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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 - 현대시 기획선 75

허자경 저 | 한국문연(황금북) | 2022년 10월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 - 현대시 기획선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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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3229 / 128쪽 / 166g / 136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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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속에서 반달 손톱 내 몸속에 젖비린내가 자라던 시절 그녀의 손톱이 손톱으로만 보였다 그 손톱은 나의 허기의 울음을 잠재우는 쟁기였다 그 손톱은 들판의 밭고랑에 거름이 되어 감자꽃을 피웠다 우물도 팠다 그 손톱은 풍요의 자루가 터져버린 곳을 수선해주었다 때로는 빈 그릇을 긁는 것을 보았다 그 까닭에 이팝나무꽃 같은 고봉밥이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노모의 손톱에 봉숭아꽃 하나 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톱엔 십만 원짜리의 인공 벚꽃 손톱이 날마다 만개해 있다 장칼국수 그는 구멍가게 K씨의 맏딸이다 내 이마로 비가 연착륙하던 날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의 우윳빛 살결이 눈부시다 때로는 짜다, 때로는 맵다 그래도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오늘,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한 가닥의 희고 긴 문장은 내 허기를 두들긴다 또 두들긴다 그러므로 나의 빈 정신은 채워지고 온 방 안에 봄이 가득하다 보릿고개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슬픔의 가닥들과 뼈를 우려낸 세월이 다 비워질 때 내가 걸어온 빈 들판도 채워지고 있다 둥근 그릇에 남겨진 붉은 국물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의 각혈이다 2262번의 빈방 너의 몸에 손을 갖다 댈 때마다 너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어 그 방엔 허공이 떼 지어 산다는 것도 알아 달빛이 너를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어 장문의 편지를 보내도 눈도 까딱하지 않아 팔월의 태양이 너를 녹여도 요동치지 않았어 너와 해변 길을 걷던 그 기억을 넣어볼까 아니면 첫 키스의 새콤한 맛을 보내볼까 그래도 너의 방은 늘 잠겨 있을 거야 마당의 귀뚜라미가 가슴이 젖도록 울면 그 문이 열릴까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 예정대로 너는 열리지 않고 사막의 모래알이 빗방울을 기다리듯 문밖에서 나는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어 집으로 회항을 요구하는 어둠이 서성거리지만 너를 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밤 12시에 애증의 강을 건너고 있어 빈방으로 가는 저 길, 골고다의 계곡으로 오르는 것보다 더 목말라 추천의 글 허자경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세계를 감정과 주관으로 파악하려는 자기만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세계를 순간적으로 지각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동시에 시적 대상을 영감에서 벗어나 직관으로 꿰뚫어 보는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허자경 시인의 시는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특수한 이미 지화를 통해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우리들의 감각기관에 호소하여 사물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환기한다. - 심은섭 (시인, 문학평론가, 가톨릭관동대 교수)

저자 소개

  • 저자 : 허자경
저자 : 허자경
2020년 『시현실』로 등단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을 수료했으며, 강원문학교육연구회 부회장, 강원문인협회 사무차장, 강원현대시문학회 회원, 강릉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강릉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집으로 『엉겅퀴의 여자』가 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천개의 내가 사라지고 있다

150mL 오렌지주스 13
거봉 포도 14
반달 손톱 16
감수광 부인 17
천 개의 거울 18
전기밥솥의 내력 19
장칼국수 20
왕관의 장미 22
회상의 소묘 23
봄눈 24
누명의 가위 25
비브라토의 단풍 26
집시의 오류 27
종갓집 함지박 28
천 원짜리 30

제2부 허공이 떼 지어 산다

기억의 숲 35
시간의 음속 36
블랙커피 38
황금 반지 39
전원 연가 40
집어등 41
유처유가(有處有歌) 42
연리지 Song 43
건화(乾花) 44
강물, 흰 머리카락 45
2262번의 빈방 46
봄날은 온다 48
12월의 눈 50
바람의 초상 51
단단한 능금 52

제3부 꽃의 지문이 흔적 없이

아내 예찬 54
빈방의 여자 56
검객춘란 57
비빔밥 소묘 58
질경이꽃 60
영산홍 고백 62
흰 빨래 63
양떼구름 64
강문솟대 66
도시의 나팔꽃 68
늦털매미 70
수평선 71
나무 의자 72
곧, 꽃이 사라지다 74
박꽃의 내력 76

제4부 내 정신의 벽을 허물고

사랑의 변증법 78
청포도의 안단테 79
교정의 골대 80
아들의 아들에게 81
은색 공중전화 82
여름밤이 피어나다 83
DMZ 84
겨울 종자 85
12월의 밤 86
붉은 유세장 87
무뿔(無角) 88
노을, 빈 교정 90
고독의 뼈 92
꽃의 고뇌 94
골목길 외등 95

▨ 허자경의 시세계 | 심은섭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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