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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 - 문학과지성 시인선 535

신해욱 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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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956 / 129쪽 / 191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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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는 단순해지려고 한다. 아름다워지려고 한다” 신해욱은 이번 시집을 하나의 무족영원류로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뒤쪽에 위치해야 할 3부의 시편들이 1부를 앞질러 놓여 있는 형식이나 ‘시인의 말’을 반으로 나누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시켜놓은 구성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머리와 꼬리를 구분하지 않으려는,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인의 노력은 “지구는 둥글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네”(「어디까지 어디부터」)라는 구절처럼 무한한 궤도의 원형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시인은 자신이 불완전한 “반원에 갇혔다”(「π」)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반쪽을 찾기 위해 반원의 형태로 전진한다. 마치 “열대에 서식하는 백여 종의 눈먼 생물”(「무족영원」)처럼 온몸으로 이 세계의 내부를 향해 파고든다. 구덩이를 만들고 있다. 서두르자. [……] 구덩이 옆에는 구덩이에서 파낸 흙더미. 흙더미의 흙은 말할 수 없이 곱다. 지렁이는 흙을 먹는대. 구덩이 안에는 구덩이의 모자란 깊이. ―「윤달이 온다」 부분 시인이 파 내려가는 “구덩이”의 이미지는 “단춧구멍”(「단춧구멍」), “열쇠 구멍”(「이렇게 추운 날에」), “햄릿구멍”(「햄릿상자」) 등으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렇게 “벌어진 틈으로 미지의 액체가 콸콸 흘러”(「파훼」) 넘쳐 시인은 다리 없이도 미끄러지듯 나아갈 수 있다. 마치 자신의 시어처럼 단순하고 아름답게. 그렇지만 세계에 침투하여 너에게 닿으려는 노력은 좀처럼 성사되지 못한다. “놓고 왔을 리가 없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시집에서 ‘너’는 언제나 찾아 헤매야 하는 대상으로 “만지면 묻어”(「마술피리」)나거나 “가장자리를 따라 덧나는”(「악천후」) 존재에 가깝다. 이따금씩 너는 “더할 나위 없는 내 자리에서”(「국립도서관의 영원한 밤」) 웃음을 짓기도, “나의 소설 속에서”(「웃지 않는 소설」) 자서전을 쓰는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아닌 “그런 피조물의 삶은/도무지 추체험을 할 수가 없”(「레퀴엠」)으므로 시인은 어떠한 노력으로도 타자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과 직면한다. 여름이 가고 있다 뭐였을까 뭐라도 하며 나는 그의 환심을 사고 싶었지만 같은 시간의 같은 사건 속에 우리가 엮일 수는 없었습니다 ―「여름이 가고 있다」 부분 그럼에도 시인은 멈추지 않는다. 합일의 불가능성을 감수하면서 “틀리는 운명. 틀리는 방향./틀리는 만남. 다 틀렸어”(「과자를 주지 않으면 울어버릴 거예요」)라고 울먹이면서도 너를 찾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뒤를 돌아본다. 시인은 너를 “놓고 왔을 리가 없다”고 여기면서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여름이 가고 있다」). 어쩌면 너는 먼 곳에서 찾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떠나온 자리로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웜홀을 통해 과거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론처럼, 신해욱은 시집의 말미에 이르러 우리가 다시금 처음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그러므로 『무족영원』을 읽는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 그것도 무족영원류가 되어보는 특별한 체험이자 신해욱의 웜홀을 통해 무한히 거듭해보는 사랑의 회고일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신해욱
저자 : 신해욱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나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산문집 『비성년열전』 『일인용 책』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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