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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 소설, 잇다 3

이선희 외공저 저 | 작가정신(경영정신0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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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263251 / 492쪽 / 689g / 115 x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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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는 내 남편도 나와 같이 다리 하나를 잃기를 원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의 목숨이다, 이것이 나의 계산서이다’ 일인칭 화자로 서술되는 이선희의 단편 「계산서」에서 주인공은 다리 절단 사고로 인해 남편의 애정이 식었음을 직감하고 ‘모조가정’을 떠나 자기 학대의 유랑길에 들어서게 된다. ‘나’는 일주일 전 집을 떠나 마차를 타고 북국 호인(胡人)의 땅으로 왔다. 일곱 달 전에 다리 하나를 잃고 절름발이가 된 ‘나’에게 이곳은 너무나 춥고 고된 환경이다. 하지만 ‘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고, 이곳에서 일종의 계산서를 작성 중이다. 아이와 함께 한쪽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한 ‘나’의 결혼 생활은 망가져갔다. 남편이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닌 남편 스스로를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남편에 대한 신뢰까지 잃어버렸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남편이 새 넥타이를 매며 급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고 “두 다리가 성한 계집을 찾아갔”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남편에게서 무언가를 얻어야, 혹은 남편이 무언가를 잃어야 동등해질까 생각한다. 이는 남편의 다리 한쪽이 아니라 목숨 전체로 확대되어, 남편이 죽음을 맞아야만 수지가 맞을 듯싶다. ‘나’는 말한다. 이것은 바로 “모든 아내 된 자의 계산서”일 것이라고. 장편 「여인 명령」의 남숙채는 여자전문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유원과 연인 사이이다. 유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의 한 공장에 기사로 취직했으나, 곧 직장을 그만둔다. 이후로 숙채는 그가 ‘운동에 뛰어든 주의자’가 되었다고 추측한다. 유원은 숙채에게 청혼하며 고향에 먼저 가 있으라고 한 뒤 자신도 뒤따라가려다 ××서원에서 검거되어 감옥에 갇힌다. 이 사실을 모르는 채로 고향에서 하염없이 유원을 기다리던 숙채는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로 인한 일가들의 결혼 독촉을 피해 서울로 되돌아온다. 이후 숙채는 학교를 그만둔 뒤 백화점 점원과 술집 여급으로 지위 변화를 거듭하고, 유부남과의 결혼으로 갈등을 겪는 등 불안정하고 고된 삶을 이어간다. 이선희의 작품 속 여성들은 이와 같이 늘 죽음과도 같은 고난의 한복판에 놓이는데 그 기저에는 남성에 대한 강한 피해의식과 보상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고통과 비애를 견디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전락하는 여성의 모습을 다루면서도, 불행에만 집중하지 않고 과감히 현실로부터의 탈피를 추구함으로써 당시로서는 큰 도전을 꾀했으며 능동적인 의식을 보이고 있다. 미궁 탈출 게임을 통해 본 ‘여성’, ‘청년’, ‘레즈비언’이라는 각각의 방room 천희란의 소설 「백룸」에서 게임 스트리머인 ‘나’는 매번 비슷한 플레이에 염증을 느끼는 중이다. 반복되는 위기와 실수로 빚어진 자신의 캐릭터와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무력감이 찾아든다. 대학을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스트리밍을 시작하며 비교적 단기간에 유명세와 수익을 얻게 된 ‘나’는 친구들과도 미묘한 불화를 겪고 있다. 열세 살 연상인 변호사 애인에게도 이별을 고한 참이었다. 그녀가 조건 없이 베푸는 모든 호의와 선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착하다거나 순진하다거나 하는 ‘나’에 대한 그녀의 섣부른 정의의 말들 때문이었을까. 이별의 이유를 캐묻는 그녀 앞에서도, 또 자기 자신 앞에서도 ‘나’는 답을 들려줄 수가 없다. 그리고 후속작의 여주인공이 레즈비언인 게임을 방송하던 중 ‘나’는 커밍아웃을 한다. 그런 ‘나’를 향한 무지와 야만의 말들은 불쾌할 뿐 상처를 주지 않으며, 그렇다고 ‘나’를 위해 싸워주는 연대의 행위가 내게 들이닥친 난관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나’의 현재 삶은 게임에서처럼 ‘미궁’의 연속이다. 소설은 실체 없는 소문과 비난, 손쉬운 연대와 단절 등 끝나지 않는 지옥과도 같이 ‘나’를 옥죄는 현실을 선명하게 되비춘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이 가능한가, 하고 물으며. 이 시대를 써 내려가는 작가 천희란은 이렇게 썼다, “이선희는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 나선 작가였다” “제가 무슨 활빈당을 꾸미고 있던지 그저 웃고 보아주십시오.” 「여인 명령」의 ‘작가의 말’에서 이선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의 욕망과 엄혹한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그 사실을 폭로하는 데서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깨우치고자 몸부림쳐 왔다. 천희란은 에세이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에서 이선희에 대해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나선 여성”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선희가 거의 한 세기 전 직면했던 ‘지옥’은 천희란의 소설에서는 규범성에 내재된 차별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대의 지옥으로 반복, 재생산된다. 천희란의 소설 속에서, 게임의 일종기도 한 ‘백룸’의 공간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출구는 있으나 탈출이 아닌 새로운 미궁으로 이어지는 공간”, “완전히 폐쇄적이면서도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아이러니한 공간”. 시대를 달리하고도 계속 이어지는 미궁 속, 이선희와 천희란 작가가 마련해둔 ‘출구’는 어디인지,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계산서」와 「여인 명령」 그리고 「백룸」의 여성들을 둘러싼 세계는 결코 출구 없는 백룸일 뿐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우리는 ‘백룸’의 규칙에 ‘출구 있음’이 전제돼 있다는 점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백룸’과 마찬가지로, 세계가 우리가 저마다의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는 일종의 게임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만든 룰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 게임을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만약 삶이 백룸과 같은 유의 결코 장악되지 않는 룰 속에 철저히 복무하는 게임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곳에서 우리는 반드시 ‘출구’를 향하고 있다. _선우은실, 「백룸: 알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그러므로 믿어야만 걸어나갈 수 있는 곳에 대하여」(해설)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이선희 외공저
저자 : 이선희
1911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원산에서 보냈다. 십 대 후반에 서울로 상경하여 이화여자전문학교 문과에서 3년 동안 수학했다. 잡지 《개벽》 《신여성》 《신세기》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조선일보》 학예사 기자로도 활동했다. 1934년 《개벽》사에서 기자로 1년간 근무하면서 쓴 단편 「불야여인-가등」을 《중앙》 12월호에 발표하며 등단한 뒤, 1936년 《신가정》 6월호에 「오후 11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 생활을 시작하였다. 단편 「계산서」, 중편 「처의 설계」, 장편 「여인 명령」 등 열네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콩트, 사십여 편의 수필과 평론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해방 이후 1946년 극작가인 남편 박영호를 따라 월북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 천희란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영의 기원』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경장편 『자동 피아노』 『K의 장례』가 있다.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이선희
소설
「계산서」
「여인 명령」

천희란
소설
「백룸」
에세이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

해설
백룸: 알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그러므로 믿어야만 걸어나갈 수 있는 곳에 대하여_선우은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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