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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2183065 / 236쪽 / 310g /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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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팬데믹의 어느 하루, 작가 허명애는 북한강이 휘감아 흐르는 섬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다. 모처럼 아들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여행의 설렘은 섬까지 따라 들어온 ‘코로나’로 순식간에 깨지고 만다. 허명애와 손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것. 검사를 받고 돌아와 가족은 각자의 방으로 수감되듯 흩어진다. 깊은 밤, 섬의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로 공작이 울어대고 배는 끊겼다. 뭍에서의 거리와 상관없이 배가 끊기는 순간 그곳은 바로 절해고도가 된다. 하물며 팬데믹 상황. 뭍마저도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절해고도로 나뉜 상태다. 허명애는 불안과 불면으로 어두운 창가를 서성인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나뭇잎 배’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오래전 수수밭을 흔들던 바람이 그 밤, 다시 나뭇잎 배 하나 띄워 보내준 건 아닐까. 그것을 시작으로 가슴 저미는 노래와 목소리들이 밤하늘을 날아, 밤물을 건너 허명애의 섬으로 온다. 허명애는 노래에 실려 온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오직 ‘이야기’만이 팬데믹의 밤을 견디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허명애와 그 밤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가난과 청춘, 상실과 문학이라는 역병도 함께 겪어낸 사람들이니까. 『서랍 속 수수밭』에는 경상북도의 벽촌과 청평, 멀리 나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화양연화는 종로, 인사동, 창덕궁, 돈암동, 미아리고개를 무대로 펼쳐진다. 서울을 납작하게 눌러 좌표평면으로 바꿔보면 1사분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곳은 근현대사의 공간으로든, 문학작품의 배경으로든 익숙하고 새로울 것 없는 장소다. 힘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걸어 오갈 만한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 놀라운 것을 보게 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여성 국극, 색소폰, 국화빵, 명랑, 돌문네 식당, 나라스케, 백송, 숙지황, 이순재 데뷔작, 자하문, 자두 같은 단어들을 발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자는 콧물은 흘렸지만 한 학년 위라고 허명애를 데리고 다니며 서울 구경을 시켜줬다. 창경원 벚꽃놀이도 가고 남산에도 올라갔다. 뚝섬에 데리고 가서 수영도 가르쳐주었다. 수영복이 없으니 입은 채로 한강에 들어가서 놀다가 햇볕에 말려서 돌아왔다. 자하문 밖 과수원에 가서 자두도 사주었다.(「오! 캐롤」, 52쪽) 1사분면의 설렁설렁한 좌표에 지나지 않던 지점들에 환하게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집을 지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새 터에 새집을 짓는 것보다 오래된 집을 고치고 다듬어 새집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솜씨 좋은 목수 김연정은 그 일을 해낸다. 연작소설 『서랍 속 수수밭』으로 우리를 나성보다 먼 종로, 미라보 다리보다 먼 인사동 골목으로 데려간다. 거창한 서사 없이 자잘한 ‘자두들’만으로도 그 일을 해낸다.
프롤로그
나뭇잎 배
오! 캐롤
흙 다시 만져보자
호반에서 만난 사람
사월의 노래
나성에 가면
타이스의 명상곡
When a child is born
청산리 벽계수야
비탈리, 샤콘느
브람스, 현악 6중주 제1번
마포종점
에필로그
발문 |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 _한수영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