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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초상화 - 현대시세계 시인선 142

박기영 저 | 북인 | 2022년 05월

길 위의 초상화 - 현대시세계 시인선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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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1426 / 156쪽 / 218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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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속에서> 시인들의 아침 통화 ― 이문재에게 -- 아침에 전화가 왔다. 장흥이라고 했다. 혀가 벌써 태양을 산 위로 쫓아낼 정도로 꼬부라져 있었다. - 예수가 왜 죽었는지 아냐고 물었다. 자기를 구원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너는 죄가 많으니 자기보다 이틀만 더 살다가 죽으라고 했다. 자기를 묻어주고 가야 한다고 했다. -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네가 해장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내가 죽기 이틀 전까지 기필코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예수가 부활하기 전 새벽닭이 울어야 되듯이 너는 시라는 죄를 더 지어야 땅에서 해방된다고 했다. - 그렇게 답하고 나도 이틀 동안 죄를 더 짓기 위해 이렇게 시를 쓴다. -- 그 여름의 민란 ― 신휘에게 2 -- 그 폭군은 잔인했다. 사람 살가죽에서 땀과 소금을 쥐어짜다가 마침내 길가 풀 한 포기마저 가만두지 않았다. 미루나무들은 잎사귀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붉은 피를 토해냈다. 해가 지면 사람들은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별들이 산다는 남쪽에서는 밤마다 촛불이 불타올라 봉화가 돋았다는 소문이 밤하늘을 흔들었다. 그 사이 뚫고 포도밭에서는 눈에 붉은 핏발 선 포도송이가 밭고랑을 더듬는 노인을 쓰러뜨리고, 머리를 짧게 깎은 병사는 이를 악물었다. 남쪽에서 시작된 싸움은 처서가 지나서는 산맥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추격전으로 변해갔다. 그 흔한 태풍도 그 싸움판에는 끼어들지 않으려고 동쪽 바다로 항로를 변경해버렸다. 마침내 사람들은 그의 하야를 요구했다. 그러나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폭군은 들판을 갈라놓고, 교수대 끝에 새로운 소문의 목을 매달았다. 그 여름 우리들의 밤은 뜨거운 양철지붕처럼 달아올랐고, 강가에서 파랗게 질린 강물들이 부글거리며 뱃속에 가득 찬 가스를 터뜨려 물고기 아가미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아무래도 민란의 물풀들이 마른 강바닥에서 긴 혓바닥을 하늘 높이 토해놓고 말 것 같은 불안이 집집마다 대문 두드리면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판장에는 날마다 숱한 이름이 교수대에 붉은 글씨로 떠오르다 갑자기 사라졌다. -- 맹산인 방한문 상량 ― 방상철 형에게 -- 삼베를 묶는다. 하관을 위해 상주들 울고 있는 얼굴 가린 죽음 옆에서 세상과 이승의 경계를 묶는다. - 차가운 육신은 굳어진 얼굴 풀지 않는데 매듭 따라 슬픔은 한과 원망의 나루터 지나 저승으로 가는 뱃전 눈물로 출렁이고. - 한평생 객지를 더듬은 삼베 신발 위로 연꽃이 피고 남은 자들은 기도를 위해 오랫동안 목을 숙인다. 하관을 한다. - 아흔일곱 모질게 끌고온 한세상을 닫는다. 남은 자들에게 숨기고 싶은 모든 이야기 삼베로 감싼다. - 국립의료원 입관실 산 하나가 삼베로 자기 생애 덮으며 이승 떠돌던 긴 그림자 감춘다. --

저자 소개

  • 저자 : 박기영
저자 : 박기영
1959년 홍성에서 출생했다. 대구 달성고 중퇴 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장정일과 2인 시집 『聖. 아침』을 내고, 『숨은 사내』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무향민의 노래』 등의 시집과 우화소설 『빅 버드』를 출간했다. 방송작가로 〈낙동강 1300리〉 〈만행〉 등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고,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귀국하여 충북 옥천에서 옻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목차

1부 하늘다리
청량시편 1 · 13
청량시편 2 · 16
청량시편 3 · 19
신동재 1 · 21
신동재 2 · 23
신동재 3 · 25
신동재 4 · 27
천당에 핀 가시장미 · 29
활자지옥 · 32
밤의 사디즘 · 35
초록의자 · 37

2부 배시내 풍경
난중일기 · 41
그 여름의 민란 · 44
논물을 말리다 · 45
철필을 쓰다 · 47
원창들에서 · 49
포도밭 편지 · 51
아버지의 불꽃 · 52
겨울 울다 지치고 · 54
모래 눈 녹고 · 55
물목 · 57
둠벙을 헤매다 · 59
누운 세탁기 · 61

3부 늑대는 엉덩이에 산다
늑대는 엉덩이에 산다 · 65
1977. 학다리 · 67
단풍나무가 울다 · 70
어떤 사월 · 72
오월 하루 · 74
시인들의 아침 통화 · 76
붉은 섬 · 78
꽃 진 자리 · 80
장작 쌓기 · 82
어느 간이역에서 · 84
사십구재 · 86
죽림야화 · 88
나르는 강 · 90

4부 건천 가는 길
건천 가는 길 · 95
마임 · 97
사인암 · 99
페루에서 온 볼펜 · 101
독락당 세심정 · 103
경주 3 · 104
얼어붙은 여름 · 106
붉은 노잣돈 · 108
영도다리 학교 · 110
자귀나무가 피다 · 112
화면(火面) · 114
캐비닛 안에서 · 116

5부 돌의 구루
돌의 구루 · 121
돌의사 · 123
벌레의 집 · 125
마천, 1981년 · 127
이별의 상량식 · 129
식물농장 · 131
저녁의 기도 · 134
회룡포에서 · 136
이모 전상서 · 138
맹산인 방한문 상향 · 140

발문 집시 점성술사가 부르는 노래/ 문형렬 ·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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