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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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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추천사> 시인을 만난 지 꽤 됐다. 그동안 시인에겐 “링거 병에서 떨어지는 수액 같”은 시간이 있었고 ‘한 방울 두 방울 초침을 세듯 수액 방울을 세어야 말을 듣는’ 고통스럽고 지겨운 시간들이 있었다. 『나의 델포이』는 그 긴 시간 중에 태어난 시집이다. 내 몸과 삶을 응시한 시집이며 이웃과 자연과 사물과 조물주를 바라본 시집이다. 시인의 시편들은 하나같이 들떠 있지도 가라앉아 있지도 않다. 짐짓 침착하고, 평온하고,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아마도 이 시집에 관해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도 ‘아이구 됐습니다, 그만’ 손사래를 치실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인의 그런 태도들이 참 좋다. 시인은 생색내는 걸 싫어하신다. 원숙식당, 성이식당……, 시인과 어울려 다녔던 식당들이 떠오른다. 락앤락 통 한가득 시인이 담아 주셨던 김치 맛과 어느 해 가을 비산비야 나들이를 갔다가 일행들이 구절초꽃을 꺾으려 들 때 더럭 화를 내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무엇보다 시인은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시는 분이다. 말씀은 안 드렸지만 시인이 다니시는 가좌성당 앞을 지날 때 나도 마음속으로 성호를 긋곤 한다. 늘 건강하시기를 빈다. <책속에서> 나의 델포이 메타세쿼이아는 하늘바라기 키가 크다 하늘바라기 새잎이 나기도 전에 허리께가 잘려져 버렸다 폐허에 줄지어 선 신전 기둥 꼴이다 나무 따라 언덕을 오르니 작은 운동장이 나온다 인적 끊긴 지 오랜 듯 농구 골대 아래엔 풀들이 무성하고 간간 새소리만 들린다 힘든 시절이 끝나긴 할 건가? 나는 속엣말을 꺼내 땅바닥에다 끄적인다 나무 기둥에다 돌멩이로 ‘너 자신을 알라’고 써 본다 운동장은 신전이 될 수 없고 신전에 신이 살지 않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는 벤치에 앉아 이제 기다려야 할 것은 오직 죽음이라고 되뇌어 본다 엊그제 들른 성당에서도 하느님은 몇 개월째 출타 중이셨다
시인의 말
제1부
둥근 돌 13
사랑이 끝난 뒤 14
나의 델포이 15
몸이 가벼워져서 16
내 이름은 김효숙 17
두 개의 시간 18
비타민 D 20
불에도 눈물이 있다 22
아파트에 대하여 23
우기 24
몸의 저작권 26
제비꽃 28
그늘 이용료 29
모래 위에 그린 하트 30
속도 31
별의 귀환 32
제2부
북천 37
유언도 없이 38
흙밥 39
세밑 풍경 40
파뿌리는 쓸쓸하다 42
내동柰洞 산303번지 43
안개마을 정착기 44
다리 46
먼지는 두고 간다 47
화룡점정 48
출구 50
흙 속의 흙 51
서귀포 52
공장 지대 흰 구름 54
은행나무 오지랖 55
자귀나무 페르소나 56
제3부
낙엽이 비처럼 쏟아져 59
네가 반갑지 않고 60
지문 61
겁도 없이, 나비 62
나인건축사무소 지나 가좌성당 64
맨드라미 66
전문가 67
장미의 생에서 한철 68
금줄 70
망각이라는 처방전 72
짐 74
평행선 75
기억은 더러 왜곡된다 76
천 개의 손 77
소통 78
동행 79
번안飜案 80
제4부
소일 85
화투花鬪 86
사람은 비가 아니고 87
만월 88
철없는 것들 89
세 잎은 버리고 네 잎 90
문패 91
달세방 92
그래도, 봄은 간다 93
여름 숲에서 94
이명 95
아이들이 많은 동네 96
떼 97
백로 98
수취인 없는 택배 100
호박과실파리 101
방생 102
소인국 103
그리운 것은 멀리 있다 104
백치 105
그날 106
해설
김남호 무심함으로써 심오해지는 역설의 시학\t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