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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8287 / 184쪽 12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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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추천의 글>
에세이스트·《가벼운 책임》 저자 김신회의 말
함께함이 미덕인 사회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I’로 일컬어지는 그들은 다 말하지 않는다. 속을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를 지켜내는 힘이 있다. 자신과 더 깊이 만남으로써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들의 동력은 자기 안에서 나온다.
이 책은 내향성이란 연약함이 아님을, 모자람이나 부적응이 아님을 알려준다. 예민함으로부터 시작되는 배려, 거리감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존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편안해지길 원하는 저자의 진심은 나처럼, E로 보이려 애쓰는 수많은 I들을 위로한다. 내가 오해해온 이들에게 가만히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그저, 각자의 모양대로 자유로워지자고 속삭이듯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내향적이고 어느 정도 외향적이지 않은가.
작가·《아무튼, 잡지》 저자 황효진의 말
‘나를 혼자 좀 내버려둬’와 ‘아니, 혼자 두지 마’ 사이에서 자주 갈팡질팡한다. 나의 우주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우주의 일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모순이 아니라는 걸, 김지선 작가 덕분에 알았다. 혼자만의 세계를 가꾸고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은 고립되길 원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이에게 지키고 싶은 고유한 세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각자가 원하는 정도와 방식으로 서로의 세계에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김지선 작가와의 만남을 상상했다. 적절한 표현을 떠올리느라 말을 멈춰도, 그러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러도 초조하지 않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 같은 지하철을 타게 돼도 괜찮지 않을까? 그라면 내가 서서히 나의 우주로 돌아가고 있음을, 이제 그 우주에는 자신이 나눠준 조각도 있음을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덜 내뱉고 덜 뻗치고 덜 부대끼며 살고 싶은 사람의 소망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담긴 사회의 공기가 희석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고통스러웠던 팬데믹 상황에서 잠깐 그 문이 열렸던 것도 같다. 집단주의의 관성이 일시적으로 해체되었고 개인주의자의 선택이나 행동이 별스러워 보이지 않는 세계가 열렸다. 빠른 속도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지금, 우리 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세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사적 공간과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되었으면 하는 최소한의 거리에 대해서 말이다._7~8쪽
점심에 사라지는 사람들은 홀로 있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일과의 한복
판에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을 만든 사람들이다. 일과 중 1시간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비축할 회복 환경을 구축한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사라지는 이들은 결코 외롭거나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지만 들여다볼 수 없는, 결코 들여다봐서도 안 되는 그 세계를 즐거운 기분으로 상상한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1시간은 너무 짧다. 우리에게는 더 긴 점심시간이 필요하다._19쪽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오픈한 개인 SNS 계정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엇을 노출하고, 무엇을 은폐하며, 무엇을 극적으로 드러낼지를 판단해야 하는 환경에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관종이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우리는 오로지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나의 일상을 전시하고, 혼자 아는 편이 나은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에 대한 해독제는 역시나 비밀이 있는 삶에 있는 것 같다._25쪽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다는 시인은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갔던 감각들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밤 시간을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예를 들면 이불에 맞닿는 코의 감촉,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 방 안의 온도, 완전한 검은색도 아니고 선명한 파란색도 아닌,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며 조금씩 변해가는 어둠의 팔레트들을 감상하면서 말이다. …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껴지던 시간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낮 시간의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_43쪽
요즘 나에게 유용한 것은 에어플레인 모드의 시공간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SNS 포스팅을 보지 않기 위해, 이메일 피드백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타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도 균열이 생기는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 가끔 비행기 모양 아이콘을 클릭한다. 평상시에 걸려오는 전화가 많지 않고, 세상을 향한 소심한 거부를 해봤자 알아차리는 이도 없지만 일순간에 모든 것이 차단된 시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에어플레인 모드를 해제할 때쯤에는 모든 것이 한결 나아져 있다._50쪽
다만 이 사실은 기억해두기로 한다. 그것이 우울한 학교든, 미래가 없어 보이는 조직이든, 어떤 암담한 환경에서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낄낄댈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씩은 꼭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를 찾아냈다. 함께 낄낄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 그곳은 숨 쉴 수 있는 장소가 된다. 하찮고 자잘하기 그지없는 행복과 불행과 기쁨과 울분을 나눌 시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오늘의 할 일을 해치우고 에너지를 축적한다. 나라는 좁고 편협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낄낄의 힘에 기대 살아간다._60쪽
스스로 내향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어도 못 하는 것은 없으며(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노래방에 가서도 책자를 붙들고 어떻게든 버티는 것처럼), 받아들여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본심을 털어놓는, 즉 발 디딜 곳을 보고 발을 뻗는 사람 정도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모습이 있고 한편으로는 저러한 모습도 있는 사람들의 의외성이 흥미로우며,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_68쪽
내가 가진 사랑의 총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열자식은 거뜬히 거둬 먹이는, 퍼도 퍼도 솟아오르는,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은 환상이 아닐까? 쉽게 지치고 인내심은 곧장 바닥이 나고 하루 종일 허덕이다가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간신히 찰박하게 차오르는 사랑도 있지 않을까? 자기애로 충만한 모성도 모성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그릇은 간장 종지 크기가 아닐까?_77~78쪽
처음 사용해보는 무인 시스템 내부를 두리번거리다 창문에 붙은 메모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다녀간 사람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 조각들이었는데, 주로 ‘콘칩 골드’나 ‘파워에이드 큰 것’을 부탁한다는 요청이 주를 이루었지만 “완전 싸고 좋음!”이라거나 “부자되세요”라는 글귀도 있었다. “여기, 사람 있어요”와 같은 느낌이랄까. 가게에서 만나볼 수 없는 주인은 쪽지에 일일이 답변을 달아놓았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를 원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환대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시대에 잔존하는 환대의 조각들이었다._84~85쪽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비로소 지켜지는 세계가 있다. 전 세계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물결 치고 있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은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국경을 허물고 있다. 평화로운 한 세계를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것도, 지지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것도 이웃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환경일까?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적절한 거리는 무엇일까?_95쪽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도 유지됐으면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잠시 망설이는 시간,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대신 물러나는 몸짓, 관습을 전복하고 하던 대로 하지 않아 보는 경험들이 귀하다. 무엇보다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나라는 존재가 타인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의 자각과 그로 인한 배려의 감각이다. 원래 우리에게 필요했지만 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감각들이다. 그것은 정확히 각자가 가진 예민함만큼의 거리일 것이다._99쪽
유행은 바뀌고 유행을 둘러싼 풍경은 금세 변한다. 그런데 몸에 아로새겨진 감각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유행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게 된 것은 나의 두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감각일 것이다. 사물을, 공간을, 세상을 피상적으로 보는 대신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적절한 거리와 여백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시시때때로 나와 세상 사이의 공간에 카메라를 끼워 넣는다. 스스로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그러니까 타인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_104쪽
파티션이 사라진 공동 책상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던 동료들의 책상에도 한두 권씩 책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아슬아슬한 책과 서류의 탑으로 구획된 각자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 어렵사리 얻어낸 자기만의 공간에 취향껏 영역 표시를 해놓은 사람들의 책상이 귀엽게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파티션이 사라진다면 현대인의 정신 질환 종수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모두가 벽을 허물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벽이 필요한지도 모른다._112쪽
나는 오래 보아도 알 듯 말 듯한 깍쟁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 가끔은 자신이 한 말을 뒤엎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복잡성을 관찰하는 일이 흥미롭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단순하지 않은 아이러니를 품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언어가 필요할 때가 있고, 그들이라면 그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언어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찬찬히 곱씹으려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수적이니, 너무 발 동동 구르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언제든지 나의 삶에 각색, 은둔, 은유의 자리를 남겨두었으면 한다._136쪽
사실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것은 이보다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의전이다. 배달 음식이 주문되고 도착하여 포장재가 벗겨질 때까지 우아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에 열중하는 자, 자신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당연한 듯이 신입 직원을 부르는 자 등은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을지언정 현대의 사무실에도 여전히 자리를 보존하고 있을 것이다. 신입 직원 시절의 나 역시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그래, 어찌됐든 저 사람은 어른이니까’ 하며 스스로 위계가 아닌 예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_155쪽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에게만 의미 있는 자잘한 성과와 실패가 있으며, 그에 따르는 만족감과 아쉬움이 있다면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도 스스로에게는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통과 환희의 드라마에 휩쓸려 떠내려가기보다는 아주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는 일상의 결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 결과가 지루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지루한 인간으로 남는 것일지라도 말이다._176쪽
프롤로그
1부 내밀 예찬
점심 이탈자
내밀 예찬
재택의 기쁨과 슬픔
무표정의 아름다움
말과 시간의 연주자들
어둠 사용법
수치심을 위한 장소
걷기의 예술
낄낄의 중요성
2부 숨고 싶지만 돈은 벌어야겠고
숨고 싶지만 돈은 벌어야겠고
스타벅스 테이블 라이터
간장 종지 크기의 사랑
단골집의 부재
고양이들의 도시
이웃이라는 낯선 존재
예민한 것이 살아남는다
거울이 다른 거울을 들여다볼 때
이메일을 보내며
파티션이 있는 풍경
술자리를 추모하며
3부 잃어버린 정적을 찾아서
3월 2일의 마음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최선의 솔직함
6인용 식탁
잃어버린 정적을 찾아서
일 머리가 없다는 말
의전의 거리
오늘의 메뉴
하지 말아야 할 농담
몸에 관한 이야기
지루함의 발명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