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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444 / 131쪽 / 194g / 12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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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 속에 녹아든 과학적 관점 시는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세상을 연다. 그것은 과학과 비슷해 보인다. 새롭게 알려지는 과학적 사실들 또한 우리에게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가 과학과 다른 점은 과학이 새롭게 밝혀진 하나의 사실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면, 시는 시인마다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윤병무의 관점은 과학의 관점마저 수용하여 그만의 새로운 세상을 펼쳐 보인다. 걸음을 본다 발길을 듣는다 내행성 행인들이 아침이면 떠날 곳으로 바삐 돌아간다 백육십오 년에 한 살 먹는 해왕성은 밤길에 말을 분실한다 소란한 소행성의 상념이 운석으로 다져진 발끝을 본다 비가역으로 이끄는 중력을 본다 양말이라도 홀랑 뒤집고 싶건만 ―「집으로 집으로」 전문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의 흔한 일상을 그리는 이 시가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그들을 “내행성 행인”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내행성 행인”이 “아침이면 떠날 곳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그 걸음은 행성의 움직임을 동시에 만질 수 있게 한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동원은 이 구절의 관점이 “달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행성으로서의 지구를 보았을 때와 동일한 관점이라고” 지적하며, “시는 과학의 관점까지 시의 이름 아래 녹여내 새로운 세상을 열곤 하며, 그때면 우리의 삶도 다른 세상을 살 수 있”는데, 바로 이러한 시의 특성이 “윤병무의 이번 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힘겨운 삶의 위안을 주는 것들 윤병무의 시가 향하는 걸음은 주로 고단한 일상이나 슬픔의 자리를 향한다. 윤병무의 시에 “우리 시사에서 간과되고 있는 생활의 서정이 있다”고 말한 이는 시인 함성호였다. 그는 또한 “거기에는 생활하는 자의 슬픔이 아니라, 생활이라는 삶 자체의 슬픔이 있다. 그 슬픔을 윤리적으로 인간 삶의 보편성과 마주하려는 한 도덕적 자아가 여기 있다”라는 말로 “슬픔의 윤리학을 통한 도덕적 지향”이 “윤병무 시의 핵심이고 그의 생활이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생각을 역설했다. (『고단』 해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윤병무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머리를 헹구는데 수압이 낮아졌다 당신이 돌아온 것이다 돌아온 당신이 손을 씻는 것이다 기쁜 상상은 그만두자 당장 눈이 매우니 ―「수압」 전문 수압의 변화로도 감지할 수 있는 ‘당신’의 존재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늘 함께하는 이의 부재는 부재 자체로는 실감을 주지 못할지라도, 그가 돌아왔을 때의 함께 있다는 느낌이 삶의 큰 위안을 준다. “생활의 서정”을 이보다 더 감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윤병무는 이러한 위안을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도 얻는데, 그가 주로 기대는 자연은 바로 ‘달’이다. 올봄에도 돌고 돌아 꽃보다 먼저 달이 만개했다 ―「불기 2563년 춘분」 부분 ‘불기 2563년 춘분’은 ‘2019년 3월 21일’이었으며, 이날은 보름이었다. 보름달은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때로는 희망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시집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반달’이 시인의 슬픔과 외로움을 나누어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완전하지 않은 반달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시인은 온전하게 제 모습을 갖춘 보름달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삶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지 첫 시집 『5분의 추억』의 해설 말미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윤병무의 시에서 시간의 발견술이 시간의 원근법으로, 혹은 시간의 직유법이 공간의 환유로 전환되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런 의미에서 윤병무의 화자들이 뿜어내는 고독의 이미지들은 고독의 진술이 아니라 고독의 존재감으로 구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만나는 세상의 고독이란 결국 고독의 실감, 고독의 시간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광호가 설파한, “시간의 발견술이 시간의 원근법으로, 혹은 시간의 직유법이 공간의 환유로 전환되”는 이러한 시작법은 윤병무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의 관점마저 수용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인다. 우주의 은하, 은하의 태양계, 태양계의 지구 지구의 한반도, 한반도의 신도시 동산을 눈 붉은 신발 한 짝이 공전해요 오른 신은 괜찮다 하고 왼 신은 절망해요 기쁨을 향해 슬픔을 걸어요 기쁨을 지나 슬픔을 맴돌아요 동산 한 바퀴가 태양 한 바퀴면 좋겠어요 곧장 서른세 바퀴 돌고 나면 기쁜-슬픈 이야기의 데자뷔를 들려드리겠어요 오래전 사라진 별의 빛을 보여드리겠어요 ―「기쁜-슬픈 이야기」 부분 우주에서 은하로, 은하에서 태양계로, 태양계에서 지구로, 지구에서 한반도, 그리고 한반도에서 신도시의 동산까지 시인의 시선은 상상할 수도 없는 먼 곳을 바라보다가 현실의 공간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신발 한 짝이 공전”하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산 한 바퀴가 태양 한 바퀴면 좋겠”다고 바라는 시인의 마음은 곧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1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시간이 짧은 산책을 하듯 지나갔으면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시인은 “오래전 사라진 별의 빛”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동원은 해설에서 “우리가 힘겨워했으나 오래전에 사라진 과거 어느 순간의 삶이 어느 별의 행성에선 빛으로 반짝거릴 수 있다”는 말로 그 의미를 찾아냈다. 현실의 관점이 아닌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지금의 슬픔도 별처럼 반짝일 거라는 얘기다. 하여 “시인은 우리에게 가장 힘겨운 오늘을 지우고 ‘옛날’과 ‘훗날’만을 남긴다.” 당신과 나의 시간이 엇갈려 지나가도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ㄴ지 모르겠어」 부분 이렇게 남은 ‘옛날’과 ‘훗날’은, 사라진다 해도 오랫동안 반짝이는 빛이 되거나 아직 살아가지 않은 미지의 시간이 된다. 슬픔에 잠긴 지금의 삶도, 이렇게 빛날 수 있고 또한 채워나갈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시인의 말
자는 사람 슬퍼서 자는 사람
달 이불
-ㄴ지 모르겠어
불면
보월步月
기쁜-슬픈 이야기
당신과 나의 학이편
아닌 이야기
당신의 괄호
이름에는 까닭이
달 우물
빚
초가을 초저녁 초승달 아래
그만―,
이웃집
타박네
불면 2
재채기
청소년
반달
춘분
고무장갑
정월의 밤
조타수
뒷모습
죄와 벌
작별 동행
아버지의 베개
관상
불기 2563년 춘분
실상사 철조여래
말의 뒤편
그믐달
생각을 생각하며
볕 요를 깔고
수압
꽃버선
갑 티슈
고봉밥
노을님의 말씀입니다
요凹에 뉜 아이
달 집
물비늘
집으로 집으로
헛가래
양치
달 마을
홑이불
서울역
가훈
볕 요
날개 없는 새
붕어빵
조문
조문 2
속편
세면과 체면
청산도에 가면
어떤 날
술과 말
문자메시지
해설
시인이 여는 또 다른 우리의 세상 ? 김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