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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가만히

정명희 저 | 어크로스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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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7740434 / 284쪽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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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인증샷 찍는 대신 고요하게 머무르는 이들의 비밀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지루한 유물들의 공간이 아니라 MZ세대 성지가 되었다. BTS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화제가 된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은 명소가 되었고, 파스텔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불티나게 팔린다. 인증샷으로 요란한 와중에도 유물에 앞에서 고요하게 머무르는 이들이 있다. 유난히 집중력이 좋아서 혹은 관련 지식이 많아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물과 나,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 이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호기심이 지나간다. 사실 반가사유상이 설치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20년 동안 박물관 큐레이터로, 유물 보는 이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 저자는 말한다. 유물을 기억하고 남기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우리는 명작의 채워지지 않은 여백을 함께 채우고 있는지 모른다고. 유물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자신의 느낌을 얼마든지 갖게 할 만큼 여유롭다고. “많은 이가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가까이 둔다.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한 곳에 있되 여러 마음에 동시에 존재하는 희한한 상, 이렇게 마음속 보물은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럿이 되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보다 “느낌이 먼저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된다知則爲鎭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수집가의 안목에 대한 문인 유한준의 문장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에 의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로 번안돼 유명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어렵게 생각한다. 잘 모르는데 어떻게 ‘잘’ 감상할 수 있겠는가 자책하면서. 하지만 저자는 이 말이 가끔 오독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나머지, 알지 못하면 즐길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지레 포기하게 될 것을 염려한다. 그리고 말한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 “많은 지식을 다 알려면 나는 틀렸네”와 같은 좌절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고.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게 되는 것이며,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고 말이다. “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는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안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열린다. 대상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알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서 머물기도 하고, 이미 본 그림을 또 보러 가기도 한다.” “조선에도 인스타그램이 있었구나” 귀를 기울이면 다가오는 것들 한 점의 유물 앞에서 시간은 가보지 않은 길에서 지금 이곳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700년 전 불상에 보관된 비단에 1000명이 적은 소원을 보고 우리 시대의 발원문을 만들면 무엇이 남을까 궁금해하고(‘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장곡사 불상 발원문), 고양이를 좋아하는 공주에게 결혼하라며 잔소리하는 왕의 한글 편지에서 현실 부녀를 떠올리기도 한다(‘17세기 왕실의 한글 편지’-숙명신한첩). 그런가 하면 풀벌레, 개구리, 물고기, 개가 담긴 화첩을 넘겨보며, 조선에 인스타그램이 있었구나! 반가워하고(조선의 인스타그램- 화원 백은배의 화첩) 무릎을 닮은 연적을 바라보며 아팠던 무릎을 만지며 빨리 낫기를 바라기도 한다(‘한때 누군가의 자랑이었을’- 백자 무릎 모양 연적).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밤하늘에서 별을 이어보듯이 유물은 내 앞에 놓였던 무수한 삶과 나를 이어준다. 앞에 놓인 길을 따라 걷고, 힘들면 좀 쉬었다가 다시 다가오는 내일을 맞으라 한다. 세상에 자신을 열어놓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믿으라 한다.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는 유물이 있을 것이다” 새봄부터 눈의 계절까지 호기심의 방으로 가는 문 누군가 “그 전시 보자”라고 말 걸어올 때, 우리는 그게 좋은 것을 아껴 함께 보자는 의미라는 걸 직감한다. 혼자 보는 전시도 좋지만, 가끔 같이 보면 좋을 사람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게 나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날짜를 꼽고 기다리게 된다. 큐레이터 정명희가 좋은 전시 함께 보자며 말을 건다. “알고 있을까? 새봄에 움트는 초록 기운에서 세상을 고요히 덮어주는 눈의 계절까지 우리 앞에는 호기심의 방으로 가는 문이 놓여 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이에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이에게 같이 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며 말을 걸어보자. 박물관 문을 나올 때 그 이전과는 다른 어떤 공기가 당신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명희
저자 : 정명희
유물 앞에 오래 머무는 이들에게 눈과 마음이 간다. 누군가 바라본 유물이 그를 물들이고 내게 옮겨오는 느낌이 좋다. 각자에게 닿아 만들어질 이야기는 한 가지 톤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념 특별전 《영혼의 여정》을 비롯해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번쯤, 큐레이터》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는 유물이 있을 것이다

1부 소중한 것을 담자: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느낌이 먼저다- 화원별집
소중한 것을 담자- 은제 표주박 모양 병
100권만 꽂을 수 있는 책꽂이- 책가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온도- 모란 넝쿨무늬 청자완
파도 소리, 새의 날갯짓- 지장보살도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장곡사 불상 발원문
노래하는 사람- 신라 토우
집에 가자, 당나귀야!- 기려도
현자들의 티타임- 월남사지 삼층석탑
함께 걸을까요?- 인도 세밀화

2부 상상의 미술사- 오랜 시간을 건너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이름들
타임슬립 영화 좋아하세요?- 윤두서 자화상
사건의 재구성- 녹우당의 일제 거울
17세기 왕실의 한글 편지- 숙명신한첩
오래된 사진의 기억- 유리건판
모든 것의 시작, 서원- 고려 사경
고리타분씨는 죄가 없다- 개성 출토 피규어
영혼의 여정- 시왕도
두 가지 맛 복숭아- 감로도
덧없는 인생이라니요- 청자 베개

3부 귀를 기울이면- 만 명에게는 만 명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오월의 숲- 분청사기 자라병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함께하는 명작의 힘- 반가사유상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기를- 세한도
우리를 키운 것의 흔적- 어망추
이토록 푸른 유리잔- 천마총 유리잔
두 남자의 수다- 기마인물형 토기
우리가 지나온 길- 복희여와도
백 걸음 밖에서 과녁을 맞히는 일- 갑발

4부 다가오는 것들- 떠나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
책상에서 바라본 풍경- 산 모양 그릇
무언가의 풍경이 된다는 것- 고양이
주사위를 던지다- 고려 주사위
조선의 인스타그램- 화원 백은배의 화첩
한때 누군가의 자랑이었을- 백자 무릎 모양 연적
바다를 건너온 동전- 신안선 출토 동전
할아버지의 좌판- 황비창천이 새겨진 거울
백자 한 조각의 비밀- 청화백자 시험 번조편
큐레이터의 소울 푸드- 얼굴무늬 토기
그럴 땐 이 책상- 나무 서안
달을 따라가다- 수태고지
달리는 트랙에서 내려오는 법- 가야 집 모양 토기

에필로그- 당신 차례의 끝말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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