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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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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수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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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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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 외
- 25,200
- 19,800
- 2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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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집은 낡았습니다. 뼈 없는 집은 가끔 흔들거리다가 충치를 앓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식당을 접으신 어머니가 누워 계시고 구석구석엔 남은 식재들이 비린내를 풍깁니다. 햇볕 맞은 왼쪽 얼굴은 아, 해보는 입과는 달리 우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발음은 이 비슷하게 나옵니다. 내가 누워 있고 비린내가 집에 가득합니다. _「비린내」 부분 집은 낡았고 거기다가 뼈가 없어 “가끔 흔들거리다가 충치를 앓기도” 한다. 그리고 “비린내를” 풍긴다. “식당을 접으신 어머니가 누워 계시”는 일도 마치 ‘낡은 집’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읽으면 우혁의 슬픔은 숙명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시의 화자는 부단히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와 “우”, “이”는 ‘낡은 집’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라기보다는 그것을 견디려는 몸부림이다. 또는 슬픔을 안에 새겨 넣으려는 독특한 투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혁의 시는 멜랑꼴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물들/존재들과 공존하려 한다. 그건 그렇고 나는 왜 그렇게 집에 들어가려 애썼는지 몰라, 아무것도 들일 것도 내갈 것도 없는 집을 말야, 그 두터운 자물쇠를 겨우 따고 나면, 이봐 네가 기억나는 거야, 그동안 꽤 오랜 시간을 나도 없는 빈집에서 아무 할 일도 없이 있어줬잖아, 딸각 하고 거실의 스위치를 올리면, 기억은 정전기처럼 내 몸을 밝히곤 하지, 잠 덜 깬 눈으로 웃어주는,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짜릿하기만 한 너의 얼굴이 이 빈집 불 꺼진 창문 위로 비치곤 하겠지, 온몸으로 불 켜는 기억들, 안녕 _「두터운 자물쇠」 부분 “아무것도 들일 것도 내갈 것도 없는 집”에 애써 들어가려는 이유를 시의 화자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집에도 “딸깍”하며 끝내 켜지고 마는 “기억”이 있다. 비록 그 “기억은 정전기처럼 내 몸을 밝히”다가 사라지겠지만 우혁은 그 “정전기” 같은 기억의 힘을 믿는다. 그런데 그 “정전기”는 ‘상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문을 열 때마다 늘 정전기 때문에 고생”한 삶이었던 것이다. 그 기억/슬픔의 힘을 믿기에 시인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길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 맘을 열고 나면 그때부터는 몸으로 길을 만들어 쓰는 것이다”.(「몸 밖-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 우혁이 정직한 것은, “몸으로 길을 만들어 쓰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잠시 내가 나임을 잊고 살 때가 도래하곤 한다”고 고백할 줄 알기 때문이다.(이상 「몸 밖-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의 화자가 길을 만들어서 그것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는 지점이다. “정전기” 같은 기억/슬픔이 자신에게 시를 쓰게 한다는 증언으로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문신」이라는 작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손톱 끝을 따라 따닥 소리를 내며 잠시 빛나던 것들 그것이 정전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나중의 일 내 살 위에 쓰인 시가 상처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나중의 일 _「문신」 부분 칼은 빛나고 있다 시를 쓰고 나서 벌어진 일은 아니겠지만 우혁의 이 ‘자기 돌봄’은,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사고하게 한다. 인식의 확장이라고나 해야 할까. 「튀김집 여자」, 「등 굽은 사내」, 「감나무집 사내」, 「등 굽은 사람들」 같은 작품들이 그것의 결과 아닐까. 특히 「등 굽은 사내」의 부제가 「몸 밖」과 같은 부제인 ‘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인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등 굽은 사내”는 “푸른 달빛 속을 비틀대며/ 달려가”면서 “허공에 깊은 우물을” 파는 존재이다. 그래서 “겨우 푸르게 빛나는/ 한 모금 물”을 얻는 존재이다. “겨우”나 “한 모금” 등의 시어를 읽으면 “등 굽은 사내”는 비루해 보이지만 “깊은” “푸르게 빛나는”에 주목하면 “등 굽은 사내”를 시인이 얼마나 긍정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는지 드러난다. 우혁의 시에는 이런 우회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시인은 그것을 “소로(小路)”(「몸 밖-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라고 부른다. 우혁 시인의 세계감(世界感)은 기본적으로 비극적 정조이지만, 그 비극 속에서도 길을 더듬는 생명의 예민함이 살아 있다. 보일러 수리공을 불렀으나 그는 끝내 오지 않았는데, 왜냐면 그는 죽었기 때문이다. 아니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척척한 자리를 깔고 눕는다 사연은 어두운 방 안에 가득하다 함부로 전기를 켤 수도 없는 방 물로 못다 한 사연은 불로 오르려는가 이젠 물속으로 길을 만들어야 하리라 오늘은 보일러가 터진 날 끝도 시작도 아니었다 다만 물속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_「물속의 길」 부분 보일러는 고장 났는데 보일러를 수리할 사람은 죽임을 당한 아포리아 앞에서 시의 화자가 “다만 물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물속에서도 칼은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칼을 갈거나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오로지 칼을 믿을 뿐이다. 아직 빛나고 있길 바란다 손을 베고 떨군 칼 기억 속에서는 헛헛한데 그저 슬픔만 상처처럼 선명하다 시간은 날카롭고 길어지는 손톱처럼 먼 곳으로 갈수록 위험한 것 칼을 떨구고 길을 떠났지 다시 그 잇자국을 발견할 때까지 나는 내 길의 고고학자가 되리라 _「물속의 칼」 전문 시인이 믿는 칼은 누군가에게 얻은 것도 아니고 숙명적으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바로 자신의 “손을 베고 떨군 칼”이다. 그 선명한 상처를 버리고 “길을 떠났지”만, 다시 자신에게 남은 상처/잇자국을 발견할 때까지 자신의 길을 가는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한다. 왜 하필 고고학자일까? 우혁 시인에게는 과거에 베인 슬픈 기억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형태를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거슬러 올라가는 존재가 고고학자 아닐까. 우혁 시인은 자신의 상처 속으로 떠나면서 그 상처의 기원을 발견하겠다고 한다. 이만하면 우혁의 시가 더 멀리 갈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그 “먼 곳”이 위험하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시인이 경계하는 “먼 곳”은 상처를 떠난 허위의 세계일 것이다. 이미 시인은 “고고학자가 되리라”고 함으로써 ‘먼 곳’으로 떠났다. 그 ‘먼 곳’은 다름 아닌 상처의 세계, 슬픔/기억의 힘이 요동치는 세계일 것이다. 어쩌면 거기에 “깊은 우물”이 있을지 모른다. 우혁 시인과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가 서너 종류의 악기를 언제든 품고 다닌다는 것을. 운이 좋다면 연주까지도 들었을 것이다. 온몸이 울림통인 악기를 통해 그는 시를 토해내는 걸까. 자신의 아픔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으니 엄살이 있을 리 없다. 그는 그저 담담하다. 다만 그의 악기가 보여줄까, 그의 ‘환한’ 상처를. ‘길의 미식가’(「발바닥」)이자 고독한 방랑자인 우혁 시인의 음악을 따라 우린 한없이 떠돌아도 좋을 것이다. 한없이 불안해서 더욱 좋을 것이다. _김선향(시인)
시인의 말5
제1부 오늘은 밤이 온다
별이 떨어진다·10
비린내·12
두터운 자물쇠·13
누군가 지하실에 내려갔다·14
몸 밖―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16
무제(霧弟)·17
구멍을 위한 속쓰림·19
푸른 밥상·20
맨 앞자리·23
잇자국·25
뜨거운 것·28
안녕, 용문객잔·30
물속의 칼·34
발바닥·35
문신·37
오늘은 밤이 온다·38
不在의 혀·41
바람―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43
제2부 개가 있던 초원
튀김집 여자·46
엄마의 술집, 그 집의 술국·48
Blow up·49
등 굽은 사내―몸 밖의 모든 것은 푸르다·50
봄에, 차가 다니는 산길·52
감나무집 사내·54
다리 위의 사람들·55
오늘 저녁·57
아는 골목·59
더럽고 탁한 술잔·60
겨드랑이·64
메콩 호텔·67
개가 있던 초원·70
아무르, 걸음·72
가시·74
물속의 길·77
눈을 보다·80
고통·81
제3부 불길한 광선과 기이한 날갯짓
불온한 몸·84
화석을 만지는 밤·86
그림자의 변명·87
불길한 광선과 기이한 날갯짓·89
저녁의 일부·91
가르기·93
그 길을·95
구멍날·97
모두를 위한 침묵·99
자국·100
목구멍·102
바지를 추켜 입다―일식·104
때·105
버릇·107
치흔설·108
꼬리가 묶인 붕어·112
늦은 흔적·114
별빛·116
발문
심연으로 통하는 길/(이성혁, 문학평론가)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