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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핀 집 - 지혜사랑 시인선 270

정미영 저 | 지혜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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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285143 / 104쪽 / 19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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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정미영에게 ‘어떤’은 분리수거를 하다 겪게 되는 “버려진 것들의 일부는 땅에 묻히고/ 일부는 또 버려지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수거함 같은 장례식장”(어떤 장례식장)으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도 없이 문상을 하는 현실의 공간에서의 ‘어떤’ 곳이자 “바람이 성호를 그으며 지나가는” 의식으로 “시간의 흔적이 뒤섞여 있는 몰골들”에서 자아를 확인하는 ‘어떤’ 곳이기도 하다. 또 ‘어떤’은 “생각 뭉치 때문”(어떤 처방전)에 아픈 “중심을 잡아주는” ‘어떤’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화살이 무디다거나 비아냥거려도/ 시위를 늘 중심에 두고 있다”(오랜 말). 그에게 ‘어떤’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행위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결국 ‘어떤’의 시가 되도록 잘 획득해낸다. 정미영에게 시론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내용이고 시작품에서의 시론은 정미영 자신이 크나큰 시론이 된다. 그에게 시는 정미영 너머의 있는 시로서 정미영을 관통하여 표적지에 꽂힌 화살과 다름없는 그 이상의 것이다. 그에게 ‘어떤’은 형식상이나 내용상 모두를 차치하더라도 시로서 ‘어떤’을 아우르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정미영의 시는 ‘어떤’의 의미나 강조만으로 이미 대상들을 충분히 따뜻하게 보듬고 자아나 타자를 떳떳하게 드러내 놓았다. 물론 여기에는 그가 받은 상처나 고통, 그리고 빛바랜 기억들이 뒤섞여 혼재하고 있지만 정미영은 여타의 유파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하여 왔다. 아치볼드 매클리시의 시학에 나오는 것처럼 그도 나름대로의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하는 ‘어떤’ 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부단히 시를 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그의 시가 그러하리라고 여겨진다. 정미영에게 ‘어떤’ 대상들은 “잊혀진다는 것은/ 혼자 조용히 그리움을 삭히는 것”(공중전화)으로 나타나다, “주인을 기다리던 반려견의 눈빛”(가을비)에서 “칸나로 붉게 떨어”지는 뜨거운 흐느낌을 뚝뚝 흘리는 가을비 같은 것으로, “살다 보면 뒤쪽이 더 진실일 때가 있다”(사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고 쌓여가는 세월에서 화석이 되는 것을 “한 소절씩 앓는 소리를 내며/ 덤덤히 돌아가는 선풍기 같다”(오래 된다는 것)는 사실적인 표현에서도 “살아간다는 것은 소소해서/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거나/ 내가 향기에 흔들리는 것이다”(감국을 따던 날)라고 자아를 받아들이며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심지어 “열섬에 갇힌 도시의 사람들”(열대야)마저 “움켜쥐지 못한 때의 얼룩이 그림자처럼/ 오랫동안 마음 한켠에 갇혀”(때를 놓치다) 있는 현대인의 녹록하지 못한 생활에서 “그늘진 틈 사이로 난 햇살 위를 길 삼아/ 겨울을 건너”(춘분) “봄도 조금씩 꽃피며 따뜻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어떤’에 대한 예시와 희망으로 대상들을 위로하며 보듬고 있다. 전철에는 달팽이가 앉아 있어요/ 모두가 같은 모양의 수신기를 차고/ 외계로부터 전파를 받아/ 스마트 속으로 스마트하게 접속해요/ 두리번거리며 총을 쏘고 있는/ 젊은 눈과 마주쳤어요/ 눈길을 돌려/ 같은 종족이라는 표시로/ 깊숙이 넣어둔 무전기를 꺼내/ 만지작거립니다// 내가 지구 밖으로 떨어져 나와/ 이 전철 안에 있는 걸까요/ 낯선 것들이 펼쳐져 있어서/ 정복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순간이동이/ 빨리 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가 종착지일까요/ 첫 사람/ 첫 눈빛이 그리워져서/ 휴대폰을 눌러/ 따뜻한 고향으로 전화를 하고 싶은/ 여기는 어디일까요 ― 달팽이 전철 전문 달팽이 전철은 달팽이처럼 더디게 사유하는 현대인들의 행동과 모습을 특징적으로 잘 잡아 희화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시의 묘사나 내용이 전철을 타고 오고 가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에 그야말로 스마트한 각자의 생활방식을 새로 만들어 적응하며 생존하여 왔다.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찾게 되었고 잠자기 전에도 확인을 하지 않고는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인들은 그만큼 중독되어 있다 하여도 과한 말이 아닐 것이다. 얼마나 중독이 심하면 밥을 먹으면서도 보고, 길을 걷다가 넘어지고,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놓친다. 하물며 전철 안은 오죽하겠는가. 비슷한 사람들의 비슷한 모습, “외계로부터 전파를 받아/ 스마트 속으로 스마트하게 접속”을 하고 “같은 종족이라는 표시로/ 깊숙이 넣어둔 무전기를 꺼내” 동족임을 증명한다. 정미영이 바라본 전철 안의 기괴한 풍경은 “낯선 것들이 펼쳐져 있어서/ 정복당한 것인지도”, 아니면 “지구 밖으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헷갈리는 “어색한 표정으로 순간이동이/ 빨리 되기를 기다리”는 달팽이 전철 안은 “첫 사람/ 첫 눈빛이 그리워져서/ 휴대폰을 눌러/ 따뜻한 고향으로 전화를 하고 싶은” 그런 곳인데, 현실은 달팽이처럼 우글거리며 모두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같은 종족의 표시”로 앉아 있다. 이런 진지한 관찰을 하는 화자에 정미영은 어떤 방어기제나 폭력적인 시어를 전혀 선택하지 않고 “낯선 것들이 펼쳐져 있어서/ 정복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정중한 인정과 순간이동에 대한 따뜻한 말로 스스로 위안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은행나무 사거리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리로 된 집이 있다// 한때 사랑에 애타던 사람들이/ 문 앞에서 서성이던 곳/ 그 집에 들렀던 사람이라면/ 눈물 한쪽 분량쯤 되는 기억을/ 넘기고 있을 텐데/ 딸깍이던 소리에 조바심 내면서/ 수화기 너머로 주고받던 무수한 사연은/ 푸른 은행나무 길을 휘돌아나간 바람처럼/ 여러 번 새잎이 돋아도/ 돌아오지 않는다// 잊혀진다는 것은/ 혼자 조용히 그리움을 삭히는 것/ 빗장을 닫아걸고/ 덧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은행나무 사거리 빵집 앞에는/ 아직도 유리로 만든 집이 있다 ―공중전화 전문 이 시는 앞의 달팽이 전철과는 다르게 정미영만의 시풍이나 문체가 잘 드러난 시가 아닌가 싶다. 서사나 서정이 무난하고 억지스러운 데가 없고 앞뒤 구절이 잘 맞아 이해도 쉽게 되지만 받아들이는 서정의 진폭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중전화”를 “유리로 된 집”이나 “한때 사랑에 애타던 사람들이/ 문 앞에서 서성이던 곳”이라는 일반적인 표현에서 “딸깍이던 소리에 조바심을 내면서/ 수화기 너머로 주고받던 무수한 사연은/ 푸른 은행나무 길을 휘돌아나간 바람처럼/ 여러 번 새잎이 돋아도/ 돌아오지 않는다”로 청각 효과를 내며 이미지의 상승효과를 등가시켜 나타낸다. 그러면서 “잊혀진다는 것은/ 혼자 조용히 그리움을 삭히는 것”으로 파악하여 “딸각이던 소리에 조바심을 내면서”의 부분과 병치를 이루면서 “유리로 된 집”에 대한 특성과 여러 풍경들을 ‘어떤’에 반추시키는 인물이나 사건이 있었음을 잘 지적해낸다. 정미영에게 공중전화는 “잊혀진다는 것은/ 혼자 조용히 그리움을 삭히는 것”으로 화자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은행나무 사거리 빵집 앞”에 있는 “유리로 만든 집”을 떠올리며 혼자 “조바심 내면서” 지난 시간의 공중전화를 통해 다시 대화를 하고 싶은 자성의 시간이 응축된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수채화같이 맑게 잘 드러낸 작품이다. 정미영에게 “공중전화”는 한때의 사랑이나 그리움을 삭히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는 ‘어떤’ 곳에서 서정의 대상이 되면서 또한 ‘어떤’의 동기가 될만한 시학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미영
저자 : 정미영

목차

자서 5

1부

어떤 장례식장 10
공중전화 11
오랜 말 12
가을비 13
나무의 길 14
가난한 밥때 15
달팽이 전철 17
애월 소나타 18
사과 19
오래 된다는 것 20
감국을 따던 날 21
수족관 22
발버둥 치다 23
열대야 24
터미널에서 25
때를 놓치다 26
춘분 27
밥 28
도시 나무 29
능소화 핀 집 30
어떤 처방전 31
단풍 32

2부

낮잠 34
하현달 35
암표 36
시 37
벚꽃사진관 38
느리실 마을 39
문턱 40
개망초 41
설거지 42
입춘 43
부부 44
너도 바람꽃 나도 바람꽃 45
양팔 저울 46
달빛마을 47
그늘 48
추秋상想 49
쇼윈도에 사는 사람 50
삼월 51
카페 포엠에서 52
산목련, 비밀을 듣다 53
조용한 위로 55
감시카메라 56

3부

주인 잃은 전화 58
맛을 잃어버리다 59
배롱꽃 닮은 여자 60
수화 61
명자꽃 62
낮달 63
인연 64
무화과 65
형용사 66
오래된 시계 67
엘리제를 위한 기억 68
유달산의 봄 학교 69
아버지의 밥 70
찔레꽃 71
오얏꽃 질 무렵 72
남매 73
기억 74
기다림의 속들 75
마음은 평택역에서 내리다 76
바람꽃 마을 77
인형의 집 78
건들바람 79

해설/ ‘어떤’ 대상을 위한 따뜻함의 시학/ 권혁재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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