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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471012 / 192쪽 / 192g / 127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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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디아스포라에서 경험한 따스한 연대
한인 디아스포라는 치열한 생존의 세계다. 여행으로 가는 프라하는 좋지만, 생존의 장으로 프라하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한인 디아스포라에는 한국에서 상처를 입어 쫓기듯 떠나온 사람부터, 여행을 왔다가 눌러 앉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치열함은 같다.
이국땅, 특히 한인이 적은 지역에서 한인을 만나면 특히 반갑다. 그리고 함께 연대하게 된다. 해국, 지호, 단비, 수빈은 반가움에 서로 연대한다. 서로를 통해 따스함을 경험한다. 겨울이 긴 프라하, 이국땅과 따스한 연대는 대조를 이룬다. 모국(母國)을 벗어난 사람들이 마민카(Mother, 체코어)에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은 우리에게 따스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다정하게 제시한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기 때문에. 프라하의 카렐교에 찬 바람이 불어도, 빨간 지붕위로 눈이 쌓일수록, 마민카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따뜻한 한식을 매개로 서로의 온기를 느낀다.
책 속에서
5월이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을 녹일 듯이 영롱하게 쏟아지던 햇살과 바람직하게 푸르던 하늘빛. 그의 품처럼 따스하던 공기의 농도까지, 그날은 생애 가장 완벽한 봄날이었다. 카렐교의 상징인 열여섯 개의 아치. 그 사이로 유유히 흐르던 블타바강의 고혹한 자태와 그 위에 누워있던 몇 척의 유람선. 그 모든 생김이 지나치리만큼 또렷한데. 여전히 눈이 부시게 생생한데... 완전무결한 줄로만 알았던 그림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이 생겨버렸다. - 12쪽
그렇게 스무 걸음 정도 멀어지니 ‘Maminka’라 적힌 간판이 한눈에 담긴다.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간판에 새겨진 글자들이 묘하게 생경하다. 마민카. 엄마. 어머니… 멀찌감치 떨어져서 식당을 바라보는 해국의 눈빛이 그윽하게 무겁다. 그런 그를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옆 가게 사장님, 에블린. 그녀가 해국 옆에 나란히 섰다. -19쪽
음... 마민카 정식으로 할게요.”
수빈이 마민카 정식을 고른 데에는 부연으로 적힌 깨알 같은 설명글이 한몫했다. ‘마민카 정식은 매일 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가정식입니다. 특별하진 않아도 끼니마다 달라지는 어머니의 집밥처럼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바뀌는 셰프의 추천메뉴를 만나보세요.’라고 쓰여 있는 소담한 글귀가 그녀의 마음을 붙들었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해국이 고심해서 준비했을 오늘의 메뉴가 무엇인지. 정갈한 글씨를 쓰는 남자의 정갈한 밥상은 어떤 그림일지. 빨리 보고 싶어진다. -26쪽
‘마음이 꼭 풍선 같아.’
어젯밤 일기장에 끄적였던 짧은 문장 하나가 종일 수빈의 주위를 맴돈다. 마음이 풍선 같다는 얘기는, 그러니까 끈이 떨어진 부유물처럼 불편하게 떠 있다는 얘기다. -31쪽
“밤의 성질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어둡고 차가운 거. 캄캄하고 시린 거. 억지로 빛을 들이대서 밝힌다는 게... 그게 다 인간들이 좋자고, 편하자고 그러는 건데 밤의 정령도 그걸 원할까 해서.” - 41쪽
‘오늘 밤에는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겠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말이야.’ - 46쪽
스물아홉이면 다 큰 성인이지만 해국은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다. 하는 일이 엉킬 때나 풀릴 때나. 사는 게 지루할 때나 재미있을 때에도. 모든 날 모든 순간에 그 이름을 찾게 된다. 돌아가신 엄마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실 거라 생각하면 그저 생각만으로도 공연히 위로받는다. 텅 빈 공중에 대고 “엄마, 어머니…” 를 쏘아 올리고 나면, 어지럽게 둥둥 떠 있던 감정들이 필터로 곱게 걸러지는 것만 같다. -50쪽
타인과 타인이 만났다. 학연도 지연도 아닌 생판 모르는 낯선 이들이 서로의 인생에 개입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제까지 남이었던 관계가 오늘의 친구가 될 가능성은? 사는 동안 이런 경험을 할 일이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아있을까. 더 있기는 있을까. 지호와 단비. 지금은 둘 중 누구도 이 만남에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게다가 해국과 수빈이 이 일을 두고 어떤 반응을 내비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지호는 선 밖으로 슬쩍 한 발을 뻗었고 단비 또한 익숙한 관계의 틀, 그 테두리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 67쪽
카렐 교의 구원 9
마민카 식당 15
겨울에 온 손님 23
주변인들의 식사 30
왜 빨간 지붕일까 39
소문의 위력 46
선 밖으로 걸을 용기 59
올드 타운 69
프라하 6구역 78
화이트 모닝 87
공간이 주는 의미 94
블타바 강의 휴일 101
주말은 쉽니다 109
보통의 겨울날 116
별거 없는 하루 끝에 126
새 구두를 사야 해 132
사사로운 과거 139
에블린의 초대 149
파티, 그 후 164
벽을 허물어야 할 시간 172
시나브로, 봄 1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