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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정원 - 연경시선 1

석연경 저 | 연경출판사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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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766114 / 73쪽 / 112g /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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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평론가의 석연경 시평 1.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석연경 시편은 단아하고 고전적인,그러나 그 저류(底流)에는 삶의 형식을 상상적으로 확장하여 표현하는 역동적 환상의 이미지들을 품고 있다.그 이미지들이 파동치는 순간,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사물이나 오랜 기억을 지속적으로 불러내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탄력 있고 선명한 감각으로 재현 가능한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그래서 석연경 시편은 그러한 상상력의 첨예한 미학적 범례로 우리에게 뚜벅뚜벅 다가오면서,감각이라는 일차적 운동 형식에 의해 착상되고 발화되어 궁극적으로는 사물의 움직이는 말들을 상상적으로 듣고 있는 자신을 시집 곳곳에 배치해간다.그럼으로써 이 모든 것이 사물과 소통하고 그것을 선명한 감각으로 재현하는 자신의 내면에서 발원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구체적 감각을 통해 한결같은 심미적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완미한 도정을 구현해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서정시가 시간에 대한 고유한 경험 형식으로 씌어지고 읽힌다는 점에서,석연경 시인은 시간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서정시의 본도를 충실하게 견지해온 미학적 사제인 셈이다.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함께 생명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이롭게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꽃’의 생태학과 고독의 실존을 통해 시간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론적빛과 빚을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찰랑대는 바위산 빛나는 주검들 어두워서 빛나는 것들 별도 고통의 뼈다 뼈 무더기가 밤하늘을 마신다 먹빛의 기쁨아 모든 빛을 받아들여 어둔 이마가 빛난다 한 묶음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꽃밭으로 가네 꽃이 없는 꽃밭 꽃대가 마르고 꽃씨는 날아가 버리고 오로지 쓰러진 꽃대만 있는 곳 그나마 사라진 곳 찰랑거리는 것은 물이 아니다 꽃들의 잔상 바람의 잔상 바람의 프레임들이 겹쳐 슬로우 비디오로 풀들을 눕히고 있다 이것은 생의 절정 바람은 아무 것도 복사하지 않는다 휘몰아 쓰러지고 무너지고 쓰다듬고 일어나 사라지는 부싯돌 ― 적멸의 꽃 전문 이 시편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적멸의 상태를 상상하면서,그 안에 바위산에 아슬하게 서서 빛을 뿌리는 ‘꽃’을 배치한 일종의 환상 시편이다. 시인은 어두워서 더욱 빛나는 별들이 “고통의 뼈”이고, 그 뼈 무더기가 밤하늘을 마시면서 “모든 빛을 받아들여/어둔 이마가 빛”을 내는 순간을 목도한다. “한 몸으로 얽힌 삶과 죽음”( 무풍대 사슴 두 마리)을 연상시키는 우주적 스케일과 고통의 밀도가 작품을 꽉 채우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쓰러진 꽃대만 남고 모든 것이 적멸로 들어선 꽃밭으로 불어가는 바람을 바라본다.그렇게 “꽃들의 잔상”과 “바람의 잔상”을 함께 느끼는 시인은 그 순간 역설적인 “생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모든 것을 휘몰아 쓰러뜨리고 쓰다듬는 바람 앞에서 “일어나 사라지는 부싯돌”이야말로 새로운 존재 생성의 순간인 ‘적멸 이후’의 상태를 예감하게끔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이 시편은 “단단한 고독의 뼈”(미인수)로 가파른 생을 지탱하면서 “막막한 우주의 절벽”(마삭 만삭 티베트 악사)에서 사라져가는 존재자들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생의 절정”을 바라보는, 석연경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의 스케일과 밀도를 보여준 의미 있는 결실이라 할 것이다. 2.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석연경 시인에게 있어서 “허공”은 “절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절벽”이 새로운 인식으로 가는 공간(길)이라면, “허공”은 그것의 과정이다. 석연경 시인에게 있어서 “허공”은 ‘허무’와 동의어가 아니다. 그것은 허무라기보다는 ‘비움’에 가깝고, “텅 비어 융숭”(「집착에의 장사진」)한 어떤 것이다. 흰 코끼리가 숲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을 지나온 빛줄기가 숲에 드니 상아가 긴 황금 작약이 옵니다 바람이 붑니다 황금 작약의 시간에 누가 성벽을 쌓나요 …(중략)… 절벽이 여럿 있는 바위산이 붉은 알을 품습니다 여린 싹 연두 구름 한 방울이 눈을 반짝이며 당신에게 오릅니다 쿵 가슴으로 쓰러진 구상나무를 일으켜 세웁니다 천둥소리를 내는 두꺼운 책이 자랍니다 책장은 연비를 새기는 칼날입니다 …(중략)… 황금 작약이 흔들리며 가득 피다가 입을 오므리는 동안 허공은 허공인 채 있습니다 불기둥을 숨긴 회오리 사이로 지나가는 붉은 절벽을 봅니다 당신의 따뜻한 몸을 만지고 향기를 맡습니다 씨앗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귀머거리와 광막한 세계를 꿰뚫어 보는 눈 먼 자 꽃비가 내립니다 머물던 바위가 코끼리 걸음으로 파도소리를 냅니다 예전 당신은 어디선가 피고 졌다가 익숙하고 낯선 풍경 새로운 당신이 옵니다 황금 작약과 코끼리는 바위산을 오르는 허공입니다 당신을 너무 늦게 알거나 영영 모르거나 당신은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지금 여기 있습니다 영영 사라지는 것은 없어서 우연인 듯 황금 작약이 핍니다 ―「허공, 황금 작약에게」 부분 아름다운 성취를 보여주는 시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석연경의 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 여기에도 여전히 “절벽”과 “허공”의 기표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절벽이 여럿 있는 바위산이 붉은 알을 품”는 풍경은 시인에게 있어서 “절벽”이 새로운 깨달음, 혹은 정신적 부화(孵化)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시인이 그것을 “절벽”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이유는 그 깨달음의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 바위산에서 “천둥소리를 내는 두꺼운 책”이 자란다는 전언은 얼마나 명시적인가. “천둥소리”는 개벽(開闢)과도 같은 깨달음의 음성적 신호이다. 석연경 시인에게 있어서 허공이 허무가 아니라 비움을 통해 융숭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은 “황금 작약과 코끼리는 바위산을 오르는 허공입니다”라는 문장을 통해서 다시 확인된다. 이 시에서 “허공”은 코끼리/작약과 등치 되므로 미혹과 집착과 속박에서 벗어난 니르바나의 상태와 다르지 않다. 3. 황정산(문학평론가·시인) 석연경의 시에는 초목들이 자주 등장한다. 초목들로 대표되는 자연과 그 자연 안에 내재해 있는 생명의 힘이 석연경 시인 시들의 중요한 소재고 또 주제이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생태시들의 자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생태시들은 자연을 이상화하고 신비화한다. 이상화된 자연은 세상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원리가 되어 관념화된다. 이렇게 관념화된 자연은 결국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달리 석연경 시인의 시들에 등장하는 자연은 구체적이다. 아니 구체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의 시들은 자연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말하게 만든다. 다음 시를 통해 석연경 시인이 어떻게 자연과 관계 맺는지를 살펴보자. 비로 내리는 당신 나는 진다 낙화라는 사랑법 당신 무게에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살고 지고자 내린다 젖어 내리는 내 한생 봄날의 일만이 아니다 둥근 열매 열리는 날 단단한 우리 사랑 여름 빗소리로 다시 피리니 이 봄 매화에 내리는 비 젖어 울지 않으리 ―「매화에 내리는 비」 전문 시인은 시를 통해 매화와 소통을 한다. 꽃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꽃이 단순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에서 표현된 매화는 의인화나 알레고리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를 위한 대리물이거나 다른 관념으로 환원되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매화 그 자체이다. 또한 매화는 다른 어떤 것의 비유도 아니고 더 큰 존재를 대신하는 환유도 아니다. 꽃은 시인과 대면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화’는 “젖어 내리는 내 한생/ 봄날의 일만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보고 있는 동안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를 형성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러한 매화는 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인이 겪었을 인생의 슬픔을 들여다보는 존재이다. 꽃은 “당신 무게에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살고 지고자 내린다”고 말한다. 현실의 고통으로 도피하기 위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든 것들과 함께하기 위해 꽃이 핀다는 것이다. 삶이 주는 고통을 고스란히 껴안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화는 슬픔을 내재화한다. 하지만 꽃은 “젖어 울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시인이 가질 수 있는 고통과 그것에 대한 슬픔을 매화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화답해준다. 한마디로 시인에게 매화는 한 존재가 가질 수 있는 슬픔과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생명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소통의 존재이다. 이를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 놓고 생각해보면 좀 더 알기 쉬워질 것 같다. 석연경 시인의 시에서 인간과 자연은 한 세상에 함께 있으며 서로 소통하는 존재이다. 끊임없이 자연을 타자화하여 인간과 자연으로 세상을 이분하지 않고 자연에 초월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인간을 자연에 복속시키지도 않는다. 이것이 석연경 시인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석연경
저자 :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둥근 거울』이 있고 정원 시선집 『우주의 정원』이 있으며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목차

제1부

터키정원
독일정원
라벤더
영국정원
세계의 정원
비밀의 정원
인도보리수
사막정원
릴리와 또 다른 릴리
다링 만다린 오렌지꽃

제2부

미인수
적멸의 꽃
허공, 황금 작약에게
원추리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다
돌꽃
흔적
부겐빌레아
산수국에 장맛비 내리다
씨앗의 배후
눈 내리는 후박나무 숲에서

제3부

매화에 내리는 비
오라 사과꽃 오로라
낮달맞이꽃
복숭아 성전
참나리가 필 때
수국
계요등
겨울꽃
은사시나무
짙푸른 양귀비

제4부

꽃무릇
동백꽃
자귀꽃 피는 오후
새벽 실내정원
엉겅퀴
후피향나무 아래서
귀경게
정적 속에서
황금 성전 아래서
백년 정원
순천읍성 푸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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