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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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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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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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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17,820
- 25,200
- 16,200
- 16,650
출판사 리뷰
시에 대한 순수하고 진정한 자세와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시인의 어법과 문장은 솔직하고 소박하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난해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집의 많은 작품에는 얼핏 보아 쉽게 파악되지는 않지만 깊은 사유를 통한 철학적 통찰이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시집의 첫 번째 작품을 읽으며 논의를 계속하기로 하자. 햇살들이 그대의 속삭임 되어 어깨에 내려오네요 오늘은 한가롭게 여백이란 그림을 그려 가슴에 남기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그대의 작은 밀알들이 자라 숲이 되고 거대한 산이 되고 그 아름다운 산하가 익어 익어 이 가을날 햇살로 풍성해지도록 시원하게 맑은 하늘 붉게 물들어가는 감 몇 알로 가슴까지 익어가는 오후엔 그대가 그려줄 화폭을 펼쳐두고 기다림만 그리렵니다. - 「여백이 있는 오후」 전문 햇살이 좋은 한가로운 어느 가을날 오후다. 햇살은 마치 “그대의 속삭임”과도 같이 어깨에 내려와 부서지고 있다. 참 아름다운 정경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대’로 불리는 한 사람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화자는 이처럼 한가로운 날, “한가롭게 여백이란 그림을 그려/ 가슴에 남기고” 싶다는 자신의 희망을 피력하며 작품 첫째 연의 문을 연다. 그런데 “여백이란 그림”이란 말이 벌써 예사롭지 않다. ‘여백餘白’은 그림에 아무 내용도 없이 비어있는 부분을 말한다. 즉 화폭에 붓 자취 하나 없이 ‘하얗게 빈 공간white space’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백이란 그림’이란 말에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림’은 본래 어떤 형상을 평면 위에 선 또는 색채를 써서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우리는 동양화, 특히 문인화에 있어 여백의 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서양화는 화폭을 꽉 채워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경향이 크지만, 동양화의 경우는 일부러 여백을 남기면서 전체적인 공간을 활용한다. 이때의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붓질한 부분과 빈 공간은 필연적으로 결합되어 조형의 미를 극대화하고 여운을 통해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그 텅 빈 공간 안에서 “그대의 작은 밀알들이 자라”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마침내 “아름다운 산하”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이 가을날 햇살로” 풍성하게 익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구체적인 현실의 그림이 아니다. 여백 속에 그려지지 않은 그림, 즉 화자의 마음이 어른대고 있을 뿐이다. 셋째 연이자 마지막 연에서는 다시 화자의 현실세계다. 시인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다시 보여준다. “시원하게 맑은 하늘/ 붉게 물들어가는 감 몇 알”…, ‘파란’ 하늘과 ‘빨간’ 감의 강한 색채 대비가 강력한 시각적 심상을 유발하고 있다. 얼마나 선연한 모국의 가을 풍경인가. 그런데 화자는 “화폭을 펼쳐두고” 이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풍경 대신 “기다림만 그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기다림’은 마음속의 생각이다. 당연히 형체도 색채도 없다. 첫 연에서 화자가 ‘여백이란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이 상기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을하늘 아래 익어가는 감은 선과 색채가 분명하지만 ‘기다림’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빈 공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잘 붓질 된 가을 풍경과 기다림이라는 텅 빈 여백은 내적 사유로 강하게 결속되며 작품 전체의 조형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동시에 화자가 얼마나 ‘그대’라고 불리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는지 그 간절한 마음이 독자의 가슴을 치며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표제 “여백이 있는 오후”가 한껏 멋스럽다 하면서, 또 한편 좀 허전하고 쓸쓸하다 하면서, 김석렬의 시편들을 읽었다. 그리고는 이내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멋을 부린 것도 아니고 쓸쓸함을 깔아 놓은 것도 아니었다. 잠시 내려놓았던 원고를 다시 펼쳐 들며 그의 삶은 오후쯤에 와 있고, 가진 것은 마음 안의 한 줌 여백뿐이란 것을 알았다. 그랬다. 백열白熱하던 청춘을 건너, 뱀 같은 지혜의 연륜을 지나, 김석렬 시인의 삶의 시절은 이제 오후 4시쯤, 그리고 그가 지녀 가진 바는 불가佛家의 공空도, 도문道門의 허무도 아닌, 오직 사람이 가슴 한쪽에 품을 만한 자그마한 여백뿐임을 깨우쳐 느낀 것이다. “붉은 홍시 떨어질/ 하늘이 다가오면/볏짚 타는 연기로/ 밥을 짓는 마을 찾아/ 가르릉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자전거를 타고 싶다」)나 “산 아래 바라보며/ 꽃 한 송이 피었구나// 지나가는 것은/세월이나 물길이 아니라/ 스치는 바람”(「코스모스」)나 “앙상함으로 남은 시간의 자투리를/ 여유로 만들기 위하여”(「그 끝」)나 “소나무 가지 사이 별 반짝이는 시간/철갑으로 무장한 침묵 아래/ 발길 쉬어본다”(「소나무를 안아본다」)가 다 그러하지 않은가. 멋있게 푸근하게 털털하게 수염 자라게 두고 김석렬 시인은 오늘도 “여백이 있는 오후”에 턱하니 앉아 있지 않은가. 충청도인지 전라도인지 그가 지어놨다는 집에 가을쯤에는 따라가서 한 술상을 앞에 놓고 나도 그 오후의 여백이란 것에 흠씬 등을 기대고 앉았다가 왔으면…. - 김윤식(시인) 시에 대한 순수하고 진정한 자세와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시인의 어법과 문장은 솔직하고 소박하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난해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집의 많은 작품에는 얼핏 보아 쉽게 파악되지는 않지만 깊은 사유를 통한 철학적 통찰이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우리의 정서를 때리는 심상의 기층언어를 선별하여 작품에 구사한다. 이제 고향의 풍경 위에는 생동감의 맥박이 뛰고 작품은 성공적인 동적 예술로 변모하고 있다. 즉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예술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그리는 시인의 혈맥에는 아직도 펄떡거리는 싱싱한 피가 돌고 있음에 틀림없다. - 호병탁(시인·문학평론가)
1부 여백이 있는 오후
신발·12
여백이 있는 오후·14
상사화·15
새벽에·16
코스모스·18
길·19
차향茶香·20
등목·21
밴댕이구이·22
오일장·24
데아뜨르 규호·26
2부 대나무 숲으로 간다
목련·28
순백의 시간·29
대나무 숲으로 간다·30
그 끝·32
서각書刻·33
꽃을 보는 시선·34
텃밭·35
벚꽃 걷기·36
가지치기·38
민초막걸리·40
월동준비·42
차탁 작업·43
충전充電·44
3부 지구를 놓다
지구를 놓다·46
일찍 찾아온 봄·47
멸치·48
타악기 여인·50
구월·51
남해 갓후리·52
얼린 소주·54
주홍·56
매화를 새겨 본다·57
봄나들이·58
겨울·60
4부 아침이 좋다
아침이 좋다·62
나태한 여름·63
하얀 발걸음·64
작업·65
겨울 동화·66
광덕산 가을·67
5부 거꾸로 도는 물레방아
거꾸로 도는 물레방아·70
소나무를 안아본다·72
젓가락·73
귀머거리의 집·74
어버이날·75
투병기·76
이장·78
당신이 걸으셨듯이·80
가야 한다·82
6부 문득
문득·86
촛불·88
세면대에서·89
자정에 서 있는 이유·90
선학동 거리·92
소래 좌판·94
단비·96
작은 하늘·98
설무雪舞 안에서·99
백양사 굴참나무·100
우리들·102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103
일지춘화一枝春花·104
대나무·105
쑥떡·106
자전거를 타고 싶다·107
한 번 더 살아야 할까·108
해설 | 호병탁_나직한 목소리로 간절히 노래하는 ‘사모곡’·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