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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964217 / 172쪽 / 290g / 153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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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본문 중에서
“여긴 아이들 놀이터가 아니다.”
“알아요. 저도 애들이 없으니까 여기 온 거예요.”
뜻밖의 대답에 노인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소년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해 질 때까지만 숨어 있으려고 했단 말이에요.”
“무슨 장난을 치려고 여기 숨어 있어?”
노인의 목소리가 커지자 소년의 목소리도 따라서 커졌다.
“장난 아니에요. 덕술이가 저만 보면 괴롭힌다니까요. 오늘도 덕술이한테 맞았다고요.”
소년의 목소리는 끝이 떨렸다. 노인은 소년의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애가 왜 그러는 거냐?”
“몰라요.”
“이유를 모르면 계속 당할 텐데?”
“알아도 당할 거예요. 나는 싸움을 못하니까.”
“그건 모르지. 이유를 알면 싸우는 방법도 달라지는 거다.”
노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 본문 10~11p 중에서
김구는 윤봉길의 가슴에 한인 애국단 선서문을 붙여 주었다. 윤봉길이 직접 쓰고 읽은 선서문이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김구가 책상 서랍을 열더니 권총과 수류탄을 꺼냈다.
“이걸 들고 찍으면 윤 동지의 뜻이 더 분명하게 보일 것 같소.”
윤봉길은 김구가 건네주는 권총을 오른손에 들고 수류탄을 왼손에 들었다. 사진사가 윤봉길에게 농담을 건넸다.
“두 분이 안 친하신가요? 같이 찍을 때보다 혼자 찍을 때가 얼굴이 더 밝네요.”
윤봉길은 권총의 총구가 사진사를 향하지 않도록 권총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수류탄도 잘 보이게 손가락으로 아랫부분만 감싸 들었다. 사진사 뒤에 서 있던 김구가 말했다.
“이 사진이 일본 놈들에겐 공포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움으로 남을 거요.”
입술을 꾹 다문 윤봉길의 눈가에 보일 듯 말 듯 웃음이 지나갔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윤봉길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찰칵!
카메라 렌즈에서 순간 하얀 점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윤봉길 자신은 영원히 보지 못할 마지막 사진이 찍힌 순간이었다.
- 본문 33~34p 중에서
벽시계가 일곱 번 울렸다.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일곱 시였다. 윤봉길이 김구의 은빛 시계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긴 사슬이 달린 싸구려 시계는 몸통 칠이 벗겨졌고 유리에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윤봉길이 자기 회중시계를 내밀었다.
“선생님, 저랑 시계 바꾸시죠.”
흠집 하나 없는 윤봉길의 시계는 금빛으로 반짝거렸다. 김구가 이유를 몰라 머뭇거리자 윤봉길이 덧붙였다.
“제 시계는 얼마 전에 육 원을 주고 새로 샀습니다. 선생님 시계는 이 원이니까 저한테 주십시오. 어차피 제 시계는 한 시간 밖에 쓸모가 없습니다.”
김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낡은 은빛 회중시계를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진 시계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가 보겠습니다.”
윤봉길이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부엌에서 나온 김해산이 김구의 뒤를 따라 나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리 불러 놓은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봉길이 차 문을 열다가 말고 지갑을 꺼내어 돈을 내밀었다.
“계산해 보니까 차비 내고도 돈이 남겠습니다.”
김구는 받은 돈을 차마 주머니에 넣을 수가 없어 그냥 손에 꾹 쥐었다. 윤봉길이 차에 타더니 힘차게 문을 닫았다.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 본문 103~104p 중에서
차창 밖에 서 있는 김구를 향해 윤봉길이 말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김구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윤 동지, 우리 지하에서 꼭 만납시다.”
‘예. 절대로 살아서는 뵙지 않겠습니다.’
윤봉길은 마음속으로 대답하며 김구를 향해 깊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갑시다.”
고개를 든 윤봉길이 기사에게 말하자 자동차가 부르릉 엔진 소리를 높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찍 집을 나선 사람들이 벽돌 깔린 길 위를 드문드문 오가고 있었다. 전조등을 밝힌 자동차는 안개 낀 듯 침침한 거리를 달려 멀어졌다.
- 본문 105p 중에서
윤봉길은 도시락 폭탄의 삼끈을 찾아 더듬거렸다. 도시락을 싼 보자기 매듭에 가려져 삼끈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윤봉길이 도시락을 내려다본 순간 헌병들이 윤봉길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놔라! 놔!”
윤봉길이 몸부림을 쳤지만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어느 틈엔가 도시락 폭탄을 빼앗겼다. 군인들이 윤봉길에게 소총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뒤늦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일본인들이 몰려들어 윤봉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꼼짝 못 하고 진흙밭에 나뒹구는 윤봉길의 입에서 비명 대신 함성이 나왔다.
“대한! 독! 립! 만세!”
쏟아지는 발길질에 숨이 컥컥 막혔지만 윤봉길은 온 힘을 다해 만세를 불렀다. 분노한 일본인들의 고함 속에서 윤봉길은 만세를 부르다가 정신을 잃었다.
- 본문 112~114p 중에서
군사 법정에서 판사는 윤봉길에게 마지막 진술 기회를 주었다. 윤봉길은 일본군 재판관들과 법정을 가득 채운 군인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나를 재판할 자격이 없다. 나는 대한의 전사로 일본군을 상대해 독립 전쟁을 한 것이다. 너희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내 독립 정신은 죽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일본 제국주의가 망하는 날까지 지하에서도 계속 싸울 것이다.”
마지막 진술이 끝나자 재판장은 윤봉길에게 형을 선고했다.
“피고 윤봉길을 사형에 처한다.”
윤봉길은 예상했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법정을 둘러보았다. 큰 목적을 이루었으니 비굴하게 살아남으려고 무릎을 꿇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 본문 119p 중에서
소년이 아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이기면 기분이 어때요?”
“무슨 말이냐?”“평생 싸워서 우리나라가 독립을 했잖아요. 그럼 일본한테 이긴 거 아니에요?”
노인이 큰 소리로 웃었다. 소년은 노인이 부러웠다. 소년은 한 번도 저렇게 시원스레 웃어 본 적이 없었다.
웃음을 그치고 노인이 말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요? 왜요?”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나라는 사 년 전에 해방을 맞았고 작년에는 미군정이 끝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을 했다. 그런데도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노인이 살짝 말을 돌렸다.
“만약에 누가 네 소원을 들어준다면 뭐라고 빌 테냐?”
노인이 묻자 소년은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
“소원은 하나만 빌어야 돼요? 세 개 빌면 안 돼요?”
“다 말해 봐라.”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거하고, 부자가 되는 거하고 또…….”
“덕술이가 안 괴롭히는 거?”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말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다. 내 첫째 소원은 대한 독립입니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독립입니다. 셋째는 우리나라 대한의 완벽한 자주 독립입니다.”
“셋 다 같은 소원 아니에요?”
“그래. 내 칠십 평생에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 본문 134p 중에서
노인과 소년
폭탄을 만드는 사람들
청년의 길
노인의 길
마지막 밤
지하에서 만납시다
목숨의 대가
나의 소원
깊이 보는 역사-독립운동 이야기
작가의 말
참고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