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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9196 / 180쪽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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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기념비의 시학 시인은 언제나 자기를 향한 기념비를 짓는 존재다. 세계의 외관을 서술하는 산문가와 달리, 타인의 작품을 해석하는 비평가와도 달리, 시인은 언제나 세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읽고 타인의 작품을 통해 자기와 대면한다. 그것은 번뜩이는 지성의 철학적 성찰을 통해서도 아니고 계량된 수치를 열거하는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매번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매번의 발화를 통해 늘 스스로에게 돌아가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며 다른 삶을 찾아낸다. 그 반복 속에서 ‘나’라는 사건을 짓는다. 스무 번의 봄날을 지나 아니, 서른 번의 겨울을 지나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너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으니 늘 함께 숨 쉬었으니 나에게서 걸어 나와 다시 내 앞에 앉은 것이다 ―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부분 ■ 시는 ‘나’에게 건네는 대화 사랑은 그리움과 슬픔을 원료로 작동한다. 문정희 시작(詩作)의 추진체로서 그리움과 슬픔은 감상어린 비애의 관념이 아니다. 실존하는 타인, 이름 부를 수 있는 누군가를 향해 유행가 가사마냥 읊조린 노래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대상으로 자신에게 건네는 대화의 표현으로서 시는 직조되어 있다. 때문에 “당신은 그리움과 슬픔이 너무 많아”(?머리카락?)라고 되뇌는 것은 시인 자신이지만, 듣는 이 또한 시인 이외의 다른 이일 수 없다. 시인이 자신을 “고독의 혈족”(?희귀종?)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니, 매번 사랑에 감응할 때마다 마주하는 것은 그 자신이고, 이 자신이라는 고독을 넘어설 수 없음에 비로소 시가 탄생한다. 문정희가 끝없는 반복으로 ‘나’와 만나고 대화하며 건넨 말들이 문정희의 시다. 나는 울다가 눈을 떴다 그래 이것이 네 운명이라면 그렇다면 이대로 절뚝이며 살아라 나 또한 헛짓을 하며 즐거웠다 나는 시들을 자유로이 놓아주었다 ― <망각을 위하여> 부분 ■ 완성되지 못하기에 완성적인 시인은 시와 자신, 자신과 또 다른 자신, 세계 사이의 무한한 분열을 목도한다. 분열의 세계에서 “정상”이라 불리는 척도란 있을 수 없으며 ‘나’의 정상상태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비정상, 곧 규정 불가능한 운동과 흐름만이 세계와 나, 너, 모든 것의 원리이다. 따라서 문정희의 기념비는 고정되고 절대화된 어떤 무엇도 가능할 수 없음을 통찰하는 반(反)시학적 명명이다. 그렇게 시인은 줄지어 늘어선 기념비들에 무심히 등을 보인 채, 그 어떤 기념비도 최종적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확신하면서 다시 유랑에 나선다. “아무나 만졌지만 누구도 만지지 못”하는 기념비를 염원하면서. 나는 너와 다르다 오직 하나인 옷 다 만든 옷을 잘라 미완성을 만든다 그것이 그의 완성이다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그 언어만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중략) 아마 나는 여기까지 시인이다 ― <디자이너 Y> 부분 ■ 추운 사랑의 노래 그리하여 지금 문정희의 시는 처음 만져 보는 추운 사랑을 긍정한다. 도착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만족하지도 않는 “시의 혈족”은 언제나 유랑 중이다. 유랑하는 그에게 나침반이 있다면 오직 고독과 미완성뿐이다. 고독과 미완성을 추진체로 움직이는 문정희의 시는 추운 사랑만이 사랑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임을 알려준다. 혼자이고, 그마저도 분열되며 새로운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이 사랑은 추워도 좋다. “직선으로 소리치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은 말한다.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처음 만났는데 왜 이리 반갑지요 눈송이 당신 처음 만져보는데 무슨 사랑이 이리 추운가요 하지만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요 하늘이 쓴 위험한 경고문 같아요. ― <눈송이 당신> 부분
1부
나 잘 있니 13
겨울키스 14
비누 16
나는 내 앞에 앉았다 18
절벽 위의 키스 20
망각을 위하여 22
네가 준 향수 24
머리카락 26
탱고의 시 28
젊은 나에게 34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35
2부
투포환 선수 39
도착 41
나의 검투사 42
그녀, 엄마 43
부엉이 시인에 대한 기억 44
디자이너 Y 46
수상소감 48
시시 50
시인의 장례식 52
어디를 열어야 당신일까 53
어린 떠돌이 54
여기까지 나를 끌고 온 것은 무엇인가 56
눈송이 당신 58
인생 59
난징의 저녁 60
첫눈은 못질 소리로 온다 62
카페 단테 64
보고 싶은 사람 68
독립문을 지나며 69
내가 만든 나라 70
3부
벌집 75
내가 TV라면 76
예술가와 상 78
여자 작가 80
코레의 레전드를 생각하는 파리의 아침 82
타조 울음 84
국경 마을 내 친구들 86
모든 길에는 야생 개가 있다 88
폭염 90
냉혈 자궁 92
방독면 96
암탉읽기 98
두 사람 100
서원에 오른 여자 102
청와대 앞길 104
좋은 코 106
젖은 지폐 108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내 109
폭면 110
태풍 속의 공항 112
정크아트 114
나 버리기 116
나는 세계이다 118
4부
모른다 123
보석 잠자리가 있던 골목 124
슬픔은 헝겊이다 126
아도니스 128
해골 노래 130
야간 비행 132
잊어버렸다 134
알몸 뉴스 135
장사꾼 다이어리 136
초여름 신도시 138
펜과 깃털 139
꿩 140
떠날 때 141
작품 해설/ 최진석(문학평론가)
기념비의 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