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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1582 / 360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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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비극이라는 현실의 안팎으로 펼쳐지는 삶의 끝과 시작 물음과 여운에 입각한 부재의 형식은 결코 간명한 결론이나 의미화로 수렴되지 아니하는 문제를 독자들로 하여금 온몸으로 끌어안고 고민하게 만드는 위력을 지녔다. 그렇게 전상국 소설이 도입하고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결코 끝나지 않는 결정 불가능성에 한없이 계류되고 그리하여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된다. (조형래 문학평론가) 표제작 「굿」은 “죽은 사람이 살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분명 오래전 둔짓골에서 마을 사람들의 쇠스랑에 찔려 죽은” “전 부귀리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용호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은 그를 ‘한청단’ 출신이라며 피한다. 부귀리에서 자라 부귀학교 교장이 된 ‘나’는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유년 시절 기억 속 ‘정대수’가 떠오른다. 전쟁 중 비교적 고립되어 있던 부귀리 산속에서 국군 통신병이었던 그와 모스부호놀이를 했던 장면이었다. ‘나’는 그가 인민군에게 잡혀가는 악몽에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정대수’가 납북됐으리라 여겼지만 자칭 ‘최종호’는 그가 죽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인민위원회였던 자신 때문에 그 원혼이 “구천에서 떠돌았다”고 덧붙인다. 이후 동생 ‘정배’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국정원이 간첩을 잡아가지 않는 시대라 해도 어떻게 마을에 빨갱이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우문에 ‘나’는 현답을 내놓는다. “이제 전쟁이 끝날 때도 됐다, 그런 거 아닐까?” 이 작품은 좌나 우로 나뉘는 정치적 이념 없이, 그저 남과 북으로 쪼개져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울분과 회환을 감싸 안는다. 부귀리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억지로 꺼내러 온 듯한 수상한 인물 최용호도 “복수를 위해 귀향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관한 해원(解 )의 제의를 주관하”(조형래 문학평론가)러 온 것이다. 결국 최용호의 증언을 토대로 전쟁 당시 돌아가신 선친들의 묘를 이장하는 행사가 거행된다. 이때 치러지는 의식이 ‘굿’이다. ‘굿’은 또한 땅이 움푹하게 파인 구덩이, 즉 묫자리와 영어 형용사 ‘good’을 함축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의미를 정교하게 녹여낸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감정은 이것이다. “통일이 된 거 가터. [……] 아이고 됴타.” 부재의 흔적이 남긴 상처와 고통을 예측 바깥으로 전복시키는 힘 아무튼 난 춘배 걔 상판때기만 쳐다봐두 되우 좋다. 근데 증말 이상한 건 춘배만 보면 그리 절로 흥이 솟으면서도 괜히 맘 한구석이 짠하다는 거다. 그건 울 아부지가 나 시집갈 때 됐단 얘길 할 때마다 「춘천 아리랑」 그 서러운 한 대목을 흥얼거리게 되는 거와도 같다. (「춘천 아리랑―「동백꽃」 오마주」」) 한편 이 책에서 작가는 김유정과 황순원의 대표작인 「동백꽃」 「봄봄」 「소나기」 결말 이후를 이어 쓰며 “각각의 소설이 남기고 있는 부재의 자국에 관한 경외 어린 천착의 방식”(조형래 문학평론가)을 보여준다. 「춘천 아리랑―「동백꽃」 오마주」는 ‘춘배’ 앞에서 보란 듯이 닭싸움을 붙이던 ‘점순’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노란 동백꽃 덤불에서 [……] 울 어머니가 날 불렀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춘배하고 밸 맞췄을” 것이라며 「동백꽃」 이후를 자연스럽게 그려나간다. 그러나 ‘점순’은 부모님에 의해 곧 시집을 가야 하고, 작심한 듯 춘배에게 마지막으로 마음을 표한다. “우리 도망갈래?” 「봄봄하다―「봄·봄」 오마주」에서는 원작 속 점순네 데릴사위인 ‘나’에게 ‘칠보’라는 이름이 생긴다. 데릴사위라며 머슴처럼 부리기만 하고 정작 점순과 혼사시킬 생각은 없는 아버지처럼, 점순도 자꾸만 “야학당 선상님”한테 눈길이 간다. 「가을하다―「소나기」 오마주」에서는 중학생이 된 ‘현수’가 개울가에서 조약돌로 물수제비를 뜨며 “5학년 단발머리 소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죽음 이후에도 늘 현수의 곁을 따르는 소녀와 나누는 대화문은 원작의 여운을 그대로 이어냈다. 「오래된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부터 이어지는 작품들은 부재에서 오는 상처와 사회 부조리, 전쟁 이후의 삶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오래된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의 주인공 ‘나’는 회사에서 주변인을 자처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고자 한다. 극심한 멀미 탓에 탈것 없이 걷고 또 걷다 산속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만난 오래된 굴참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부재의 대상인 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 「집을 떠나 집에 가다」의 ‘나’는 ‘유인수’가 가출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부인은 “집 떠난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뿐이다. ‘나’는 그 부재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산속에서 여러 사람의 환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비로소 ‘유인수’를 매개로 좇던 문제를 결론짓는다. 조형래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떠남에 대해 의미 부여하고 달관의 매듭을 짓는” 일일 터이다. 「저녁노을」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은 물론 팔까지 잃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동창이 노인이 된 후 동창회에 등장한다. 「조롱골 우리 집 여인들」은 강원도 산골에 여성들이 모여 사는 “조롱골 우리 집”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한다. ‘로즈 박’은 ‘유선달’이라는 기자가 과거 자신의 첫사랑이 다시 나타난 것이라 믿고 “조롱골 우리 집”의 취잿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오보를 쓰고도 당당한 ‘유선달’을 보며 여인들은 시원하게 가래침을 뱉어버린다. 각 작품 속 인물들은 오래전의 상처를 마치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기억해야 하는 진실과 감정 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전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기억하는 한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이 있으므로, 전상국이 그린 『굿』의 울림은 지금 더 유효하다.
춘천 아리랑―동백꽃 오마주
봄봄하다―봄·봄?오마주
가을하다―소나기?오마주
오래된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집을 떠나 집에 가다
어디에도 없고 어딘가에 있는
저녁노을
조롱골 우리 집 여인들
굿
해설 | 서스펜스의 해원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