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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0900007 / 248쪽 12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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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질병과 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함,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책임지기 위한 측은함,
삶의 쓸쓸함과 처연함을 막기 위한 장난기,
의사에게는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논문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제적 의사’ 이낙원,
생사를 가름하는 숙명의 무게를 버티며 자신과 타인을 지켜나가는 이야기
“선생님!!” 세 글자만으로도 충분했다. 굳이 응급이라고 얘기 안 해도 마음의 준비는 저절로 된다. 나는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음식을 음식물 수거통에 통째로 뒤집어버리고 중환자실로 뛰어 내려갔다. 나와 간호사 서너 명이 달려들어 십여 분간 심폐소생술을 하니 환자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의심되어 음압실에 입원한 환자여서 보호복을 갖추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인데, 모두가 마스크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심장이 멎은 환자 앞에서 입는 데만 몇 분이 소요되는 보호복이란 얼마나 사치인가. 그 와중에 나는 마스크 두 개를 겹쳐 끼는 노련함을 발휘했지만, 심폐소생술 중에 마스크가 고정이 안 되어 시야를 가리는 통에 하나를 벗어버리고 말았다. 간호사들의 머리는 땀에 젖어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멋있었다. 땀이 때로는 가장 멋진 액세서리가 될 수 있다. 그나저나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감염병 환자에게 모두가 노출된 상황이니, 환자의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보고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간호사 한 명이 물었다.
“선생님, 우리 다 격리되는 건가요?”
“격리 정도가 아니고, 우린 이미 다 걸린 거야.”
-본문 중에서
똑같은 삶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처연한 생존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발랄한 예술’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될지는 삶의 주체인 당사자의 결정이다. 가운, 방호복, 병동 등 차가운 ‘흰 색’으로 점철된 장소에 발랄한 의연함을 가득 채운 기록, 이 책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에는 코로나19가 지나간 의료 현장의 선득한 풍경과 스펙터클한 분투의 전경이 진지함과 측은함만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의사’라는 전문가인 동시에 공통의 일상 생활자로서 삶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 터져 나오는 낙담과 절망과 매너리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자신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고 위로해줄 누군가가 또는 무언가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며 삶을 돌보고 지켜나가는 이야기들을 따뜻하고 편안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환자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만난 것이 나쁜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될 때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필 나를 만나 병세가 나빠진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급습하는데, 매번 그 책임감을 능히 당해낼 수 없어 귀퉁이 닳은 전공서를 다시 뒤적이게 되고 다른 선택지는 과연 없었을지 반추를 거듭한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식으로 무장한 ‘자신감’이 있더라도 사람의 몸이 기계가 아니듯 고장 나면 설명서대로 갈아 끼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약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 밖의 사건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책임감을 져야 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의사의 숙명을 결정 짓는다.
그런데 이 의사의 숙명에 대한 저자의 응수는 기발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저자는 의사라면 마땅히 질병과 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함,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측은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하나, 유머와 장난기를 지녀야 한다고 제법 곧은 어조로 말하고 있다. 장난기 없는 진지함만 가지고서는, 장난기 없는 측은함만을 가지고서는 삶은 처연해질 수밖에 없기에 슬픔과 고통으로 삶이 뒤덮이기 전에 비어 있는 공간, 비어 있는 순간을 기어코 찾아내 사랑와 회복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가워진 가슴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진료실의 기쁨과 슬픔이 담긴 40편의 기록들
저자가 역설하는 의사의 덕목 중 하나는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따뜻한 선생님’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다. 필요할 때 자가 냉각기를 가동시키고, 자신의 눈빛과 얼굴의 온도를 떨어뜨려 차가움을 만들어낼 줄 아는 것인데, 과정의 차가움이 더 따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저자의 태도는 환자와 그들의 삶을 대하는 자신의 심성이 강퍅해지지 않도록 얼마나 이성과 감정을 컨트롤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세 명의 사망진단서를 이렇게 편안히 앉아서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내려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기묘한 성찰과 함께 마치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에 앉아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처럼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기도 하지만, 의사가 정신을 다잡아야 두려움과 불안에 휘둘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소신으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환자와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임을 깨닫게 하고야 만다.
인간적 존중이 통계적 수치에 매몰되지 않도록, 쓸쓸한 병원 안팎의 풍경을 가능한 한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깔로 칠할 수 있도록, 삶과 죽음의 고통스러운 흔적을 세세하게 듣고 근사하게 써내려갈 수 있도록 저자는 진료실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갔다. 생존을 위한 호흡 같은 ‘진료실의 글쓰기’는 기쁨과 슬픔이 얽히고설킨 40편의 기록물이 되었고, 이 이야기들은 헛되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일상에 무엇보다 강력한 진동을 일으키고, 회복에의 의지를 생성케 하기엔 충분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마스크 밖으로 청진기 밖으로 흘러넘친 사랑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공간과 사건 속에서 ‘의사’의 시선을 빌려 자신와 타인의 이야기들을 부지런히 옮긴 이 책을 통해 힘들어서 곧 넘어질 것 같은 사람, 뭐라도 붙들고 일어나야 하는 사람, 직종에 관계 없이 ‘충분히 지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뜨거운 격려를 받아안을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
과거에도 그렇지만 특히 코로나19 시대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순전히 의사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일하는 것일까, 하는 작은 호기심으로 읽었다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슬픔과 고통이 가득한 공간, 예민하고 날 설 수밖에 없는 환경 가운데 그들은 늘 머물러 있다. 생과 사를 오가는 공간에서 애도하며 반성하지만, 때로는 웃음기가 번질 수 있는 곳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길 바란다. 병원 안팎의 풍경 묘사와 삶에 관한 진심 어린 고찰은 드라마나 소설 못지않게 큰 몰입도를 더할 테니 말이다.
-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국내 1호 뉴미디어 콘텐츠 디렉터,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저자
들어가는 말_ 의사는 되어가는 것입니다
1 의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어쩌다 내과의사
병원은 내 속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
스스로 차가워지기
측은한 청진기
분별 있게 화내기
무료한 ‘방 생활’을 버티는 법
감정의 시소 플레이어
차가워진 가슴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2 의사의 일상, 환자의 비일상
감정의 불시착
기댈 수 있는 작은 언덕
마지막 안부
환자의 시간, 의료진의 시간
쫄깃쫄깃한 힘
‘흰’으로 돌아가다
환자의 멋
든든한 맛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모순
3 논문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의사
의사는 무얼 먹고 사는가
의사가 있어야 할 곳
내면에서 뛰쳐나온 기쁨
호기심으로 공부하기
말랑한 정신에 유머가 깃든다
의사의 진로
감정의 청진기
소설 읽는 의사
4 ‘위드 코로나’ 의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백신 접종실의 루틴
불안 바이러스
격리된 나날
지구전이다
누를 수 없는 버튼
어떻게 벗느냐
격리되지 않는 마음
눈이 뻑뻑한 가을을 기다리며
위드 코로나, 위드 마스크, 위드 스마일
유전자의 바다
한 줄로 쓰기엔 아까운
길 잃은 슬픔
극도의 긴장
미안하다, 한 명만 더!
맺음말_ 나는 의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