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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세이/기행 > 에세이 > 사진/그림/카툰에세이
출판사 리뷰
작은 것들과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과 그림… 이장근 시인의 ‘그림에세이’는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육필로 쓴 짧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이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 계기는 창문 없는 방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창문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교사가 되고 난 다음 시인이 찾아간 곳은 어린이 미술 학원이었고, 거기에서 미술 선생에게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더 좋다는 말을 듣고 시인이 겪은 일상을 그리고, 거기에 시적인 아포리즘을 넣었다. 이장근 시인의 그림은 비록 아마추어리즘이지만, 그 아마추어리즘이 건강하고 소박한 시인의 마음과 만나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림을 보면서 읽는 시인의 아포리즘은 순간의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현실의 깊은 곳으로 육박해 들어가거나 심지어 문명 비판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이다. “내가 꽃이 되면 세상 모든 길은 꽃길.” 도시와 멀어질수록 꽃이 된 사람을 자주 만난다. 대부분 주름이 낭창낭창한 할머니들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이 피었다. 그들이 몸에 흙냄새가 배서일까? 평생 흙을 일구고 산 몸.(16쪽) 점점 속도가 줄고 있다.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24~25쪽) 장모님이 기도하러 자주 올라간다는 산에 함께 오르던 중 보았습니다. 누군가 기도하고 간 흔적. 물 한 그릇이 전부였습니다. 기도는 저렇게 맑아야 한다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그저 밥 굶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정도. 그것도 자신보다 자식, 그러니까 남을 위한 기도. 그런 기도는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31쪽) 경쟁하면 두 배로 무거워지고 격려하면 0킬로그램이 되는 저울(39쪽) 열쇠 구멍은 사람 모양이다. 사람이 잠그고 사람이 연다는 듯이… 그리고 열 때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열어야 한다. 심장은 몸이 품고 있다. 심장이 한 바퀴 돌면 철컹! 열린다.(63쪽) 거의 금언에 가까운 이런 단상들은 그림과 어울려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거나 마음을 점점 느려지게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느림약 좀 주세요’일까. 거창한 논리나 이론이나 또는 ‘깨달음의 언어’가 아니라 시인이 주위의 사물과 풍경 또는 사람을 통해 도달한 마음 상태를 그림과 글로 엮어낸 것이다. 또 학교 현장에서 마주친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도 숨어 있지만, 시인은 분노에 앞서 그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논다. 함께 논다는 일만큼 교사에게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청소년시도 쓰고 동시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장근 시인은 시집이 두 권이나 있는 시인이다. 시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것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작업은 처음부터 ‘큰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과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자세 또는 태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