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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기계

이준하 저 | 문전 | 2021년 06월

호랑이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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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176111 / 512쪽 / 670g / 148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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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짧은 노래에서 기적은 시작된다 2012년 한여름, 도시 어딘가에서 한 밴드의 야외 공연이 이루어진다. 무더운 날씨에 스태프들조차 자리를 떠나 한산해진 객석을 바라보며 연주를 시작하는 주인공 하나. 기대했던 반응은 없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행복하던 그 순간으로부터 3년이 지났다. 밴드는 해체되었고, 하나는 동업자의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그의 삶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날 사무실로 찾아온 의뢰인과 함께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하나. 다시 찾은 도시에서 그는 모두에게 잊힌 줄로만 알던 밴드의 노래를 아직까지 부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점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테리와 판타지가 결합된 성장 소설 『호랑이 기계』의 플롯은 언뜻 보기에 추리 소설의 전형처럼 보인다. 무채색의 음울한 도시, 의문의 여성과 함께 시작된 미스테리한 사건, 집요한 추격자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조연들… 소설은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 중에 있던 2012년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화려한 도시 외양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건 베일에 가려진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 일행이 진실에 근접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이다. 단단한 현실과 관계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지는 과정은 기이하고도 아련함을 남긴다. “호랑이 기계는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줍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는 희람과 하나에게 남은 단서는 ‘호랑이 기계’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뿐이다. 모험을 떠난 두 사람이 행운과 우연, 동료들의 조력으로 조금씩 밝혀낸 호랑이 기계의 정체는 듣고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이 물건을 찾는 것이 비단 주인공 일행뿐만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주차장의 아이들, 동태평양 비밀수사국 요원, 반항적인 에너지 충만한 카바레 재즈 피넛까지 실제 역사와 상상을 넘나드는 요소들의 등장은 소설의 장르적 재미를 한껏 높인다. 달콤한 꿈이 출구 없는 절망이 되었을 때 건네는 위로 『호랑이 기계』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순간이란 무엇인가”로 축약할 수 있다. 아름다웠던 2012년의 시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나서 하나와 희람은 삭막한 현실에 내팽개쳐진다. 하나는 환멸하고, 희람은 기억의 부재 속에서 당황해한다. 태도는 다르지만 지금 현재 결여되어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은 두 사람을 모험에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만하다. 호랑이 기계의 마법 같은 능력으로 다시 마주한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하나와 희람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나의 아름다운 순간이 남에겐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었다면? 『호랑이 기계』는 정답 없는 질문을 독자의 지평으로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책속에서> 하나는 그녀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창백한 피부와 반항적으로 짧게 자른 머리칼, 렌즈 건너편이 비치질 않는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정장, 단추들을 따라 간소한 장식이 달린 하얀 블라우스 차림의 여자를 하나는 잠시 얼어붙은 채, 영화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배우와 마주한 듯이 바라보았다. 여자의 오른손엔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가 손에 쥐어져 있었고, 보험회사 직원이라면 결단코 신지 않을 색상의 스타킹에는 커다랗게 올이 풀린 자국이 훤했다. 하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자리를 안내했다. 여자는 그의 말 따윈 들리지 않는다는 얼굴로 잠시 서 있다가 겨우 안쪽으로 걸어왔다. 하나 앞을 지나는 그녀에게서 세탁하지 않은 교복을 입고 온 여학생처럼 쾨쾨한 냄새가 일순 스쳐 지나갔다. 그것만이 묘하게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혼자 일하나요?」그녀가 말했다. 실로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은 손님의 물음이었다. 하나는 그녀에게 상진이란 창업자이자 동업자를, 사무실에 박혀 컴퓨터 만지길 혐오하고 최신형 삼소나이트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시내를 활보하는 청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다른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그렇군요」그녀는 벌써 질문의 요지를 잊은 얼굴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자 하나는 맞은편 서재 중간에 커피 드리퍼와 서버가 그대로 놓여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는 그것이 그녀에게 자연스러운 정물처럼 보이길 기대하며, 얼른 말을 돌렸다.「어떻게 오셨나요?」여자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를 테이블로 들어올렸다. 꽤나 무거웠기 때문에 하나가 도와야했다. 한파가 누그러졌대도 저것을 끌고 서울을 헤매는 건 어지간한 고생이리라… 지퍼를 열어 캐리어를 개봉하자 그 안엔 별도의 케이스 없는 브이에이치에스 테이프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었다. 족히 오십 개는 넘는 것 같았다. 하나는 테이프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었지만 개중엔 곰팡이가 하얗게 핀 것도 있었다.「큰 것은 육십이 개, 작은 것은 십오 개에요」큰 것, 작은 것. 그녀는 브이에이치에스 테이프와 디비 육미리 테이프를 간단히 구분하고 있었다.「테이프를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어서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이곳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던데요」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몇 분 전까지 결혼사진의 색 보정에 매진하고 있던 그는 그때서야 비로소 사무실이 미디어 복원 작업을 겸하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인터넷 광고를 올린 건 한참 전의 일이었다. 장롱 속이나 수납장 깊숙이 잠들어 있던 비디오와 사진의 상태를 개량하고, 디지털 파일로 변환시켜주는 작업은 개업 초기 쏠쏠한 수요가 있었다. 둘이 공공기관의 용역 계약에 매진한 이후로 복원 작업은 확연히 줄어들었다.「이걸 다 복원하실 건가요?」하고 하나가 말했다.「네」하고 여자가 말했다.하나는 잠시 계산을 해보았다. 지금부터 복원에만 매달린다 하더라도 족히 한 달은 걸릴 분량이었다.「가능할까요?」여자의 물음에 하나는 장난스럽게, 난처하단 듯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얼마나요?」「아마 한 달… 빨라야 삼주 후입니다」「더 빨리는 안 될까요?」여자는 다급해 보였다. 하나는 테이블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들기며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한 달 안에 앨범 편집과 복원 작업을 동시에 끝낸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사무실에 브이에이치에스와 디비 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데크가 몇 개더라? 한 개는 고장 났으니 카메라를 직접 컴퓨터에 연결하고 캡쳐를 받는다고 하면 동시에 테이프 두 개를 돌릴 수 있다. 다른 업체에서 데크를 빌려온다손 치더라도 제어할 수 있는 인력이 하나 혼자니 속도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한 달 동안 하나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확실히 안 될 일은 아니었다. (본문 중)

저자 소개

  • 저자 : 이준하
저자 : 이준하
작가 이준하는 1988년 남양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영상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했다. 20대 시절 대부분 밴드 생활과 젊은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시간을 보냈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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