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91188375363 / 228쪽 148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출판사 리뷰
호시노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현실의 관념과 규범을 훌쩍 뛰어넘는 실험과 상상으로 가득한 식물소설집
「피서하는 나무」에서 “개와 사람이 나뉘지 않았던 시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유리오와 나쓰소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개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개(오노농)와 나무(오노나무)와 나무의 씨앗과 꽃과 열매를 퍼뜨리는 사람(유리오와 그의 가족, 나쓰소)은 서로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공식(共食)”으로 연결된 존재들이다. 유리오의 반쪽이었던 오노농이 죽은 뒤 땅에 묻은 자리에 심어 자란 오노나무는 유리오의 감정이 머무는 유일한 곳이 되고, 유리오와 나쓰소는 개의 언어로 둘이서 이야기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비틀즈의 곡 ‘디어 프루던스’에서 영감을 받아 쓴 「디어 프루던스」는 코로나 펜데믹 시대를 겪은 우리 모두에게 호시노의 유쾌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전하는 위로의 작품이다. 전염병의 시대를 견디기 위해 애벌레가 되어 자신이 살던 집 정원에서 풀을 갉아 먹으며 지내는 예순일곱 아줌마. 고립과 외로움 속에 틀어박힌 옆집 소녀 시리고미짱에게 애벌레 아줌마가 말을 걸기 시작하고, 시리고미짱이 민들레 씨앗이 되어 꽃으로 피어올라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 필요했던 건 오로지 절박한 상상의 힘. “상상하는 내가 존재하는 한, 항상 똑같은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나는 변화하고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기억하는 밀림」은 영화배우 히스 레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히스 언덕으로 떠난 위로 여행에서 만난 소라히코와 나의 이야기.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화분을 하나씩 사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소라히코, 열 번째 화분은 소라히코 자신의 것이 되고 나는 소라히코의 히스 화분을 가지고 와 히스 밀림을 이루려고 한다. 소라히코의 기억을 축적하고 있는 히스의 초롱 같은 꽃등이 켜질 때마다 소라히코를 출현시켜 줄 것이기에.
「스킨 플랜트」는 호시노의 첫 단편집인 『인간 은행』을 통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는데, 번역을 좀 더 다듬어 『식물기』에 재수록한 작품이다. 생식 기능을 포기하고 꽃을 선택함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인류, ‘행복한 꽃의 아이들, 플라워즈’의 이야기는 즐겁고 기발한 상상력과 읽는 것만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고사리태엽」은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식물전환수술이 가능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이다. 식물전환수술 대상자를 모집한다는 전단을 보자마자 바로 신청한 호시노(저자와 이름이 같다!)가 식물전환수술을 받은 직후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심장은 유리 디캔터 안에서 뿌리와 잎으로 자라고, 호시노의 가슴 속 텅 빈 공간에는 고사리태엽이 돌아가고 있다. 고사리태엽 아래로는 꽃의 태엽들이 복잡하게 얽혀 도는데... 인간에서 식물로 전환을 감행한 호시노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기발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식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호시노의 이야기 다음 작품은 「식물전환수술을 받기로 한 전 여자 친구를 설득하는 편지」다. 「고사리태엽」을 읽으면서 일말의 안타까움이나 걱정을 품을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호시노가 마련한 재치 있는 엽편소설이다.
이어지는 두 작품 「인형초」와 「시조 독말풀」은 인간 세계를 향해 반란을 일으키는 식물들을 제압하는 네오 가드너들의 이야기다. “식물의 혼에 감응할 수 있는 신세대 가운데서 극비리에 선발”된 네오 가드너들은 식물의 반란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은 식물에게 조종당하거나 식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네오 가드너 리더로서 식물 반란 진압을 훌륭하게 성공시켰던 기코는 식물 쪽으로 돌아선다. “인간으로 있어도 자유의지 따위 환상이고, 뭔가에 조종당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런 것보다 나는 이제 그냥 그곳에 자라는 풀이니까 줄기로 이어져 있는 커다란 풀의 일부야.” 기코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향해 기코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한 게 아니야. 인간이 더 살아남기 위해. 너도 풀이 돼 보면 알 수 있어.”라고. “인간은 이미 식물을 모시는 쪽이 되었다. 혁명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인형초」와 「시조 독말풀」은 식물기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한다.
「춤추는 소나무」는 새해 기도를 하러 간 신사에서 친구들이 행방불명된 사건을 계기로 호기심을 가진 친구 넷이 사건이 벌어진 신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그 신사의 이름이 ‘춤추는 소나무’라는 뜻의 오도리마쓰 신사.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케일 아주머니’를 통해 “솔방울의 비늘 하나하나가 신이고, 너희 넷도 모두 각각의 신이란다. 모든 게 신이라는 것과 신이 어디에도 없다는 건 어떻게 다를까?”라는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 그들에게 바람의 신이 나타나 모두 함께 빙빙 돌면서 춤추는 소나무와 하나가 되어 가는 이야기는 “영혼의 존재 방식이 다를 뿐” 존재하는 세상 만물이 신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 모두가 신이라는 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친구 넷 중 하나인 가사마쓰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서로 협력해서 희망 사항을 이루어 주자는 거야? 모두가 신이란 건 그런 뜻 아니야?”라고.
「벚꽃 낙원」은 벚꽃이 만발한 시절이면 누구나 꽃구경을 갔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나와 미쓰야가 가모가와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벚나무 숲을 만나러 가는 작품이다. 벚나무는 결국 사람의 화신임을 확인하게 된 나는 미쓰야 벚나무에 달린 달콤한 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삼켜 자신의 몸에 벚나무 싹을 틔우고 새로운 장소에 자신을 심겠다고 결심한다. “언제나 사람의 기척으로 일렁이는... 새로운 벚나무 숲의 시작”을 기다리며.
「남은 씨앗-에필로그」에서 호시노는 『식물기』의 핵심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라시야(시든 꽃집이라는 뜻)’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식물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지, 그것을 이야기의 감각으로 재현해 보고 싶었던 작가로서의 속엣말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 전한다.
마지막 작품 「샤베란」은 방울벌레의 울음소리에서 시작해 ‘노래하는 억새’가 탄생하고 뒤이어 등장한 ‘말하는 난초(샤베란)’에게 인간의 말이 잠식당하는 이야기다. “난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어버린” 호시노는 “인간의 말은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영원히 쓸 수가 없다.”고 「남은 씨앗-에필로그」에서 고백한 뒤 「샤베란」을 마지막 작품으로 전하는데, 『식물기』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억새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내가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주제넘은 생각이에요. ... 식물은 자기 내키는 대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내 덕에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보살피는 것도 아니고요. ... 멋대로 살아 있는데도, 내가 숨을 불어 주면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람이 부는 곳에 내놓으면 음을 연주하죠. 억새의 생각과 관계없이요. 그러니까 나는 단지 바람과 같은 겁니다. 자신이 단순한 바람이라든가 햇볕이라든가 그런 현상과 같은 수준이라고 느끼면, 굉장히 편해져서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노래하는 억새는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지구의 환경이라는 힘에 의해 태어났고 그에 의해 땅의 생물들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이해했습니다. 그것은 의미가 아니라, 균형의 작용이라는 걸.”
인간이 절대적으로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식물에게
소설로 바치는 찬가
「샤베란」에서 호시노가 말하듯이 거대한 자연의 세계에 의미는 없다. 여러 힘들이 이루는 균형의 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의미를 따져 묻고 가치의 우열을 가리는 일은 뇌와 심장을 가진 인간만이 하는 일이다. 그런 인간은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자존감이 높아져 있지만, 존재의 근간인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족을 살상한다. 인간이 저지른 폭력은 부메랑이 되어 인간 문명을 위협한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이 없다면 금세 죽고 말 것인데 과연 인간은 식물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인간이기를 그만두고 식물이 되고 싶다는 호시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인간인 채로 식물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경지를 향한 절박한 호소이고, 『식물기』는 호시노만의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서사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쾌한 유머 코드를 통해 그 절박한 호소를 아름다운 문학의 언어로 만들어 전하는 것이다.
식물기라는 제목에 대하여
이 소설집의 제목을 들으면 『파브르 곤충기』처럼 식물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라거나, 식물의 시대를 뜻하는 게 아닐까 짐작할 것이다. 물론 식물의 이야기와 식물의 시대를 알리는 이야기도 이 소설집에 들어 있다. 그러나 실제 제목은 죽은 자를 기리는 의미를 가진 한자 ‘忌’를 쓰고 있다. 일본에는 ‘문학기’라는 것이 있는데, 작가가 죽고 나면 그의 기일에 대표작 이름을 붙여 기리는 것이라고 옮긴이 김석희는 말한다. 그러니 이 소설집의 제목 ‘식물기’는 어느 작가의 기일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식물기』 전체에 걸쳐 여러 번 등장하는 인물 ‘호시노’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째서 하필이면 ‘호시노’일까, 그 대답은 독자들을 향해 열어두고 싶다고 옮긴이 김석희는 덧붙인다.
저자 호시노 도모유키와 옮긴이 김석희
두 사람의 인연은 십 년이 넘었다. 호시노가 한국에 머물던 시절 알게 된 인연으로 김석희는 그의 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전자동 상상력과 문학의 깊이”에 매료되어 호시노의 첫 단편집 『인간 은행』을 엮어 옮기기도 했다. 이전에도 호시노의 소설이 출간되기는 했으나, 아마도 『인간 은행』 출간이 호시노의 이름을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식물기』 번역도 기꺼이 맡아 준 김석희는 화가로도 활동하는데, 『식물기』의 표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한국어판 서문
피서하는 나무
디어 프루던스
기억하는 밀림
스킨 플랜트
고사리태엽
식물전환수술을 받기로 한 전 여자 친구를 설득하는 편지
인형초
시조 독말풀
춤추는 소나무
벚꽃 낙원
샤베란
남은 씨앗-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