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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 문학동네시인선 174

정재학 저 | 문학동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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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7461 / 104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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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정재학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시집으로는 오랜만에 독자들을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2014년 『모음들이 쏟아진다』 이후 8년 만의 신작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을 내는 소회를 들려주세요. 네번째 시집이 꽤 오래 걸렸네요. 시집 ‘시인의 말’에서 썼듯이 제가 매우 게으릅니다. 하지만 느리고 게을러야 쓸 수 있는 시들도 있지요. 8년 동안 쓴 시들을 책으로 내니 기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오랜만에 내는 시집이라 설레기도 하고요. Q2.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보다 타인을 향한 시선이 눈에 띕니다. 이 시집의 첫 부에 놓은 시들은 대부분 아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3부의 ‘불’ 연작 등에서는 타인이 되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형식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모음들이 쏟아진다』의 「태동」에 처음 등장했던, 엄마(작년 문학동네에서 시집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을 낸 김향지 시인) 뱃속에 있었던 아들이 지금은 열 살입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해준 말랑말랑한 말들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아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쓴 시들이 1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3부의 <불> 연작은 처음에는 티베트 독립을 위해 많은 스님, 시민들이 ‘분신(焚身)’한 것에 대해 느낀 슬픔과 분노가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이 화상입니다. 그것을 감수한 ‘공적(公的)인 죽음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적(公的)인 죽음’이기에 ‘분신자살’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베트의 저항적 분신을 계기로 다른 분들의 분신도 연작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Q3.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번 시집에서는 시라는 표현 양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작가님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질문이 너무 크다면, 시를 쓸 때 작가님은 어떤 마음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시집에 있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하하…… 등단한 지 26년이 넘었습니다. 뭐든지 26년을 했으면 달인, 숙련공이 되어야 하는데 저는 시를 쓸 때마다 처음 쓰는 듯 막막합니다. 시 쓰는 법을 매번 까먹나봐요. 며칠 동안 한 글자도 못 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자 저를 다독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평생 쓸 거니까 지금은 못 써도 괜찮아. 막막함이 늘 우선이고, 잘 풀리면 해피엔딩입니다. Q4. 시 외적인 부분도 궁금합니다. 최근 작가님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혹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조금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만…… 요즘 일상의 관심사와 함께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비애, 슬픔, 우울함보다는 기쁨, 행복, 빛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작년에 문득 ‘내가 슬픔, 우울함을 느끼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집에서도 다루었지만, ‘윤회’를 믿게 되었습니다. 종교를 믿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종교도 믿지 않습니다. 불교조차도 믿지 않습니다. 샤머니즘도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고요. 『모음들이 쏟아진다』에서도 「샤먼의 축제」라는 연작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 연작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샤머니즘은 그 자체로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측면이 있지요. 단번에 돌파하고 초월하는. 예전에는 실존주의자로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나는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화두였다면, 요즘에는 윤회론자로서 ‘내가 계속 몸을 벗으며 영원히 산다면, 지금 이 生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화두가 바뀌었습니다. 5. 끝으로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인사말을 남겨주셔도 좋고요. 시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한국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시집을 많이 출간하는 국가일 겁니다. 글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과 확장을 준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 일입니다. 제가 오랜 시간 천천히 쓴 시들이듯이 여러분들도 지치지 않고 천천히 읽으셨으면 합니다. <책 속에서> 아빠, 숨쉬는 글자를 알려줘! 이제 막 한글에 흥미가 생긴 아들이 묻는다. 모든 글자는 숨을 쉬고 있단다. ㄱㄴㄷㄹ도 ㅏㅑㅓㅕ도 다른 글자들을 만나기 위해 항상 숨을 쉬고 모든 글자들은 절대 죽지 않아. 영원히? 글자의 힘에 의지하는 것들만 그 글자 속에 숨어서 영원히 살 수 있어. 글자는 말이 되기도 하고 숨이 되기도 하고 말은 글자가 되기도 하고 노래가 되기도 한단다. 심장박동을 크게 만드는 멋진 말들은 시가 되지!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시는 우리를 꿈꾸게 하는 글자들이야. _「글자의 생」에서 아들이 나를 닮아 수박을 좋아한다. 수박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 글자를 써달라고 한다. ‘여름’이라고 써주자 그림책을 가져와 무성한 푸른 잎을 거느린 나무 그림을 보여주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이게 여름이니까. _「여름 글자 필요 없어」에서 혓바닥이 투명해지고 흰 손을 잠시 잡았다 놓쳤다 색을 잃고 명암뿐인 우리는 검밝은 눈을 서로 맞추어본다 빛으로 사라지든 어둠으로 사라지든 결국 같은 것이었다 _「실내악(?內樂)―무채색과 이별 2중주」에서 날개를 갖지 못한 깃털들은 타다 만 재를 감싸안고 증발하는 글자들 속에서도 꿈은 휘발되지 않았다 재의 둘레엔 물결무늬 소리 _「불, 전태일」에서 지구대에 잡혀 와 엊그제 해동된 굴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름다운 굴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름다운 문장을 적어본다 굉장히 멋진 말인데 이를테면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그러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거 더이상의 그릇은 필요 없었다 새로이 무엇을 담을지 모르겠어서 _「그릇은 필요 없어」에서 꿈의 문을 열면 무수한 죽음 무수한 되풀이 백 개의 무덤 위에 누운 시인 상징을 여행하는 샤먼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되고 어떤 시간은 공간으로 창조된다 _「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신들의 땅」에서 태엽이 풀려 지금 정지한 벽시계 12에 멈춘 초침과 2에 멈춘 분침 사이로 벚꽃이 피어나더니 꽃잎이 휘날리고 벚꽃이 피면 뭘해요 어차피 내가 걸을 길이 없는데 울 수도 없어요 꽃잎이 너무 환해서 시계 속이 너무 어두워서 _「시계를 고정시키지 위한 각주」에서 별이 세 개쯤 보이는 밤이었는데 나는 늦봄에 이르기 위해 별 하나에 각주 하나를 달았을 뿐 가느다란 다리를 오므리다가 날개가 접히고 한 편의 나비가 완성되고 나비는 정말이지 아무런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은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_「5월, 별과 벽의 거리는 가까워지고」에서 괄호는 가면 같고, 계단 같고, 관(棺) 같고 때로는 천 권의 책을 지닌 거대한 도서관 같았다. 그 책들에서 글자들이 쏟아져나오면 나는 소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질식해서 죽을 것이다. 괄호에 손을 집어넣자마자 괘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입에서 숟가락을 계속 게웠다. 배가 고팠다. 나는 당나귀보다 더 많이 걷기 위해 숟가락의 무덤을 지나 괄호 속으로 들어갔다. _「12월, 괄호 속으로」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정재학
저자 : 정재학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가 있다.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빠, 돼지곱창 음악이 왜 이렇게 아름다워?
나비차원/ 글자의 생/ 달팽이 잠자리 물고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그 공룡에게 산타의 선물을!/ 캔버스/ 놀이터에 간 아빠/ 바이올린 사줘/ 지 맘대로 생각하긴/ 내 손바닥보다 큰 달팽이/ 종이접기 시대/ 돼지곱창 미스터리/ 반시(反詩)

2부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눈두덩만 보인다
택배로 온 아리랑/ 집시/ 블루스, 악마와 함께―로버트 존슨/ 물고기 은행을 조심해라/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화벨이 확대되는 방/ 알코올, 발 없는 새/ 라면이 있었던 초현실 아침/ 말과 한숨 사이/ 검은 하늘 은하수/ 흰머리 길러볼까?/ 어쩜 그렇게 젊어 보여요?

3부 떨리는 것들은 악기가 될 수 있다
실내악(?內樂)―무채색과 이별 2중주/ 실내악(?內樂)―중3 아이 둘의 욕설과 선풍기 3중주/ 실내악(?內樂)―냉장고 소리와 빈 꽃병 2중주/ 실내악(?內樂)―비, 기침소리, 두더지 3중주/ 실내악(?內樂)―세탁기, TV, 진공청소기 3중주/ 광장의 불들/ 불, 티베트/ 불, 모하메드 부아지지/ 불, 틱꽝득 스님/ 불, 전태일

4부 주춤주춤 춤춤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신들의 땅/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심방/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잔크리/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칠머리당/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푸르바/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신칼/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북/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요령/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새부리뼈/ Exit―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5부 시 몇 편을 쓰고자 저는 아버지를 선택했고요
시계를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1/ 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2/ 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3/ 장미를 묻고 아버지를 묻고/ 그 장미도 죽어버리고/ 그 장미도 죽어버리고 2/ 내게 고향별이 있다면/ 불타는 집은 연기를 뿜어대는 입처럼 숨기는 것이 있다

6부 어떤 시간은 나에게 공간입니다
1월/ 2월, 까마귀와 트럼펫/ 3월, 미술 시간과 서커스/ 4월, 윤슬/ 5월, 별과 벽의 사이는 가까워지고/ 6월, 오후 6시/ 7월, 침묵과 바닥은 꽤 친해지고/ 8월, 책 파도 고래/ 9월, 태양이 비워진 날/ 10월, 붉은 술/ 11월, 회고전/ 12월, 괄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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