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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729483 / 238쪽 / 309g /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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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신유물론이 자연과 몸에 보여온 관심과 열정은 페미니즘의 딜레마를 달리 보여줄 수 있을까? 여성이 몸과 맺어온 양가적 상황, 즉 사회적 평등을 위해 몸을 지워야하면서도 그 몸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끈질기게 다뤄야 하는 모순에 대해 신유물론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박신현은 페미니즘 안팎으로 전개되어온 여성의 몸과 재생산을 둘러싼 딜레마를 ‘자기-향유(self-enjoyment)’와 ‘관심(concern)’의 불가분성을 주장하는 스티븐 샤비로의 논의를 빌려 돌파하고 있다. 레비나스에게 ‘향유’보다 ‘관심’이 우월하고, 그래서 존재보다 윤리가 우월하다면, 레비나스를 비판하는 샤비로에게는 그 둘이 분리될 수 없다. 레비나스에게 재생산은 ‘형이상학적 초월적 타자(아이)’를 위한 물질적 과정일 따름이지만 (그러면서 레비나스는 재생산에서 여성을 지우고 자연과 같이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 정도로 축소한다), 이리가레와 지아렉에게 재생산은 여성의 창조성, 쾌락과 자기-향유를 위한 공간이다. 저자는 이런 논의를 통해 현재 멈춰있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사회적/법적 논의를 여성의 자기-창조 관점에서 볼 것을 제안한다. 심귀연은 신유물론이 구성주의적인 버틀러의 몸과 물질 논의를 비판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버틀러의 몸 개념은 신유물론의 비판과 달리 훨씬 신유물론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메를로 퐁티의 몸현상학을 경유한다. 메를로 퐁티의 몸의 행위성은 단순히 의식적 주체의 능동적 행위와는 거리가 먼, 성적 끌림과 감각 및 지각, 그리고 신체의 물질로 구성되는 몸이다. 버틀러에게서든 메를로 퐁티에게서든 몸과 물질은 단순히 담론/의식의 기입의 효과가 아니라 능동/수동의 구분 불가능성, 물질화와 언어화의 동시성과 비경계의 지대인 것이다. 신유물론을 단순히 물질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실천적이며 전방위적인 사태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결론부를 장식한다. 박이은실은 한국의 한 여성/청소년/학생/노동자였던 어떤 ‘소녀’의 짧은 삶을 추적함으로써, 그녀의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작동한 일련의 사회-생태를 분석한다. 그녀는 전 세계적 ‘녹색혁명’, 한국의 산업화, 농어촌과 생태파괴, 화학적 물질인 농약, 그리고 자본주의까지를 한꺼번에 분석의 테이블에 올리고 신유물론이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의 정치학을 시도한다. 김지은은 신유물론에서 주로 집중하는 ‘생명’에 관한 논의에서 생명의 순환으로서의 ‘죽음’의 계기를 발견한 발 플럼우드를 조명하며, 개체적 차원의 삶 속의 죽음이 다른 차원의 생명과 접속되어 있음을 역설한다. 신유물론은 (일부 심층생태주의에서 보이듯) 자연을 신비화하지 않으면서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고자 하며 사회를 과학주의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통찰들을 빌어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교착을 돌파하려고 한다. 자연은 분노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의 무관심과 비일관성을 다룰 수 없을 뿐이다. 과학은 우리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질문’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 아래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물질은 생명도 죽음도 아닌 존재 일반의 핵심이다. 그와 동시에 이런 자연/과학/물질에 대한 재사유가 혼미한 숫자놀음과 착취적인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내 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각자의 학문적 여정에서 해결되지 않는 물음들을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을 통해 답하려고 했다. 미리 밝히자면 저자마다 신유물론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르고, 번역도 일관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심지어 ‘신유물론’이라는 이론의 이름과 그 경계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예를 들어 어떤 저자는 new materialism에 대해 기존의 유물론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물질주의’라고 번역할 것을 선호하지만 또 어떤 저자는 ‘신유물론’이라는 기존 번역어로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저자는 캐런 버라드(Karen Barad)의 이론인 agential realism을 행위 실재론, 수행적 신유물론 등으로 부르지만 또 다른 저자는 행위적 실재주의라고 번역한다. 더 심각하게는(?) 어떤 저자는 신유물론을 그것의 개방성과 창조성으로 긍정하지만, 또 어떤 저자는 신유물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일관성을 위해 개념어와 관점 등을 모두 통일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비일관성은 이 책이 저자들의 손을 떠나 여기저기 방랑한 후 여러 마주침들과 내부-작용(intra- action)을 통해 고정되거나 또 달리 변할 것이고, 저자들은 그 모든 것을 환영할 것이다. 부디 이 둘의 얽힘과 공명이 또 다른 얽힘과 공명을 만들어내며 파동으로 서서히 모두에게 가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서문
1부 젠더에서 성(차)로: 신유물론의 지도 그리기
신유물론(들)과 페미니즘, 그리고 버틀러 비판 / 김남이
신유물론의 렌즈로 읽는 그로스의 육체유물론: 사회구성주의와 생물학적 결정론을 넘어서는 ‘몸’을 향하여 / 이현재
2부 새로운 질문들: 물질과 과학기술
몸과 함께 작동하는 연구: 신유물론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의 접점에서 / 임소연
세계의 파괴자 오펜하이머가 바비와 얽힌 끝에 바벤하이머가 되기까지: 버라드의 물질 이론과 영화 <오펜하이머>로 본 물리학과 여성주의 / 이지선
3부 몸: 재생산과 섹슈얼리티의 지대
여성의 자기향유와 빈 공간의 창조성: 신유물론으로 사유하는 여성의 재/생산 / 박신현
새로운 물질로서 몸과 페미니즘 / 심귀연
4부 생명과 죽음, 그리고 얽힘의 실제들
소녀, 농약, 좀비 / 박이은실
생태 안에서 분해되기: 발 플럼우드의 먹이와 묘지 이야기 / 김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