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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 리:플레이

이오진 저 | 제철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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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343690 / 372쪽 / 372g / 125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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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기록을 남기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연극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 완성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 양 빈 무대로 돌아가지만, 희곡은 그렇지가 않다. 희곡이 문학이라면 쓰이고 읽히는 건 당연한 일일진대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극작가로 글을 쓰다가 2018년 연극계 미투가 있었고, 그 이후로는 연출로도 활동하면서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계속 내 속도가 느리다고 느꼈고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과거에 수렴하며 타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자책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곡들이 다양한 독자를 만나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어주는 분들이라면 번잡스러운 이야기들 안에서 저마다의 작은 용기를 발견할 것이라 믿는다. _서문에서 추천사 이오진의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로 발만 동동 구르다가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게 만들고,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어서 혼란하고 불안한 나날을 어떻게든 견디게 만든다. 서로를 결코 혼자 내버려두는 법이 없기에, 서로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건 애초에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서로의 세계에 포섭되고 휘말린다. 이오진의 인물들이 보여준 각양각색의 용기는 내게도 그렇게 스며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내게 이런 용기가 있는 줄도 모른 채로 낙망하던 순간에 호랑이 기운처럼 갑자기 솟아났던 것 같다. 하루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것처럼 자신만만해졌다가도 또 하루는 작은 점처럼 한없이 움츠러들 때,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으려 하기보다는 미움받지 않으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할 때 이오진이 우리 마음속에 심어놓은 용기는 조금씩 자라났을 테니까. _김병운(소설가) 책 속에서 범순\t단이가 실패하는 여성 같아요? 은호\t그냥 딸이잖아요, 딸. 어머니, 딸, 과부, 할머니, 성녀,창녀, 클럽녀, 술집 작부, 김 여사, 청소 아주머니, 유혹녀, 무슨 녀, 무슨 녀, 무슨 년……. 범순\t……저기요. 은호\t예? 범순\t그때 여성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적 배경이 있죠. 돌아가신 이진오 선생님이 그런 가난한 시대에 가난하게 억압받다 가는 민초들 이야기를 작품에서 하시는 거고. 성별이고 나이고 상관없이…… 그런 거를 쓸 수밖에 없는 시대인 거잖아요. 은호\t그렇지 않아요. 사이 범순\t……. 은호\t다들 그런 것만 쓴 게 아니라, 그렇게 쓴 것만 남은 거잖아요. 범순\t……. 은호\t누군가는 그 당시에도 분명히 자기가 원하는 걸 썼을 거예요. 시대의 분위기나 ‘문학이라면 자고로 이래야 한다’ 하는 것들에 억지로 맞추려고 안 하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쓴 건 잘 쓴 문학이 아니라고, 혹은 중요한 사람이 쓴 게 아니라고 여겨지니까 기록에 안 남고. 그니까 저희는 지금도 이런 거 하는 거잖아요. 누군가 버리고 남겨놓은 것만 하는 거예요. 사이 범순\t똑똑하네요, 은호 씨는. 「콜타임」에서 예수\t(자신 없이) 안 헤어지면 안 될까. 혜인\t……. 예수\t기도해봤는데……. 혜인\t……. 예수\t때가 아니라고 하셨어. 혜인\t……. 예수\t……. 혜인\t(힘없이, 체념에 닿은 듯) 때가 아니라고 하셨어? 예수 \t응. 혜인\t예수야. 예수, 말없이 혜인이를 본다. 혜인\t넌 가끔 하나님을 이용해. 난 그렇게 느껴.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에서 성우\t얼마지? 연경\t33만 원인가 그래. 미친 거 아니냐, 33만 원. 나 한 달 용돈 5만 원이야. 성우\t야, 제주도는 비행기만 해도 20만 원이야. 연경\t아니? 우리 사촌 언니가 제주도 갔는데 비행기로 왕복 4만 9천 원에 갔다 왔다 그랬는데? 성우\t구라 까지 말라 그래. 연경\t아닌데? 사촌 언니 구라 아닌데? 성우\t그런 거 없거든? 연경\t아니거든? 있거든? 여튼 엄마한테 존나 미안했어. 비싸서. 성우\t어. 엄마가 돈 주면서 손 벌벌 떨린다고, 왜 제주도까지 가냐 그랬어. 경주나 가지, 씨발 애들을 제주도까지 보낸다고. 연경\t니네 엄마 욕해? 성우\t어. 욕 맨날 해. 입에 걸레 물었어. 사이 연경\t너 제주도 가봤어? 성우\t아니. 연경\t처음 가는 거야? 성우\t어. 연경\t난 가봤어. 중1 여름방학 때 엄마랑 오빠랑 갔었어. 성우\t좋겠네. 연경\t너 제주 흑돼지 먹어봤어? 성우\t아니. 연경\t장난 아니야. 존맛. 성우\t흑돼지 제주에서만 파는 거 아니야. 마트 가면 다 팔아. 연경\t제주도에서 먹는 거랑 같냐? 성우\t그래도 안산에도 제주 흑돼지 파는 데 있어. 나 그런데서 많이 먹어봤는데? 연경\t나 그리고 회도 먹었어. 바다 보면서. 성우\t좋겠네. 연경\t어, 진짜. 개꿀이었어. 성우\t근데 배 타면 더 싼 거 아니냐? 연경\t몰라, 올 때는 비행기 타잖아. 성우\t비행기 타는 거였어? 연경\t몰랐냐? 성우\t아, 맞다. 사이 성우\t그래도 우리 엄마 착해. 「오십팔키로」에서 이레\t내가 써줄까? 현신\t뭐? 이레\t니 반성문……. 나 잘 쓸 수 있는데. 현신\t뭔 개소리야. 니가 왜 내 걸 써? 이레\t어차피…… 학교에서 좋아하게 쓰면 되는 거잖아. 너, 이번에 잘 안 되면 퇴학당하는 거 아니야? 벌점도 엄청 쌓였다고……. 동생이랑 너랑 세트로…… 대박이네. 현신 닥쳐라. 사이 현신\t글씨체는? 이레\t내가 불러줄게. 니가 받아 적어. 사이 현신은 도무지 이레의 의중을 모르겠다. 현신\t너 왜 이러냐? 사이 이레\t너, 졸업하고 싶어? 현신\t아 씨발, 최꼬추부터 시작해서……. 이레\t(말 끊으며) 대학 갈 거야? 현신\t왜? 이레\t대답해봐, 갈 거야? 대학? 현신\t갈 거야. 이레\t왜? 현신\t대학은 나와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 이레\t어디 갈 건데? 이름도 모르는 지잡대? 돈만 내면 가는 데? 현신\t닥쳐. 이레\t그럼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것 같아? 빵셔틀이나 하는 한심한 애랑 종일 거울만 보는 못생긴 애랑 놀다 인생 쭉 말아먹으려고? 현신\t셋 셀 때까지 닥쳐라. 아님 너 이빨 털린다. 하나. 이레\t난 너처럼 막 사는 애들 보면 되게 신기했었어. 뭐 믿는 데가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난 돈도 빽도 없어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회사 취직해서. 현신\t둘. 이레\t(멈추지 않고) 잘 먹고 잘살 생각이거든. 너랑 니 동생까지 학교에서 짤리면 니네한테는 절대 오지 않을 미래겠……. 현신\t셋. 현신, 이레를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 얼굴을 발로 밟는다. 이레\t(현신에게 밟힌 채) 나 좀 도와줘. 「바람직한 청소년」에서 명진\t없어져야 해. 주정\t뭐? 명진\t아빤 죽었고, 우리도 이 꼴 났는데 그 사람이 잘 사는 건 법이 아니야. 그건 뭔가 인륜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아요, 엄마? 아니, 억울하잖아. 주정\t미쳤구나. 명진\t나 하루에 스티커 4800개 붙여요, 엄마. 우리 조 완품 대비 불량률 0.002퍼센트다? 내가 11년째 스티커 붙인 아줌마보다 더 빨리 붙여. 어제도, 눈깔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그 수염 안 깎는 부장이 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러는 거야. ‘명진이, 일 잘하네?’ 그런데, 엄마, 웃긴 게 뭐냐면. 내가, 내가 너무 기쁜 거예요. 마음이. 얼마나 기뻤으면, 그토록 기뻐하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더라니까? 이젠 내 기쁨이, 고작 스티커 잘 붙였다고 변태 부장이 머리 쓰다듬어주는 데서 오는 거야. 누가 날 이렇게 별거 아닌 인간으로 만들었어? 대체 누가……. 참담한 모자. 긴 사이 주정\t나 얼마 전에 마트에서 우연히 그 사람 봤다. 마누라랑 장 보러 나왔나 보더라. 둘이 같이 내 옆으로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어. 나 볼까 봐. 제일 싼 우유 고르는 나 볼까 봐……. 숨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닌데. 사이 주정\t만약에, 만약에 그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면……. 너, 그 사람 없어지면······. 명진\t나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엄마, 나 기쁠 거예요. 주정\t우리 그럼, 좀 편해질까? 「가족오락관」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이오진
저자 : 이오진
희곡 「가족오락관」으로 제 7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극작가로 또 연출가로 동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다양한 공연에 참여했다. 희곡집 『연애사』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공저) 『여자는 울지 않는다』(공저) 등을 펴냈으며, 2023년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았다. 현재 극단 ‘호랑이기운’에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서문

콜타임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오십팔키로
바람직한 청소년
가족오락관

리뷰|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고 김병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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