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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저 | 워크룸(WORKROOM) | 2016년 11월

비수기의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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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4207735 / 160쪽 / 580g / 178 x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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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김한민의 그림소설 『비수기의 전문가들』이 워크룸 프레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냥’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그저’ 생존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사회를 그린 전작 『카페 림보』에 이어, 모두가 성수기를 꿈꾸는 세상에 위협을 느끼는 그의 ‘감수성 전쟁’은 계속된다. 이 책은 낯선 곳으로 떠나 이름을 바꾸고 소일하다가 조용히 마감하는 생을 꿈꾸며 자신의 동굴을 떠난 주인공이 남긴 마지막 나날의 기록이다.

멸종 직전에 처한 ‘퀭’, 그가 난긴 마지막 기록
어두컴컴한 강의실, ‘비수기의 전문가들’이라는 수상한 제목의 슬라이드가 상영된다. 언뜻 듣기에 불경기를 이기는 경영 노하우를 들려주는 특강 같지만 실은 한 인문학자가 지난 20여 년간의 추적 끝에 발견한, 일명 ‘퀭’이라는 인간 유형이 남긴 기록이다. 이윽고 빈자리로 가득한 어둠 속에서 시인지 일기인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한 글과 그림의 모음이 낭독된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동굴에서 뛰쳐나가, 종국에는 자신의 가죽마저도 벗어던지고 되어버린 이상한 짐승, 퀭은 “인내심 부족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성급하고 무책임한 유형을 상징”한다. “생산적인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견디기 힘든 현재를 벗어나는 데 급급한 인간. 그보다 최악은 신과의 약속은 물론 자신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그래서 애초에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진정한 소망이 아니라 그저 곰의 소망을 흉내 낸 게 아닌가 심히 의심스러운 인간….” 대대로 환경에 순응하며 성공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곰 유형에 가치를 부여해온 사회에서 이런 인간의 결말은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낙오자. 아무도 멸종을 아쉬워하지 않는, 너무도 비수기스러운 ‘퀭’은 그러나, 누구보다 예민하고 주의 깊게 세상을 응시한 나머지 자유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존재이기도 하다.

알고 싶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말고
돌아가지 않는 세상의 원리를

총체적 부적응자, 스스로 자기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간. 어디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커녕, 꼭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마저 없는 ‘그’는 이 모든 것에 “자신 없어도 되는지조차 자신 없다.” 자살을 하고 싶어도 남에게 폐가 될까 죽지도 못하는 인간. 그는 언제인지 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어느 날 자기 자신을 포맷해버리고 칩거에 들어간다. 각성 상태에서 자신의 감각을 하나씩 점검해나가며 홀로 운영체제를 프로그래밍해 나간다. 그의 도구는 시. “한번은 인적 드문 동굴까지 찾아온 보따리 행상이 있었다. 내 발명품들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시 쓰고 앉았네.’ 흥정 끝에 그 표현을 사들였다. 그렇게 시를 만지기 시작했다. 싸고, 짧아서.”
가내수공업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지내기를 수년, 그의 행동은 점차 하나의 단어를 향해 수렴하기 시작한다. ‘도망.’ 뚜렷한 목적이 있는 탈출이라기보다,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가까운 행동. 이윽고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말고, 돌아가지 않는 세상의 원리를” 찾아, 포르투갈로 떠난다.

쓰레기와 동물과 시,
가장 기피하고, 가장 말이 없고, 가장 인공적인 것 도망자, 떠돌이, 그의 친구, 아이, 영화광, 산책자, 시인, 구경꾼, 환자, 죄인, 탐정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등장하는, 누구나 공감하는 비수기의 모험을 기대하면 실망할런지도 모른다. 이 책 전반에는 비공감주의가 흐르기 때문이다. 비공감주의란 “공감하기 쉬울수록 가짜라는 주의다. 절대 다수가 공감하는 것이 있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협을 느낀다. 특히 ‘이런 시대의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람, 생각, 물건, 발명품, 작품 등은 사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제하는 주의다.” 그러나 모두가 성수기를 찾고, 모두가 ‘좋아요’를 눌러주길 바라는 시대에 이런 ‘비공감주의’에 공감한다면, 주인공이 쓰레기와 동물과 시, 즉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고, 가장 말이 없고, 가장 인공적인 것을 재료 삼아 짓는 의미의 그물은 비수기의 좋은 벗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한민
지은이 : 김한민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림책과 만화 등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자연과 동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웅고와 분홍돌고래』에서도 웅고의 친구인 악어와 피그미하마를 닮아 이름이 ‘하마’인 강아지가 등장한다. 이외에도 캐피바라, 개미핥기, 긴팔원숭이, 붉은눈청개구리, 나무늘보 등 아프리카와 남미, 호주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출간된 책으로는 동물학자인 형과 함께 만든 「STOP!」 시리즈와 그림책 『사뿐사뿐 따삐르』, 『제돌이의 마지막 공연』, 『도룡뇽 꿈을 꿨다고?』 그림 소설 『유리피데스에게』, 『혜성을 닮은 방』, 『공간의 요정』, 『카페 림보』, 『책섬』, 『카페림보 연극일지』, 『비수기의 전문가들』, 그림 에세이 『그림 여행을 권함』이 있다. 지금은 포르투갈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와 산문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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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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