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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9848 / 28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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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어려운 이원석 소설 속 인물들은 단 한 번이라도 ‘사람’이 되기를, ‘거기, 그곳에 그 자체’로 있어보기를 소망한다. 이해가 아닌 오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척’하지 않고 살아보기를 원한다. 그 모습이 아주 가까운 단 한 사람에게조차 나를 보여주지 못하는 ‘나’ 같고 ‘우리’ 같아서, 나는 이 책을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정현(소설가) 이원석의 소설에서 소진된 자들은 결국 실패하고 사라진다. 그렇지만 소진된 자는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고 더는 가능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에서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중첩 상태를 관측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실패를 이야기하는 일은 가까스로 성공할 수도 있다. 이소(문학평론가) 빛바랜 신뢰 속에서 끊어지는 관계 『까마귀 클럽』 속 인물들은 곧잘 여행을 떠난다. 위태로워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혹은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마주 앉아 일정을 의논하고 집을 나선다. 그렇지만 이 여행들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이미 서로의 웃음과 울음에 아무런 힘을 보탤 수 없는 사이”에서 떠난 여행은 자신이 상대방을 믿기는커녕 “믿음조차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이기 때문이다(「오늘의 시가」). 이는 여행을 둘러싸고 인물들이 원하는 바가 대립되는 장면에서 도드라진다. 「없는 사람」에서 “안전하게 쉬다 올 수 있는 곳”을 찾는 ‘너’와 그것을 여행의 “전혀 다른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대화가 그렇다. 나에게 그것은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다소 “이해할 수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믿을 수 없”는 변덕처럼 취급된다. 이러한 불화는 「오늘의 시가」에서도 반복된다. 관광객들이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설치해놓은 울타리를 보며 “안전하라고.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라고 말하는 연인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곳은 “바다가 유명한 도시고 바다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기에 멀찌감치 쳐놓은 울타리와 그것을 긍정하는 연인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연인이 오래 앓아온 병으로 “온몸이 쥐어짜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얼마 살지 못한다”고 털어놓은 고백 역시 화자가 믿지 못하는 정황과 맞물린다. 이처럼 이원석은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균열이 서서히 불신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계의 끝은 애정과 배려가 고갈된 시점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믿음이 퇴색된 순간에 이미 벌어졌음을 묘사한다. 안방을 나서면서 안쪽을 살폈다. 그렇게 어둡지도 않았는데 네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게 이상해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서니 네가 그대로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시선도 고개도 움직이지 않은 채. 나는 분명히 사라졌던 네가 무서웠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네 모습이 두려웠다. (「없는 사람」, p. 37)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음의 조각들 「건너편의 기도」는 죽은 ‘너’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이야기다. 오래전에 헤어진 너를 생각할 때마다 함께 발견했고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운석’의 존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인을 앞두고 잠시 들른 너의 집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대로다. 네가 없는 그곳에서 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원목 책상 위에 놓인 돌멩이”를 목도한다. 그제야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고집이라곤 부려본 적도 없는 네가 왜 그렇게까지 운석을 주우려고 했는지. 왜 나를 꼭 데려가려고 했었는지. 우리끼리 믿자. 같이 믿자. 그 말을 하기 위해 네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으로 보냈을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네가 나를 얼마나 아꼈는지. (p. 104) 이처럼 이원석은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관계에서도 여전히 무엇인가 잔존해 있음을 드러낸다. 그것이 비록 “아주 작고. 단단하고. 여기저기 모난” 형태일지언정 분명하게 “반짝이고 있”으리라 여긴다. “언제나처럼 그냥, 거기에 있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러므로 『까마귀 클럽』은 불가해한 결렬뿐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을 통해 관계의 지속 가능성 또한 짚어낸다. 한때 ‘우리’였던 이들에게는 “아무리 깨지거나 망가져도 사라지는 법이 없”(「완공」)는 마음이 있다고, 그것이 진정 가능하길 바라는 열망으로 빛을 발한다. 순간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기도를 하고 싶다는 마음. [……] 그날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기도를 마친 후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무언가가 변하지도 않았다. 알 수 없는 것을 모르는 채로, 모를 수 없는 것을 아는 채로. 그 후로도 나는 그렇게 살았다. 그것이 내가 살면서 해본 첫 기도였다. (「건너편의 기도」, p. 94) 책 속으로 나는 모르겠어. 내가 곧 결혼을 하는 것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중에서 나를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게 뭐야? 그런 게 나를 없앨 수도 있는 거야? 아무것도 나를 없앨 수는 없잖아. 내가 거기 있는 이상 거기는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닌 거잖아. 아무도 없는 곳에 있어본 적 있어? 그런 적이 있느냐고. ―「없는 사람」 나는 별의 손을 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다시 무너질 것 같아 별의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별은 온화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은 자신의 손에 힘을 줬다. 맞잡은 별의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같이 흔들리니 어쩐지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 ―「까마귀 클럽」 있잖아, 그때 나는 정말 좋았어. 구할 수 없는 책을 구해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기 위해 네가 지나쳐온 과정들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조금도 생략하지 않고 나에게 말해주는 그 모습 때문에. 그리고 그런 고생을 다음에는 함께하자고 말해준 것 때문에. ―「두번째 절」 우리는 좀더 우리여야 해.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까마귀 클럽
건너편의 기도
완공(完工)
오늘의 시가
두번째 절
무덤 밖으로
있는 사람
해설·있으면서 없는 사람·이소
작가의 말
추천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