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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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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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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뭉클 그것이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뭉클을 서랍 속에 넣어 두고 부를 기회를 엿보았지 가끔 사람들 앞에서 여기 뭉클이야 자랑하고 싶었으나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어 뭉클이 아닌 것을 뭉클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울고 싶기도 하고 웃고 싶기도 한 것 답답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심정을 뭉텅거린 게 바로 뭉클이라네 그 후 뭉클은 자주 불려 나왔어 뭉클이 바빠졌지 뭉클뭉클뭉클 뭉클을 너무 쉽게 대했지 친구에게 핫도그 한입 얻어먹고 뭉클이야 말한 적도 있었으니 뭉클은 가볍고 적당한 뭉클이 되어 갔다네 뭉클이라 부르면 연기처럼 흩어졌지 뭉클이 아닌 것 같았지 변한 것 같았어 뭉에 있는 구멍 속에 뭉클은 자기의 일부를 남겨 두고 대충 나오는 것 같았지 그래서 뭉클 자신만 가슴속이 뭉뭉해지는 거라고 점점 뭉클에게 시들해졌네 별 이유는 없었어 작별 인사 없이 찾아온 이별 같은 것 내 오래된 서랍 속 몸을 잔뜩 부풀린 뭉클이 다시 튀어나오려고 해 지금 뭉클 뭉클 불러도 좋을까? ■ 세량지(細良池) 나무가 물에 잠겨 있었다 무엇에 잠겨 산다는 것 물이라서 좋았다 다행이잖아 봄이라서 수온이 적당하기를 비가 저수지에 떨어질 때 네가 우산을 꺼냈다 둑방길을 걸으려 할 때 막 비가 와서 좋았다 우산이 커다랗고 동그랗게 펼쳐지고 자리가 생겨 나는 가방을 오른 어깨에 옮겨 멨다 왼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둘 곳 없는 손이 하릴없이 흔들흔들 저수지 안을 오래 기억하는 나무들 연둣빛으로 흔들리는 표정 두근대는 빗방울 나무를 더 자주 더 멀리 보냈다 흐려지는 물속을 들여다보며 비가 한참 오려나 봐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차가운 살 너는 내 손바닥 안의 비를 만져 보았다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들이 더 빠르게 흩어지고 ■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 나는 사람보다 꽃이 많은 시절에 살았는데 꽃을 보러 간 날을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함께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꽃에 붙여 주면 전생에 내가 잃었거나 낳았던 아이들 이름인 것 같다 은목련이라거나 백동백, 류장미, 진모란 가만가만 불러 보면 떠나 버린 사랑이 서둘러 돌아올 것만 같아 절대 미치지 않겠다 진달래 골담초 사루비아 같은 것을 똑똑 따 먹으며 배가 사르르 아파 오고 가끔 예상치도 못한 꽃이 덜컥 피어나 얼마 머물지 않고 또 떨어졌다
시인의 말
제1부
바래고 바래고 또 바래지는 것들 11
세량지(細良池) 12
깊어지는 골목 14
장주지몽 16
취생몽사 17
야유회를 오리다 18
노랑에 관한 20
그것이 나를 이렇게 키웠다 22
구름 기둥 23
사랑하지 않은 대가를 어디서 치르게 되나요 24
제2부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 27
공사 중 28
다시 봄 29
파리 파리바케트 30
오후 세 시 31
물그림자 32
가만히 33
가장 조용한 시간 34
열세 명의 여학생들 36
깊은 방 38
모르는 곳 41
제3부
문밖에 그 자그마한 45
십자가에 못 박혀 46
어떤 울음 47
자꾸 나를 잃어버린 채 48
아아여여(我我汝汝) 49
틈 52
여자 계단 아무개 그리고 CCTV 53
방문객 54
샤이나에서 온 남자 56
구월 58
검은 강 59
귀인 60
나는 꽃을 사지 않아요 62
본가입납 64
오후의 물병 65
제4부
0.00 69
이를테면 70
영원한 계주 71
억 억억 72
억 73
억 억 74
여섯 시 알람이 울고 75
밤의 출력 76
너무나무 77
황룡강 십억 송이 꽃 78
오늘은 누가 가장 행복했을까 79
뭐라도 줍다 보면 80
잊다 잊어버리자 잊혀지거나 82
제5부
마지막 잎, 입 85
가까워지면 안 되잖아, 라고 말했다 86
돌아가는 나비 88
허기심 실기복(虛其心 實其腹) 90
어반 트리 91
오이 94
무한화서 96
뭉클 97
해설 유성호 무엇에 잠겨 산다는 것을 생각하는 ‘뭉클’의 서정 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