것은 내가 죽을 때도 가만히 나를 내려다볼 시간, 그 길고 지루한, 무한히 흐를 것만 같은 시간이다(38쪽). “시간은 오로지 보기만 한다.”(115쪽)
사랑하기 때문에 먹고 사랑하기 때문에 잠들고 사랑하기 때문에 깨어날 수 있었던 큰 웃음과 반짝임, “타인을 사랑하면 타인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그것은 중독된 상태와 같다.” 시간 안에서 사랑은 유한하고 그 사랑이 끝나고도 시간이 전과 같이 흘러간다는 무서움(114쪽) 속에 시인은 한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를 마주한다. “이제 시간은 텅 비어 있다. 나는 그 공허한 눈을 들여다본다.”(115쪽) 진목은 한 성당에서 내가 나를 죽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 것을 떠올린다(118쪽). “우리가 사랑했을 때 좋았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시 살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야. 나는 망설이다 덧붙였다. 가끔 그때가 생각나 운다.”(120쪽) “가끔씩 미친듯이 내가 있었던 곳에 다시 있고 싶다. 거기서 지겨워했던 것을 고스란히 겪고 싶다. 거기서 힘들었던 것마저 그리워하면서”(31쪽). 한때 내 전부였던 것들을 잊으려고, 그후에 무엇이 찾아올지 알고 싶어서 쓴다. “이 글은 바로 그때 끝날 것이다.”(18쪽)
글쓰기 교본이라 해도 손색없을 최소 의미의 문장으로 쓰여진 시적인 산문 사이사이에 유진목이 찍은 필름 사진을 인화해 표지와 본문에 실었다. 주머니에 꽂아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작은 판형으로 디자인한 이 책은 독서라는 경험을 보다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작가의 말과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구성으로 본문에는 별도의 소제목이 없다. 제목이 사라진 자리를 독자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짐작할 뿐이다. 언젠가 다시 이렇게 좁은 좌석에 앉아 떠난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여행(13쪽)이 삶 아니냐고 묻는 것처럼.
유진목의 ‘막간’
질문에 관한 유진목의 글쓰기
1. 『재능이란 뭘까?』-쓰기에서 죽기까지
2. 『?』-입기에서 벗기까지
3. 『?』-울기에서 웃기까지
4. 『?』-늙기에서 잊기까지
5. 『?』-보기에서 찍기까지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책 속에서
한때 내 전부였던 것들을 잊으려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잊고 난 후에 무엇이 찾아올지 알고 싶어서 쓰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을 온통 글을 쓰는 데 쓰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무엇과 맞닥뜨리고 싶다. 이 글은 바로 그때 끝날 것이다. 나는 내심 그때를 기대한다. 더이상 쓰지 않아도 되는 알맞은 때를 기다린다. _18쪽
나는 목을 매고 싶지도 않고 칼로 손목을 긋고 싶지도 않다. 수면제를 많이 먹으면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깨어났다. 실망감이 대단했다. 약을 모으는 데 오래 걸렸고 먹기로 결정했을 때 혼자서 많은 것을 질문하고 대답한 뒤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 살 것을 결정했었다. 그런데 내가 실행한 방법은 며칠 잠만 자는 게 전부였다.
그날 패브릭 소파 위로 떨어지던 빗물 소리가 좋았다. 푸른 소파에 짙은 파랑으로 번져가는 얼룩이 있었다. 툭 툭. 투둑 툭 툭. 잠시 집중하면 그날의 소리가 다시 들린다. _24쪽
살아가는 일은 편집이 없는 연속된 플레이다. 카메라가 바라본 장면을 잘라서 붙이듯 우리는 기억을 편집한다. 때로는 그것만이 삶이라고 여긴다. 편집된 기억은 살면서 추가 삽입되기도 하고 영구 삭제되기도 한다. 편집점에서 만나는 기억들은 최소 단위의 서사로 흐른다. 그러나 삶의 서사에는 잘려나간 것들이 더 많이 있다. 반복되는 지루함으로 탈락하기도 하고 탈락한 자리에는 돌이킬 수 없어 반복 재생되는 기억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고유의 러닝타임을 유지한다. 인간이 한 번에 재생할 수 있는 기억은 그리 길지 않다. _54~55쪽
작가의 말 7
프롤로그 11
재능이란 뭘까? 17
에필로그 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