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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283774 / 120쪽 / 240g / 130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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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는 사건을 미화시키고, 사건은 그 상처와 아픔을 지워버린다. 바다에 나가 실종된 외삼촌은 살아 있는 사람이 되고, 언젠가, 어느 때는 만선의 꿈을 안고 돌아와 외할머니의 품에 안길 자랑스러운 뱃사나이가 된다. 믿음은 소원이 되고, 소원은 갯메꽃이 된다. 갯메꽃이 바다를 향해 쨍쨍하게 나팔 하나씩을 빼어물면 자갈자갈 거품 문 게들이 발바닥에 짠 내음을 불러들이고, 뱃길 따라갔던 갈매기들은 아직 먼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안부를 물고 온다. 시인은 외할머니가 가르쳐 준대로 갯메꽃 입술 가까이 대고 따개비같은 주문을 외우는데, 왜냐하면 외할머니의 소원대로 하루바삐 외삼촌이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개비는 더없이 끈질기고 강력한 생명의 상징이고, 이 주문의 효과에 의하여 “메꽃 속에서 긴 밧줄을 타고 꽃씨 닮은 개미들이 줄줄이 기어” 나온다. 나팔은 기다림- 그리움의 노래가 되고, 개미들은 긴 밧줄을 타고 나타나는 기사단, 즉, 구원자가 된다. 시는 소원(꿈)이고, 소원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마음의 병이 되고, 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을 이루어야 하니까 주문이 필요하고, 주문이 필요하니까 기적이 필요하다. 기적은 어렵고, 기적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시는 삶의 의지이고, 삶의 의지는 모든 기적을 가능하게 한다.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외삼촌, 그 외삼촌을 기다리는 할머니, 그 기다림의 함성같은 갯메꽃, 자갈자갈 짠 내음을 불러들이는 거품 문 게들, 먼 바다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안부를 전해주는 갈매기, 갯메꽃 입술 가까이 대고 따개비 같은 주문을 외우는 시인, 갯메꽃 속에서 구원의 밧줄을 타고 나타나는 개미들, 찰싹찰싹 외할머니의 눈물 비린내 같은 밀물 등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이 모여서 어느덧 기적의 징검다리를 놓게 된다. 유계자 시인의 상상력은 ‘오래오래오래’라는 시간을 붙잡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순회하며, 그리고 현재로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 ‘오래오래오래’는 과거이며 현재이고, 현재이며 미래이다. ‘오래오래오래’는 외할머니의 눈물 비린내의 시간이며, 갯메꽃 함성의 시간이고, 그리고 기적의 징검다리의 시간이다. 외삼촌은 살아 있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고향으로 돌아온다. 말과 이미지의 일치, 말과 삶의 일치, 시와 삶의 일치----. 말의 향연과 이미지의 향연과 이야기의 향연----. 너무나도 완벽하고 너무나도 극적인 구성상의 승리가 유계자 시인의 [오래오래오래]의 시적 토대라고 할 수가 있다. 유계자 시인의 [바다 회사]는 주제, 구성, 문체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완벽하게 꽉 짜인 시이기는 하지만, 그 주인공인 어촌 마을의 어머니는 한이 많이 쌓인 여인에 지나지 않는다. 근면과 성실함이 도로아미타불의 헛수고가 되고, 그 아름다운 바닷가의 풍경마저도 파도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 속에 묻혀버린다. 유계자 시인은 자기를 어머니와 동일시 하며, 그 어머니가 한평생 갯일을 하다가 늙고 병든 것처럼 그도 황홀하게 어머니의 몸과 마음 속에 몰입해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와 시인은 둘이 아닌 하나이며, 이 근원적 일체감 속에서 [바다 회사]를 예술품 자체가 된 시로 승화시켜 놓는다. 파도 같은 박수 소리는 물거품처럼 공허하고, 근속훈장이라는 것은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 뿐이라는 것----, 그러나 이 ‘허무주의적 드라마’가 만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우리 서민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근면 성실이 물거품이 되는 삶, 파도 같은 박수 소리가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이 되는 삶, 아름답고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허무한 삶----, 바로 이것이 어촌 마을, 아니 우리 서민들의 인생무상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 5
1부
바닥의 그늘 12
오래오래오래 14
고기를 굽다 16
바다 회사 18
붉은 맨드라미 아래 20
밤에 관한 단상 21
공약空約 22
사랑의 끝 23
뒤집다 24
붙박이 26
이팝나무 시루 28
지심도에 가볼 일이다 30
구멍 31
지상을 지나가는 저녁 32
2부
선 36
시 쓰는 여자 37
시발시발詩發詩發 38
고등어 가장 39
낯익은 얼굴 40
추나하실래요 41
느티나무 집들이 43
화석 45
층계를 보면 46
후생後生에게 말을 걸다 47
겨울장미 48
복원하다 49
여름 그리고 50
그 바닷가에서는 51
흔들흔들 52
3부
오래된 이명 54
버려진다는 것 55
가위눌림 56
계단 오르기 58
모섬 60
생生 61
땡땡이무늬 원피스 62
바람의 길 64
A형 독감 66
벽화 68
가슴에 내린 눈은 쓸기가 어려웠다 69
대나무 그 마디마디 71
무를 자르다가 72
고향 73
가끔 술래처럼 왔다가는 74
4부
다시 쓰는 곰나루 76
연잎 같은 여자 연꽃 같은 남자 78
꽃이 아닌 것 없다 80
느티나무 그 여자 81
장대비 82
한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83
문전성시 84
분주한 무음 85
요양원 87
부용꽃 자장가 89
그 병동엔 후크 선장이 있다 90
감자꽃 91
12월 92
해설 삶의 아련한 무늬,
새로운 서정의 연금술 김병호 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