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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일기

김지승 저 | 난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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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859317 / 312쪽 128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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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그애가 안심한 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씩 웃음이 오고갔으니 된 거였다. 성급히 슬픔을 취소하지도 않았다. 전화를 끊고 우리는 괜찮은 줄 알았던 어떤 자리에서 밀려나 울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럼 어쩌죠. 다시 전화하면 되지. 언제나 언제나 다시 하면 되지. _본문 중에서 이렇게 하루를 끝내기로 하자 누구도 아닌 채로 무엇도 하지 않고 전작보다 더 내밀하게 개인적인 기억과 체험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짐승일기에는 독특한 검은 색채가 감돈다. 이는 가부키 극에서 없음(無)으로 존재하는 쿠로코(黑子)와 같다. 쿠로코는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 채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옷을 벗기거나 입히고 소품을 전달하거나 이동시키는 이들이다. 극의 사건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도 주지 않고 캐릭터도 될 수 없는 존재. 관객은 이들을 보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합의된 무존재이기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짐승일기를 읽는 경험은 우리가 그동안 목격해온 삶이라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음으로 존재했던 이들을 다시 읽고 그들의 눈으로 되살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토리상 한 여자가 자결한다. 여자의 죽은 몸은 여전히 무대 위에 있고, 나머지 배우들이 극을 진행하는 가운데 쿠로코가 홀연히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두른 것과 꼭 같은 검은 천을 여자의 죽은 몸 앞에 드리워 관객들의 시야를 가린 다음, 여자와 함께 천천히 무대 밖으로 움직인다. 한 여자가 쿠로코, 바로 그처럼 ‘없음’의 세계로 옮겨지는 것을 나는 조금 전율하면서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위장하면서. _「Thursday 4」 중에서 어정쩡하게 피하거나 비스듬히 기대거나 다친, 어색한 존재의 흔적이 멍이나 상처로 남겨진 몸, 못 알아듣는 척, 무지한 척, 의도적으로 오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몸, 규격에서 벗어나 둘 곳 없는 몸, 침묵 혹은 웃음을 종용당하는 몸. 그 몸 둘 곳을 마련하는 쓰기. 나라는 존재와 상관없이 내가 ‘여자’라 명명될 때 작가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조형된 ‘여자’라는 개념에서 탈출할 수 있는 언어를 고심하며 세상에 없던 문장을 써내려간다. 화자가 자기 힘을 믿어야만 세상에서 이야기가 그 존재를 배정받게 됨을 기억하면서. 『짐승일기』는 작가 김지승이 어떤 글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하는지 선언하는 책이기도 하다. 견딘다는 게 종종 후렴구를 만드는 일 같았다 반짝이는 사탕 껍질을 모으는 것처럼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주어의 자리를 마련해두기였다. ‘나’를 주어에 둘 것,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하고 차지할 것.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고 잃어도 되고 폭력의 대상이 되어도 되는 짐승. 말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가정된 존재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체험해야 할까.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5개월간 SNS상에서 이어진 독자들의 지지와 애정은 이 세상의 주어가 아니었던 짐승‘들’에게, 타자였고 스스로 말해진 적 없던 몸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려는 공감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말로 설명하기 너무 어려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로는 실패조차 실패하는 이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에 틀린 존재로 있는 듯한 어떤 인간, 세상 어딘가에 자신을 겨우 감당하고 사는 같은 존재들이 겁을 내면서도 전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놓지 못해서 작가는 쓴다. 그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서로를 알아봐줬으면 해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처럼. 짐승일기의 곳곳엔 손바닥만한 볕이 한 조각씩 들어 있다. 누군가 앉았다가 일어난 의자에 떨어지는 빛 같은 온기다. 그 따뜻함은 울고 싶어지게 하는 슬픔을 독자에게 선물로 남긴다. 그게 용기와 닮아 있다는 사실도 함께. 내게 오는 말들과 내게서 나가는 말들을 떠올린다. 어제 친구는 내 배를 쓸어주면서 너는 고통에 재능이 있어, 라고 말했다. 내일 나는 누구에게 어떤 사람이 될까. 그렇게 나로 와서 내가 되는 말들, 내게서 나가 네가 되는 말들의 세계가 있다. 오늘 그 세계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_「Sunday 17」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김지승


저자 : 김지승
읽고 쓰고 연결한다. 『100세 수업』 『아무튼, 연필』을 썼다.

목차



금요일들│집안에서도 발끝을 들고 걷는다 ― 11
토요일들│내가 나의 타인이다 ― 51
일요일들│아픈 몸이 꼽는 건 날짜가 아니라 요일이에요 ― 93
월요일들│화를 따뜻하게 내는 사람이고 싶어 ― 137
화요일들│사람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까지 할까요? ― 177
수요일들│가장 무구한 존재는 지워진 여자야 ― 221
목요일들│눈을 뜨면 당신이 거기 있어라 ― 261
작가의 말 ―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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