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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지킨 약속

송문익 저 | (주)북랩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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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362512 / 412쪽 / 500g /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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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삼월 중순이 되자 모란봉을 덮고 있던 눈은 말끔히 사라지고 들판에는 바야흐로 푸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금 대동강 변을 걷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결혼은 당사자들의 생각보다도 부모들의 허락이 더 중요했다. 그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보석 씨, 부모님들은 저의 가문에 대해 아직 한 마디도 물어보지 않으셨잖아요? 혹시 기독교인들은 자녀를 결혼시킬 때 가문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습니까?” 마침내 아버지는 마음속에 가두어 두었던 의문을 입 밖에 꺼냈다. “기독교인들도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럼 왜 부모님들께서는 저의 가문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으실까요?” “벌써 다 알아보셨을 거예요.” - 64쪽 신포는 동해안의 작은 항구도시였는데 회양에서 훨씬 더 북쪽에 있었다. 우연이었겠지만 아버지의 새 임지를 찾아 우리 가족은 계속 북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신포는 이전의 다른 곳들과는 달랐다. 많은 사람이 어업과 이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상점과 식당과 술집들도 많았다. 거리를 걷는 주민들은 발걸음이 빨랐고 그들의 말에는 강한 억양의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는 공의로 발령을 받은 후 정해진 근무시간도, 휴일도 없이 일했다. 따라서 가족들은 한밤중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맨눈으로 보이는 곳에 섬이 하나 떠 있었고 아버지는 이제 말 대신 통통배를 타고 왕진을 가야 했다. 바람이 불고 물결이 높이 이는 밤이면 엄마와 할머니는 행여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봐 피 말리는 긴장 속에 아버지를 기다렸다. - 76쪽 어느 날 오후 아버지는 지서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지서로 오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지서에 가자 지서장은 예상치 못한 요구를 했다. “선생님, 보도연맹에 가입해 주십시오.” 지서장이 말했다. 보도연맹은 1949년 6월 정부가 만든 전국적인 조직이었다. 여기서 보도라는 말은 보호하고 계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에 따르면 과거에 좌익 이력이 있던 사람들을 보호하고 계도하기 위한 것이 이 연맹의 설립 목적이었다. “서장님도 아시다시피 나는 좌익이 아니었습니다. 대동청년단이 내게 씌운 혐의가 허위라는 것을 서장님도 잘 알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위든 아니든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은 다 가입해야 합니다.” - 161쪽 이제 거리는 3m까지 줄어들었다. 엄마에게 안기려는 아기의 발버둥이 더 격렬해졌다. 그러나, 그러나 운전석의 헌병 때문에 엄마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헌병 모르게 복님을 돌아서게 할 수 있을까? 얼굴에 성난 표정을 지으며 팔을 뻗어 주먹으로 복님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래도 복님은 멈추지 않았다. 아아 이 일을 어쩌나! 이제 불과 2m. ‘오지 마! 가! 돌아가!’ 엄마가 두 손을 내밀어 복님을 떠미는 시늉을 하며 소리 없이 외쳤다. 이 순간, 복님의 눈에 엄마의 옆얼굴에 난 상처가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의 필사적인 몸짓과 군용 트럭, 알 수 없는 전율이 그녀를 흔들고 지나갔다. 깜짝 놀란 복님, 마침내 이 영리한 열 살짜리 소녀가 홱 돌아섰다. 그리고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 303쪽

저자 소개

  • 저자 : 송문익
저자 : 송문익
송문익은 강원도 회양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성장기를 충북 충주에서 보냈다.
별명은 먼산바래기. 어릴 적, 어른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 일찍부터 글쓰기를 좋아한 그는 자신의 시나 콩트 등을 교지에 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적인 문학 수업의 길로 들어서거나 자신의 직업을 문학 영역에서 찾지는 않았다. 한양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University of Puget Sound, Tacoma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다시 US International University, San Diego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지키지 못한 약속은 부끄럽다. 그러기에 이 책은 그의 고백록이다.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흘린 눈물 자국이며,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그는 왜 이 책을 써야 했을까? 그는 입을 열지 않는다. 대답은 독자들에게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목차

작가의 말

1편 1928 - 1945
1
2
3
4
5

2편 1945 - 1950
6
7
8

3편 1950 - 1951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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