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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25579214 / 252쪽 / 380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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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사백 년 세월을 거슬러 내 대단찮은 한 살이를 되돌아보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삶을 덧없어하는 너희 한숨 소리와 그 속절없음에 쏟는 너희 넋두리였다. 한 인간으로서 삶의 덧없음에 한숨짓고 그 속절없음을 하소연하는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고, 낙관주의로 유명한 철학조차도 삶의 그러한 본질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허망감과 무력감이 오직 여성이기 때문이라면 나는 실로 이해할 수 없다. _p.17 오늘날의 너희 눈에는 처녀의 몸으로 상처한 홀아비의 재취가 되는 일이 마땅치 못하게 비칠는지 모른다. 더구나 그때 군자께는 이미 광산 김씨 소생의 어린 남매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법도로는 아무것도 흠될 일이 아니었고 나도 당연히 그 법도를 받아들였다. 젊어 죽은 김씨는 무덤까지 함께 쓸 수 있는 또 다른 나였으며 그녀가 끼친 남매는 바로 나의 자식이었다. _p.75 피할 수 없는 강요에도 선택의 여지는 있게 마련이다. 맹목적인 순응과 적극적인 수용은 다르다.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가문은 피할 수 없는 강요였다. 그러나 나는 맹목적으로 순응한 게 아니라 그런 나름의 논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 이념을 껴안았고, 그런 뜻에서 감히 가문을 내가 결혼 뒤에 첫 번째로 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_p.119 그런데 요즘 똑똑한 여인네들 중에는 제례의 의미를 승인하면서도 불평등한 노동의 분담을 들어 안주인에게 맡겨진 의무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이가 있다. 아마도 의미와 관계하는 의식의 측면은 남자들에게 독점되고 여인네들에게 주어진 몫은 다만 제물의 준비라는 노동적 측면뿐이라는 점에 착안한 듯하다. _p.146 살이가 복잡해지고 여러 가지 필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도움이 필요한 그늘진 곳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어른들은 나의 시대보다 훨씬 보살피고 거두어야 할 아랫사람이 많다. 그런데 남은 삶의 외로움과 무료함만 한탄하는 이 시대의 할머니들을 보면 나는 묘한 엇바뀜을 느낀다. 베풀어야 할 사람들이 스스로 베품을 받아야 할 자리로 물러나 앉은 격이다. _p.235
제1부 비구름 걷힌 뒤의 달을 보며
제2부 자미화 그늘 아래서
제3부 현빈의 꿈
제4부 지는 해를 바라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