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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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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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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호원숙
- 25,200
- 1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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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후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오후는 오전과 대비되는 시간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대체하는 기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권주열은 어떤 대상에 붙은 이름을 지우고 낯선 이름을 붙인다. 말과 말 사이의 틈을 찾아내고 그 틈에서 땜질한 흔적이 있는, 공기처럼 가벼운 4인칭의 언어를 발견한다. 빵에 뚫린 작은 구멍들은 이름이 없다. 그것은 그냥 작은 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작은 구멍에 시인은 “숭숭 뚫린 입들”이라는 낯선 이름을 붙인다(이름 붙일 수 없는 자). 권주열은 이번 시집에서 말에 나 있는 틈을 탐구한다. 그 작고 기묘한 틈을 파헤치고 들어간다.
말의 틈, 그 비어 있는 자리를 응시하는 시인의 유쾌한 명상은 소리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비는 소리가 없지만, 소리 나는 쪽으로 내리고 있다는 생각. 소리는 비와 전혀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리가 비를 만나는 게 빗소리라는 생각. 이런 생각들은 비와 소리의 관계를 보여 주는 낯선 시적 상상이다. 비는 소리가 없다는 시인의 생각은 놀랍다. 빗방울이 어떤 사물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게 빗소리가 아닌가.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와 만날 때, 그 계면에서 발생하는 어떤 불꽃 같은 것, 그것이 소리다. 이러한 인식은 장자(莊子)의 소리에 관한 인식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지만, 권주열의 시적 상상력은 장자의 상상력과 다른 결을 보여 준다.
통념을 뛰어넘는 이런 상상을 통해 시인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인식에 일대 전환을 일으키려 한다. 이런 시도는 시집의 백미인 '곡률의 부호'에서 극을 이룬다. 외출했다가 한나절 지나 돌아왔을 때 아직 마당을 다 지나지 못한 달팽이를 보면서 시인은 “내가 환갑이 지나고 칠순은 넘어야” 달팽이가 “동네 한 바퀴를 다 돌” 것이라 생각한다. 동네 한 바퀴를 다 돈 달팽이는 다시 만난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까까지도 멀쩡하던 양반이 왜 이리 퍼석 늙어 버렸”냐고 생각한다. 얼마나 놀라운가.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걸 찾아낸 시인의 뛰어난 감각은.
―김참(시인)
시인의 말
0. 전혀 아름다운
레몽 크노 11
더 멀리 근접하기 12
오후 14
드로잉 16
산개(散開) 18
언어와의 작별 20
소여풍경 22
말. 벌. 바셀린 23
4인칭 24
4인칭 1 26
그렇습니다 28
빗소리 30
비 소리 31
전깃줄 32
자음 혹은 장애 33
비인칭 창 34
비인칭 창 1 36
가자미 37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38
처럼 40
객(客) 41
섬 42
첫눈 44
새가 날아오를 때 45
소형 공구함 46
토리노의 말 48
토리노의 말 1 50
1. 더 쪽으로
수평선 기하(幾何) I 53
수평선 기하(幾何) V 54
수평선 기하(幾何) Ⅵ 55
수평선 기하(幾何) Ⅸ 56
수평선 나무 58
木工 演習 59
1963 60
더 쪽으로 62
곡률의 부호 64
강우량 66
난간 67
철물점 68
신체적 밤 70
프라이드치킨 71
입 74
호명 75
선고 76
도약 78
플랑크의 별 80
깨알 같은 모래알 81
최후의 발걸음 82
나무의 왕래 83
미역 84
이식 85
침묵의 에스키스 86
눈 뒤의 수평선 88
소나기 景 89
더 쪽의 눈들 90
두통 91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은 고양이에게 길을 묻는 방식이다 92
해설 임지훈 ( )를 가리키는 방법 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