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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이 지난 2020년 붕괴되었다. 당초 철거가 예정되어 있긴 했지만, 지지탑을 이어주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9백 톤 무게의 철제 구조물이 반사경에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이다. 2016년 중국의 직경 5백 미터 구면 전파망원경(FAST)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구에서 가장 큰 단일 망원경이었던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은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아레시보 메시지’로도 유명하다. 아레시보 메시지는 1974년 11월 16일 주파수 변조 전파 방식을 통해 우주 공간을 향해 쏘아 보낸 방송이다. 이 메시지에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 DNA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의 원자 번호, 지구의 인간 개체 수 등의 정보를 담았는데, 아레시보 메시지는 전파에 의한 능동적 ‘외계 지적 생명체 찾기’(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 활동의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아레시보 메시지가 향한 곳은 지구에서 2만5천 광년 떨어져 있는 허큘리스 대성단으로, 전파가 도달하는 데에만 2만5천 년이 걸리고, 메시지를 받은 누군가가 바로 답장을 쓴다고 해도 다시 2만5천 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 답장을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찍이 SF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하여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리 말고 더 있거나, 우리뿐이거나. 그 두 가능성이 모두 끔찍하다.”
한국의 SF 작가 김보영이 2009년에 발표한 단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조금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지구인의 메시지를 받은 외계인들이 그 메시지의 뜻이 무엇인가 궁리하는 소설인데, 길이는 짧지만 김보영의 걸작 중 하나다. 작품에서 지구인이 보내온 메시지는 1,679자리 2진수인 아레시보 메시지보다 훨씬 단순한 딱 하나의 문장으로, 바로 소설의 제목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수많은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지만, 결과적으로 지구인이 보내온 메시지의 정확한 의미를 해독해내는 것은 결국 지구인과 비슷한 생체 리듬을 가진, 그래서 외계인 사회에서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다.
클라크는 방대한 우주에서 인류가 홀로 지적인 생명체로 존재하든, 혹은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든 그 두 가능성이 모두 끔찍하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김보영에게 묻는다면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얼룩진 지구가 훨씬 더 끔찍한 곳이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역시 높은 확률로, 한국의 SF 작가들은 심지어 외계인을 비롯한 다른 문명이나 소수자, 그리고 약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이다. 외계인 아버지와 지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라현의 이야기를 다룬 천선란의 소설 <어떤 물질의 사랑>에서 천선란은 어머니의 입을 빌려 말한다.
“너는 지구인이니까. 네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인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 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한국 SF가 황금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여느 장르처럼 그저 한두 명의 스타 작가가 반짝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아니라, ‘불모지’ 소리를 들으면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들과 신인 작가들의 조화와 다양성이 담보되어 있기 때문일 터다.
크고 작은 SF 공모전들이 눈에 띄게 늘었는가 하면, 다양한 주제의 앤솔러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전자책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SF 단편을 자체 출간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쉽고 불안한 것은 전문 잡지의 부재 혹은 부족이다. 공모전과 앤솔러지가 꽃다발처럼 화려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SF 잡지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잡지들이 남긴 족적은 분명하고, 또 대단했다.
마침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문화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SF 잡지’ 창간을 지원받아 몇 달 간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독자들에게 ‘SF 전문 계간지’를 선보이게 되었다.
제호를 두고 오래 고민했지만, 여러 제안 중에 낯선 알파벳의 나열보다 의미 있는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은
Intro
최재천_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_2
Essay
고호관_고독한 인류, 고독한 SF_8
김보영_김보영 창작 에세이 ?: 당신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장르가 있다_13
해도연_SF TMI: 드카르 궤도 양자폭탄 투하 사건의 진위_157
한승태_어떤 공간의 멸종: 어떤 속삭임의 발생_190
Short Short Story
김창규_바이러스들_28
정보라_소금창고_32
곽재식_백세 포스터 그리기 대회_35
박경만_식(蝕)_39
Short Story
시아란_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이_53
이하진_어떤 사람의 연속성_67
심너울_공회전_91
최의택_보육교사 죽이기_105
위래_르네 브라운을 잊었는가_129
Novella
이경희_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_163
Interview
이나경_18
이하진_80
최의택_116
Poem
황인찬_당신 영혼의 소실│개완│발명_43
4-Cut Cartoon
OOO_alone_102
Graphic Novel
LUTO?_중력의 눈밭에 너와 ?_140
진규_시간여행에 대한 구 패러다임 ?_194
Column
이지용_기획 칼럼: 한국 SF 잡지의 계보 ― SF는 잡지라는 담론의 장과 함께한다_221
심완선_SF와 우리의 세계 ?: SF와 청소년의 세계_229
Article
김효선_2020년대의 SF, 누가 읽고 쓰는가_254
구환회_장르소설의 주인공, 누가 될까_257
Special
이수현_당신이 놓쳤을지 모르는 책: SF 어워드 특집 ― 모든 공간에서의 상상들_260
Memento SF
박문영_《당첨되셨습니다》_236
구한나리?《그날, 그곳에서》_238
정명섭_《로하의 세상》_240
이서영_《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_242
전혜진_《주마등 임종 연구소》_244
정이담_《얼마나 닮았는가》_246
홍지운_《엔딩 보게 해주세요》_248
심완선_《화이트블러드》_250
전삼혜_《인어의 걸음마》_252
News Brief
서바이벌SF키트_시간요원이 내일의 SF를 전해드립니다_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