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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 - 문학과지성 시인선 462

정영 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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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26886 / 123쪽 / 185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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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막막하고 먹먹한 삶의 거리에서 통점 찾기 삶이란 무대 위에 던져진 우리 모두를 훑어내려는 듯 정영의 시 역시 말, 그리고 말이 빚어내는 관계를 응시하며 시작한다. 울음과 웃음 속에 각자의 추레한 마음과 고통, 꾸다 만 꿈과 채 고요에 이르지 못한 고독을 숨긴 인간들이 “침을 섞고 뱉고 토하고 늘어뜨리며 뛰노는 어수선한 당나귀”(「가련한 사전」)떼와 다를 바 없을 때, 우리가 말하는 소통이란 그저 짐작이거나 착각일 뿐이다 (“이 도시에선 모두 전등 아래 모여 앉아/서로의 언어를 알아듣는 척하느라 고개 끄덕이기 바쁘고/우아하게 턱을 괴고 웃다가 집에 돌아와/사전을 만드느라 밤마다 두통에 시달리지”―「가련한 사전」 부분). 첫 시집에서 “삶의 배후로 밀려난 죽음을 평범한 삶의 공간으로 이장시키는 시인의 미학적 기획”(문학평론가 류신)이란 평을 듣기도 했지만, 정영의 시에서 “어둠의 약효”를 빌려 잠과 꿈이 한데 놓인 그곳은 종종 지하, 무덤, 죽음으로 변모한다. “잘라내도 살아지는 생”(「몇 겹의 사랑」)처럼 “한 씨앗의 죽음으로 생을 얻은 숲”(「무주無住」)이 존재하고, “언 숲에서 빠져나온 뱀들이 칼바람 부는 강변도로에서/제 눈물의 온기로 제 몸을 데우며 행렬을”(「언 숲」) 이어가듯, “탄생이 쏘아올린 화살은 죽음의 과녁을 향해 달려”(「혈관에 꽂아 넣는 슬픔」)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이 연쇄적으로 순환하는, 그래서 나란히 함께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새들이 속을 파놓은 보리수엔 어떤 고요의 웅덩이가 있어 거기 쉰 적 없는 발을 담가 쉰 적 없는 숨을 담가 이쯤이면 그만 됐다 구걸해서 얻은 이번 생은 이만하면 됐다 하였으나 식은 살갗을 어루만지며 꾸역꾸역 밥일 밀어 넣는 미련한 짐승이라 구른 자리를 또 구르며 손을 쫙 펴서 눈물을 닦고 불천지를 걷는다 누가 걸어와 개금도 안 된 불상 옆에 몸을 누인다 ―「흰 소 한 마리 구름을 끌고」 부분 그렇게 시인의 자각과 통각은 깊게 사무친다. 밤마다 식탁에 앉아 여린 짐승들을 발라 먹었지 두 눈을 파내고 허파를 찢고 그저 생의 지팡이일 뿐이던 뼈를 분지르며 익은 심장을 건드려보다 집어삼켰지 살아온 만큼 죄를 지었다 ―「목욕의 시간」 부분 화(花) 류(柳) 계(界), 들숨과 날숨 사이 꽃과 버들이 노닌다 잊었던 기억이 피처럼(「천 개의 서랍」) 젖어오는 순간 시인이 첫 시집에 붙이려 했던 제목 ‘화류’는 화가유항(花街柳巷)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시집 표지를 붉게 물들인 색은 화려한 꽃,의 그 불빛이기도 할 테지만, 어쩌면 “오늘 저녁노을이 스며들어 뼛속까지 붉어졌다는 얘기/입을 쫙 벌리고 비를 마셨더니/어머니가 먹고 싶어 눈에 노을이 번졌다는 얘기//그래서 눈물이 붉은 것이니 걱정 마, 걱정 말라는 얘기/자꾸만 살고 싶어져 미안해, 미안하다는 얘기”(「누군가 걸어간 자리에 노을과 뱀이 들이치는 풍경」)처럼 붉은 피가 흐르는 생의 의지이기도, 맺히고 꼬였다가 풀어지고 번져가는 삶의 주름과 흔적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서로의 몸을 무릎 위에 올리는 갸륵한 꿈을 헤매는 동안 바람이 심장을 만지작거리다가 체온을 묻혀간다 그러면 나는 어느 사막의 어느 사구의 어느 모래무덤의 어느 모래알의 어느 모퉁이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나를 못 알아볼 수 있을까 무릎을 숨긴 치맛단 같은 알을 품은 새들의 눈이 더는 슬프지 않을까 사는 내내 비밀이 생기는 건 버리고 싶은 몸이 하나씩 는다는 것이어서 숨을 참을수록 비참하다 ― 「피에타-어떤 손이 있어 우릴 무릎에 앉혀 가엾이 여길까」 부분 이번 시집에 묶인 대부분의 시들은 미발표작이다. 지난 10여 년 가까이 정영의 글은 때론 산문으로 때론 무대 위 노래 가사로 많은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 속에 있었다. 뮤지컬 작사가로 활동하며 창작 뮤지컬 「남한산성」 「라디오스타」 「바람의 나라」 「소나기」 「심야식당」 등의 가사를 썼고, 라이선스 뮤지컬인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우리말 가사를 썼던 그는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2008)에서 작사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신의 조각과 나를 어떻게든 연결해야만 하는 날들 구름색 옷을 걸쳐 입고 우린 늘 심장의 자리를 맞춰보지만 이미 어긋난 감정들은 바둑돌처럼 제자리에 놓이는 게 아니어서 당신은 달그락거리는 발굽을 내 입술에 맞춰보네 내 목덜미에 네 야윈 허리를 맞춰볼 때도 우린 취해 웃지 시들어가는 꽃잎을 떼어내며 사랑을 점칠 때로 우연에 기대어 잊혀지는 관계들을 증명하고 싶어 해 점점 뭉툭해지는 네 개의 발로 거리를 활보하며 괴물의 소리를 내며 몸에 실낱같은 고리들을 매달고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나를 끼워 맞추느라 밤거리를 떠돌다 새벽이 오면 우린 두 손에 꽉 끼는 구두를 신고 달리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얼굴로 인간의 것도 짐승의 것도 아닌 몸으로 밤과 낮이 없는 숲을 꿈꾸며 너도 나도 털이 자라는 몸 너도 나도 뼈가 퇴화 중인 몸 어쩌면 우린 모두 뿔을 가졌으니 완벽한 동체(同體)일지도 몰라!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공통점 찾기 놀이에 흠뻑 빠져 있지 그렇게 같은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흔연해서 서글픈 그런 날엔 꿈을 꾸지 달에서 날아온 화살이 우리를 하나로 관통하는 좀 덜 외롭게 ―「꽃과 버들이 노닌다」 전문 지극한 외로움으로 깊어지는 “이 고결한 밤”은 얼마나 평온하고 또 잔인한가 “네 뜬잠을 가만히 덮어주는” 이 밤은 또 얼마나 따뜻해서 마음이 이지러지는가 “한 겹의 이불을 덮고/ 세상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그 어떤 이야기/ 뭉칠수록 더 오래 녹아야 해서 슬픈 이야기/ 내장에 스미는 눈물처럼/ 내가 되었던 당신이/ 나를 빠져나가는 그런 이야기”(「소매에 넣어둔 말」 부분)가 여기 있다. 눈을 감고 서로의 우는 얼굴을 좀 만져보자고 했던가 누가 ― 「비망증명(備忘證明) 2」 부분

저자 소개

  • 저자 : 정영
저자 : 정영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암스테르Dam」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평일의 고해』(2006)와 산문집 『지구 반대편 당신』(2010)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2012) 등이 있다.

목차

1부 化
가련한 사전
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아서
집 밖의 삶
꽃과 버들이 노닌다
피에타
혈관에 꽃아 넣는 슬픔
잔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몇 겹의 사랑
깃털 달린 뱀
간절(間節)
무주(無住)
흰 소 한 마리 구름을 끌고
꿈이란 위로가 없었다면
비망증명(備忘證明) 1
오지 않는 공
목욕의 시간
커피를 마시며

2부 柳
새들이 손바닥만 한 웅덩이에서 목욕을 한다
여행
수레국화가 구려진 집
각루(角鏤)
문 만드는 사람
멍을 토하는 자들
겨울 풍경
생일파티
천 개의 서랍
누군가 걸어간 자리에 노을과 뱀이 들이치는 풍경
세렝게티에서 우린 그때
껍질들
얼의 굴
추락의 자세

3부 界
거룩한 날
어떤 음(音)들
비망증명(備忘證明) 2
오직 모를 뿐
소매에 넣어둔 말
땀
연극
언 숲
공중폐허(空中廢墟)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품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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