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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일기 (양장)

강병길 저 | 지혜 | 201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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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6497950 / 143쪽 / 143g /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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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이슬 젖은 조간신문 펼쳐보다/ 스님 신부님 함께 오체투지로/ 도배하는 사진을 만났다// 저렇게도 道拜를 하는구나// 목장갑 나란히 길에 붙는다/ 쓰고 버리는 실장갑처럼/ 쓰고 버리는 몸뚱이 길에 부리며/ 하늘이 두려운 사람들이 도배를 한다// 길을 줄이는 자벌레들 앞에서/ 더듬이가 되어 기어서 간다// 빙판 같은 아스팔트에 이마를 붙이고/ 사지와 가슴으로 도배하며 간다// 밤을 건너온 사진 속의 노새들이/ 땀에 젖어 도배를 한다. ----?노새-도배일기 46? 전문 도루코 칼날은 잘 든다/ 열개들이 한통이면 집 한 채 벽지도 바르고 장판도 깐다/ 무뎌진 칼끝을 톡톡 떼어내며 새날처럼 쓰는 도루코 칼날은 도배장이들이 즐겨 쓰는 소모품이다/ 칼날 만드는 공장이 우리 동네에 있고/ 그 사거리를 사람들은 도루코사거리라고 부른다// 칼 만드는 공장에 출근하던 사람들이 도루코사거리에 서서 일 년 넘게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며 망루를 세우고 현수막을 걸었다// ‘도루코의 칼날은 비정규직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잘라야 합니다’// 잘린 비정규직들이 표어를 앞뒤로 걸머메고 부러진 칼날처럼 녹슬어 갔다// ‘왜 우리 마음속에 칼을 갈게 하는가’// 무딘 칼날을 벼리듯 사계절 버티고 선 그들의 구호는 날이 서 있었다. ----?도루코 칼날-도배일기 3? 전문 이사 나간 집 아이 방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세계지도가 붙어 있다/ 이학년 달반 이우주 라고 씌어 있다/ 평면의 지구는 양면테이프에 의지하였다/ 우주의 벽에 붙은 지구는 우주의 집에 세들어 살지 못하였구나/ 우주가 버린 미아로 남았구나// 도배장이는 지도를 칼로 도려내/ 공처럼 뭉쳐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었다// 열반에 든 지구여 평안하신가?// 새로운 우주를 붙이듯 펄이 별처럼 박힌 벽지를 붙인다/ 방 가운데 서서 한 바퀴 돌아본다/ 펄들이 별처럼 빛을 낸다/ 우주의 집이 아니어도 빛나는 별들/ 어디로 우주는 이사 가는가// 지구를 찾는 지도는 없고/ 우주의 주소는 나도 모른다. ----[지도--도배일기 8] 전문 미래는 벽에 막혀 있다고 말하는 미래학자는/ 벽을 모른다/ 벽이 있어야 앞날이 있는/ 도배장이의 미래를 모른다// 면벽 십년의 관절염과/ 면벽 이십년에 얻은 허리통증과 친구가 된// 도배장이의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은 벽이 아니다/ 그것은 밥이다// 지금도 쌓아올리고 허물어지는 벽은/ 도배수도의 도량이며 성지다/ 백팔 배 하듯 붙이고 천 배 하듯 붙인다/ 새벽밥 먹고 붙이고 때론 야간 작업등 켜고 붙인다/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 벽이라면/ 붙인 곳에 몇 번이라도 붙인다// 미래의 벽을 미리 알기 위해 일하는 도배장이도 없지만/ 안다고 피해갈 수 있는 벽도 없기 때문에 붙인다/ 눈앞의 벽에 마주서서 훑어보고/ 당당하게 맞서면 그뿐이다. ----?벽-도배일기 45? 전문 오전에 광야교회 장판 깔아주고/ 오후에 청림사 산신각 자리 깔았다/ 교회에서 점심 먹고 절에 가서 점찍었다고 했더니/ 스님은 금강경 잘 배웠다고 하신다// 목사님 기도할 때 아멘으로 답하고/ 부처님 전에서 합장하는 나는 무교다/ 연비연비聯臂聯臂로 길 따라가다/ 가끔 허방에도 빠지는 나는 종교가 없다/ 팔 다리 머리 따로 놀리고/ 성경 몇 구절 법구경 몇 자락 시 몇 편 소설 몇 장/ 점찍듯 들추다 팽개치는 그냥 필부다/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끝장을 보는 성찰이 호사로나 보이는 나는/ 풀이나 나무 같은 도배장이다// 새순 트나 낙엽 지나/ 물 흐르듯 사는 것도 늘 여울인데/ 아멘과 합장의 구분이 무슨 대수랴/ 천지만물이 스승이라지만/ 올곧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나는 무교다--도배일기5] 전문 벽에 걸린 영정사진이 처음엔 선명한 흑백 사진이었을 것이다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얼굴이 오히려 갈색 렌즈를 끼우고 작품사진을 촬영한 듯 생기가 도는 것 같다(......) // 오래전 앨범을 펼쳐 보며 딸들은 즐겁다 길고도 짧은 세월이라며 추임새도 넣고 소용이 다한 물건들은 문지방을 넘는다 보따리를 풀고 싶은 사람 냄새나는 집이다// 노구의 청국장을 먹으며 영감의 옆자리에 사진으로 남을 인생과 번성하여 어느 집의 액자로 걸릴 후생들의 삶이 휘지 않고 걸린 못이 되기를 바라며 구수한 숭늉을 갱물처럼 마신다// 따지 않은 감 때문인가 구름이 더 하얗다 집 지을 때 영감이 심었다는 홍시를 내놓는 손이 집 한 채 보다 커 보인다 벽지를 붙이며 나는 나의 두 손을 찍은 사진을 영정처럼 걸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영정사진--도배일기 1] 부분

저자 소개

  • 저자 : 강병길
저자 : 강병길
저자 강병길 시인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고,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강원도 문막에서 행복한 인테리어를 운영하고 있는 도배공이다. 그는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 어느 곳에도 투고를 하지 않았고, 오직 시가 좋아서 자기 스스로 시의 언어를 갈고 닦아 왔던 것이다. 그의 첫시집 {도배일기}는 64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시집이며, 최초의 도배공의 서사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비록, 공식적으로 등단의 절차도 밟지 않았고, 그 어느 잡지에도 시를 발표한 적이 없지만, 그의 첫시집 {도배일기}는 천혜의 원시림의 비경처럼, 예술품 자체가 된 도배공의 역작力作이라고 할 수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2부
3부
4부
해설ㆍ노동 과정에서 포착하는 시적 진실 ㅣ이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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