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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유계영 저 | 문학동네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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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5897 / 148쪽 / 185g /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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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선정 「미래는 공처럼」 수록 손목이라는 벼랑에 앉아 젖은 날개를 말리는 캄캄한 메추라기 미래를 쥐여주면 반드시 미래로 던져버리는 오늘을 쪼고 있다 울고 있는 눈사람에게 옥수수수프를 내어주는 여름의 진심 죽음의 무더움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겠지 얼음에서 태어나 불구덩이 속으로 주룩주룩 걸어가는 경쾌하고 즐거운 자, 그는 미래를 공처럼 굴린다 침대 밑에 처박혀 잊혀질 때까지 미래는 잘 마른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한때 코의 목적을 꿈꾸었던 당근 꽁지만을 남기고 ―「미래는 공처럼」 부분 100명의 시인?문학평론가?출판편집인의 추천으로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에 선정된 시 「미래는 공처럼」의 일부다. 선정 당시 ‘비가시적인 속성을 가시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 ‘공의 탄성과 역동성을 미래의 시간성으로 표현하고 삶의 태도와 내밀한 관계성의 문제를 철학적 시간성에 실어 흥미롭게 노래한 시편’이라는 평을 받았다. 눈물로 녹아내리는 눈사람과 뜨거운 여름의 이미지, 공처럼 굴리고 구르는 미래, 녹아 사라진 자리에 남은 당근 꽁지. 유계영 특유의 기묘한 시간성이 잘 드러난 시다. “오늘의 나를 목격했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미래일기」), “너 자신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훌쩍 자라게 되는 거란다”(「반드시 한쪽만 유실되는 장갑에 대하여」), “나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구경 온다”(「환상통」)라는 감각 또한 그러하다. 오래전 살았던 나들을 상실감 속에서 확인하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간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다보면, 매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낮과 밤, 그 반복이 꾸려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역시 ‘나’가 제시간에 ‘현재’에 도달할 수 없음을 되새기게 된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살 수 없음입니다” ―만날 수도, 그렇다고 이별할 수도 없는 이를 잃는 일에 대하여 유계영의 시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어떤 안온함, 다정함, 따뜻함 등의 긍정적 감정들보다는 언제나 얼마간의 서늘함, 먹먹함,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동반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거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며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 삶에 내재한 보편적 상실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살 수 없음”이라는 사태로 인해 과거의 특정 시간 속에 갇혀 현재라는 미래에는 결코 당도할 수 없게 된, 수많은 “죽은 애”들에 대한 어떤 윤리적 책임감이 그녀에게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어서 그럴 것이다. _조연정, 해설 「‘못다 한 이야기’」에서 과거의 ‘나’에 대한 생경함을 의식하고, 과거로 사라진 ‘나’에 대한 애도 불가능에 집중하는 유계영의 ‘나’들. 한낮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난 살아 있지, 살아 있구나/ 외워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는지(「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주문처럼 외우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일어나는 ‘밤의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는 그의 ‘나’들은, 이렇듯 밤을 품은 채 낮을, 죽음을 품은 채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나아가 ‘살 수 없음’으로 가버려 스스로를 애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바, 죽은 애가 참석한 동창회의 풍경을 따라가보면 좋겠다. 죽은 애도 온 것 같다 죽은 애가 와서 자신이 죽었다고 귓속말을 흘리는 것 같다 (……) 죽은 애가 죽은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 들어줄 수 없는 얘기 (……)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고도 다시 만났습니다 산 사람처럼 어울려 떠들고 마신다. (……)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너무 많은 말이 필요하니까지금껏 그래왔듯이 죽은듯이 살아가자산 사람처럼 또 만나자 창밖의 사거리에는 급정거하는 소나타, 클랙슨 소리 위로 미끄러지는 중학생들이 또 횡단보도를 지우고 내가 나인 것이 치욕스러웠던 날들과 떳떳했던 날들을 마구 흘리며 달아난다 그러나 쇠고랑 끝에 매달린 금속 추처럼 죽은 애의 죽음을 끌고 간다 우리는 후렴구를 연거푸 반복하면서 ―「동창생」 부분 평범한 일상이 전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장례식장에서 신고 온 구두가 아무래도 내 것 같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밤의 이야기」), 자나깨나 자신만을 비추는 거울을 문득 극복해보고 싶다 느껴지는 순간(「은둔형 오후」)이 있다면, 언어와 세계의 흔들림 없는 경직성을 깨고, 생경하고 불가해한 순간을 생경하고 불가해하게,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해 가능한/사회가 공유한 언어체계로 그려내려 애쓰지 않는, 요컨대 ‘시적으로’, ‘시답게’ 밀고 나간 이 시들을 즐길 수 있으리라.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무심한 듯 차분한 얼굴로 말하며 그가 내민 이 시집을 받아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 소개

  • 저자 : 유계영
저자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우리는 시끄럽고 앞뒤가 안 맞지
봄꿈/ 더 지퍼 이즈 브로큰/ 공공 서울/ 눈금자를 0으로 맞추기 위해/ 불과 아세로라/ 심야산책/ 왼손잡이의 노래/ 동창생/ 개와 나의 위생적인 동거/ 반드시 한쪽만 유실되는 장갑에 대하여/ 몰/ 치와와/ 미래일기/ 참 재미있었다

2부 손까지 씻고 다시 잠드는 사람처럼
미래는 공처럼/ 허클베리―경언에게/ 맛/ 신은 웃었다/ 레이스 짜기/ 삼박자/ 여름이 오다/ 다이얼/ 적록색맹에게 배운 지혜/ 잠실/ 이석/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밤의 이야기/ 가족사진

3부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
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 나는 미사일의 탄두에다 꽃이나 대일밴드, 혹은 관용, 이해 같은 단어를 적어 쏘아올릴 것이다/ 우리는 친구/ 북/ 진술서/ 실패한 번역/ 맨드라미/ 치(齒)/ 대관람차/ 환상통/ 아코디언/ 구충제 먹는 날/ 자유로

4부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시/ 착한 기린의 눈/ 너무 느리게 생각하고 너무 급하게 돌진하는 코뿔소/ 겨울에 쓰는 여름 시/ 두 마리 앵무새가 있는 구성/ 은둔형 오후/ 만성피로/ 기린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장이를 숨긴다/ 엔젤링/ 푸가/ 구경하는 집/ 촙/ 탈(脫)/ 마침내의 날/ 웃는 돌

해설| ‘못다 한 이야기’
조연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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