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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828121 / 210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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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응시」는 이 연작소설 전체를 외피처럼 둘러싼 작품으로 화자인 M이 아트페어에 전시할 작품을 ‘돌, 점, 얀, 꽃, 소, 술, 모(母)’의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이야기이다. 이 연작소설에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그것은 M이 이성과 비이성, 실재와 환상, 의식과 무의식, 자기와 타인 사이, 그 경계의 흔적을 뭉개버린 공간을 캔버스에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서사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도 인과의 개연성을 바탕으로 세심한 부분의 사실성을 고려하면서 진행되어 오다가 문득 화자가 자신이 처해 있는 곳을 집중해 들여다보는 순간의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있다. 마치 M이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모티브처럼. 「그녀」에서의 화자는 숨기고 드러내지 않고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린 꼽추 엄마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 기억의 시·공간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고통의 근원, 원망의 근원, 죄의식의 근원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데, 그것이 없다면 현재의 자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임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잊었다고 믿었던 엄마가 하반신이 마비되고 실명해 방안을 기어 다니면서도, 혈액이 돌지 않아 심장 근육이 괴사하기 직전까지도, 친척이나 지인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스스로 잊히지 않은 것은 이렇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표제작 「누구십니까」는 아내를 잃은 후 의욕상실에 시달리면서 딸을 몰라보는 섬망 증세에 시달리는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이 남자는 꼽추 여자의 남편이다. 화자인 딸의 진지하고 차분한 서술과 정신과에 다니는 아버지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 어우러져 한 인간이 현실적 맥락을 이탈해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가 ‘누구십니까?’하고 질문할 수밖에 없다. 「아들아, 춤을 춰보아라」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호소이다. 화자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과 아내가 받은 진짜 상처가 무엇이고, 어떤 외로움과 어떤 그리움이 그들을 괴롭혔던 것인지, 욕망의 얼굴과 그로 인한 유실과 망각을 돌아보고 그 고통의 질감을 다시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엄살과 변명의 진심까지 살펴보게 만들어 상처와 고통을 섣불리 확정지어 인식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식이 곤란한 자리를 우리들에게 떠맡겨 우리가 그 상처와 고통을 경험하게 만든다. 「5분 전」의 화자는 아내를 잃은 후 의욕상실에 시달리면서 딸을 몰라보는 섬망 증세에 시달리는 남자를 장인으로 모시고 살았던 사위 익도이다. 무용수인 아들이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난치병에 걸리고, 장인 장례식을 치른 후 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익도의 현재를 작가는 유머스러울 만큼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간파력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작품이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꼽추 할머니의 손녀가 화자인 「할머니는 코끼리를 탄다」는 별종의 한 세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서사가 독특하다. ‘명상센터, 진짜 주인, 코끼리와 할머니, 죽음의 유무, 인식의 전환, 선정삼매’로 짜여진 상상력은 현실감의 통제를 벗어난 세계를 떠돌면서도 이야기는 계시적이다. 그것이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상상력의 두께를 키우고 있다. 할머니와 코끼리의 상황적 인과성을 현실감으로 채우지 않고 비유나 상징으로 표현해 세상에 붙박인 세상이 흔들리고 경계는 무너지고 풍경은 모호해진다. 그것은 발을 디딘 현실도 아니고 또 다른 세계도 아닌 어떤 공간이다. 그곳은 선정삼매에서 오는 기이하고 폭발적인 활력으로 인해 뻥 뚫린 공백 같은 곳으로 탈바꿈하는데, 이 모든 중심에는 화자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외할머니의 기억이 존재한다. 전미홍 작가의 연작소설 『누구십니까』의 세계가 설득력을 얻는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방이 막힌 세계를 사실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파고들어 탐색의 깊이와 타당성을 얻고 있다. 특히 장애인이거나,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어둠이거나 벽이거나 하는 조건들의 가시화로 한 여인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가족들의 각기 다르면서도 복합적인 시선은 분위기나 사건을 순식간에 현장감 있게 살려내고, 그녀를 둘러싼 파편으로 존재하던 장면들을 한데 모으는 내적인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그래서 마침내 독자들로 하여금 이 소설을 그녀에 얽힌 온전한 하나의 서사로 기억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인간은 고통을 외면하고 상처를 잊기 위해, 평온한 일상을 맞이하기 위해 비밀이나 외면으로 타인과 자기를 다독인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그것들을 찾아 나서거나 그것이 내 눈앞으로 되돌아온다. 소설 『누구십니까』의 화자들은 고통과 상처에 특히 예민한 성격이어서 지난 고통과 상처의 근원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그런 것에 둔감 하려 했기에 오랫동안 견뎌온 것이다. 행동의 역설인 것이다. 전미홍 작가는 유난히 힘겨운 시대를 견뎌온 부모세대의 고통과 상처가 무의식이나 의식의 깊은 곳에 은폐되었다가 의식 밖으로 끄집어져 나올 때 더욱 커지는 아픔을 연작소설 『누구십니까』를 통해 성실하고도 값지게 증언하고 있다. 작가의 말 한 시인은 작가라면 마땅히 자신의 조상―부모이야기부터 써야하는 거라고 주장했고, 어떤 소설가는 그만 부모님기억에서 벗어나 지금 당신이 쓰고 싶은 소설을 쓰라며 충고했다. 또 어느 학자는 이젠 세상으로 나와 타인들의 이야기를 쓸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넌지시 건넸다. 첫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식에서 다음 책은 아름다운 노인 이야기를 쓰겠노라 선언해버렸다. 그때 이미 부모님은 미지의 그 책 속에 안방을 차지하듯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정작 그곳에 참석해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의 내 무모한 발언을 잊어버렸겠지만, 스스로 한 말은 허공에 새겨진 것처럼 한 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추천사 이 작품집의 전체적 아우라는 출구가 막혀버린 통로에서 서성대는 인간 군상의 의미 없는 대화 나누기와 그 근거에 대한 추적이다. 그들의 일상에는 어떤 희망도 없다. 오로지 세월의 흐름에 맡기고 삭아가며 닳아가는 무력감을, 그 정신적 허탈감을 곱다시 견뎌갈 수밖에 없어서이다. …그래서 작가는 ‘인간에 대한 예의’같은 교과서적인, 그럼으로써 ‘값싼 휴머니즘을 팔아대고, 앞장서서 소비하는 행태야말로 감상주의’라고 대든다. …나 혼자서라도 오늘의 처절한 삶을 부분적으로라도 긍정하고, 그 어떤 상업적인 분위기에도 휩쓸려 들지 않겠다고 도전장을 내밀고 나선 것이다. 『누구십니까』에 한 줌의 ‘감상성’도 비치지 않는다. -김원우 소설가
응시 / 7
그녀 / 39
누구십니까 / 69
아들아, 춤을 춰봐라 / 99
5분 전 / 127
할머니는 코끼리를 탄다 / 157
발문_멀어지는 출구통로, 아득한 사람살이 / 김원우 / 189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