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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두고 온 귀 -모악시인선 29

박상봉 저 | 모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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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071654 / 112쪽 / 146g /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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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작은 창문! 4부로 구성된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는 시인이 일상에서 매순간 마주하는 삶의 모습을 47편의 작품으로 담아낸다. 1부의 시들은 유년기에 잃어버린 ‘귀(청력)’를 향해 있다. “내 귀는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해 / 저 바다 깊은 물속에 산다”(「물에 잠긴다는 것」)면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아득하고 막막한 시공간에 놓인 어떤 존재와 “내”가 어떻게 소통하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럴 때 시는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작은 창문이 된다. 박상봉 시인의 시는 세상과 인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비밀한 파장의 화음을 이야기한다. 그의 시에는 삶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비밀을 엿보고 알아차리고 깨닫는 기쁨은 만만치 않다. 2부 이후의 시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그 인간 안에 깃들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을 표현해낸다. “빗속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 젖은 발목이 더 젖어 슬프기도 한 여름”(「여름비」)은 너무나 투명해서 오히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투명함 속에서 “물 밑으로 가라앉은 숫자들은 / 저녁이 되면 별이 되어 떠오”(「알츠하이머의 집」)르고, 이렇게 떠오른 별은 시인의 손끝에서 시로 다시 태어난다. 그 별은, 시인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유년의 기억이다. 투명한 언어로 빚어낸 일상적 삶의 진실! 새집으로 이사 들어가는 날, 버리고 온 낡은 책상과 장롱, 정든 옛것을 생각한다. 새것들이 번듯한 집과 구색 맞춘 듯 어울려 보이지만, 쉬 정들지 않는다. 되짚어보면, 알지 못하는 사이 내가 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때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진 사람은 지금 어디에? 젊은 날 놓친 기차, 기차 놓치지 않으려 서두르다 역사에 두고 온 가방, 그것들은 이제 알아볼 수조차도 없을 만큼 색이 바래졌겠지. 엔진이 고장 난 비행기가 중량을 줄이려고 화물을 내던지듯 버릴 수밖에 없던 것들, 어느 때 어디서 흘려버렸는지 알 수 없는 그냥 지나친 무릅나무, 으름꽃, 산싸리, 고마리, 닭의장풀, 금계국, 바위취, 설앵초, 병꽃 등과 문장으로 남기지 못한 가여운 것들, 모든 기억, 그 흔적이 상함의 단단한 껍질 뒤집어쓰고 언젠가 누추한 몰골로 찾아와 창문 두들기며 큰 목소리로 떠들어댈는지도 모른다. 새집으로 이사 들어가는 날처럼, 버리고 온 것 중 하나가 속내 흔들어놓듯 ―「내가 버린 것들」 전문 “새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버려야했던 “정든 옛것”들, 그러니까 “모든 기억, 그 흔적”들의 “색이 바래졌”지만, 그럼에도 끝내 시인의 “속내 흔들어놓”았던 것들은 고스란히 시가 되었다. 시인이 ‘새집’으로 들어가느라 버려야 했던 것들이 “누추한 몰골로 찾아와 창문 두들”길 때, 그것들을 ‘시집’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물속에 두고 온 귀』에 수록된 시들은 “시절이 다 가도록 다시 꽃피지 않는 집 앞의 사랑나무 / 어둠으로 뒤덮인 마을과 길을 잇는 불빛 아래에서”(「유년시첩」) 꼭꼭 눌러 적은 간절하고 뜨거운 고백록이다. 그 고백록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을 짓는다 나는 주소를 모른다 꽃밭을 만든다 (…중략…) 결별한 어제를 빨아들이고 시냇물을 빨아들이고 싸리꽃 흙길을 빨아들이고 혓바늘 돋는 문장의 거친 호흡으로”(「태양 속 아이들」). 시인은 잃어버린 시절의 기억으로 집을 짓고 “결별한 어제”를 “혓바늘 돋는 문장의 거친 호흡으로” 뜨겁게 받아 적었다. 시인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갈 길을 잃어 불안한 꿈들이 / 혈관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비수를 / 꺼내어 들고 찾아가는 곳”(「물의 나라로」)은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에 깃들어 있는 세계이다. 이 시집을 펼치면, 박상봉 시인이 투명한 언어로 빚어놓은 일상적 삶의 진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비밀스런 세계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모습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상봉
저자 : 박상봉
1958년 경북 청도 출생. 1981년 「국시」 동인으로 문단 활동 시작. 1990년 하반기 『오늘의 시』(현암사)에 작품 선정. 1995년 『문학정신』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 재개. 시집 『카페 물땡땡』 『불탄 나무의 속삭임』 『물속에 두고 온 귀』 등 발간. 근대문학 연구서 『백기만과 씨 뿌린 사람들』 공저. 현재 「시공간」 동인. 대구시인협회 사무국장.

목차

1부 달의 눈동자
달밤 / 낮달 / 이명의 바다 / 네게로 가는 아침 / 물에 잠긴다는 것 / 뭉툭한 발 / 만두 / 은행나무 사다리 / 여름비 / 일식 / 겨자씨 정오 / 나무가 물끄러미 서 있는 까닭

2부 슬픔의 뒤쪽 풍경
초록 그늘 / 상림숲 / 알츠하이머의 집 / 우면산속기 / 차마, 부고를 / 꽃마리 / 매미와 베짱이 / 생각나무 / 밀양 / 달목도 / 늦가을 폐사지 / 꽃을 보는 방법 / 색계

3부 응달 한 뼘
숲의 독백 / 기울어진 골목길 / 언덕 위 소나무 / 다락방 알레고리 / 톡, 세상 / 신천지 / 등꽃 / 그 저녁 쓸쓸 / 시금장 시다 / 등골나물 / 구월이 오면 / 서랍 속 상자 / 내가 버린 것들

4부 태양 속 아이들
태양 속 아이들 / 자정의 꿈 /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던 그 무렵 / 새벽바다 / 종이비행기 / 유년시첩 / 보름달 / 물의 나라로 / 나, 등 뒤에

해설 귀와 달과 물의 삼각함수·이경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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