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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859157 / 200쪽 124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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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랑에 나는 빚진 자입니다” 최문자 시의 꽃과 잎과 뿌리 시인은 자신이 “해가 지고 있는 저녁”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붉은 저녁”을 그는 “많은 기억을 품은 채 말없이 걸어가고” 있다. 산문집에서 그는 이 기억을 따라 그의 시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따라 내려간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시인의 내면에서 무한히 다른 부분들과 작용하며, “매복하고 기다리고 침묵시키고 시를 쓰게 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이므로.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기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가 시에서 호명하는 대상이 무엇이건, 이는 무의식 속 기억이 그려나간 궤적에 의해 “깊은 곳에서 서로 붙잡고 뻗어나가며 위로 뚫고 오르는 그 무엇”, 그리하여 뿌리로부터 샘솟은 어느 이름이기 때문이다. 산문 속에 투영된 그의 시선, 그의 기억이 품고 있는 “작고 섬세한 기미들”은 하나같이 눈앞에 선뜻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하나의 시가 된다. 시인의 시「껍질의 사랑」은 그의 어머니가 혼잣말로 하던 “에미는 네 껍질이야”라는 말과 하나의 메아리로 연결된다. 여기에는 그가 6·25 전쟁의 혼란 속 오빠의 손을 놓치는 바람에 잠시 고아가 되어 생활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그를 되찾은 어머니가 보여준 애절한 사랑, 그리고 어머니라는 그 단단한 “껍데기”가 떨어져나간 후 다시 굳은살이 박이기까지의 아팠던 기억 역시 담겨 있다. “양 치는 목동의 눈이 수 킬로미터 밖 산밑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의 마릿수까지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는 건 시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평소 양떼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같은 시력을 가지고 같은 지점에 서 있어도 보이는 것이 다른 것은 그동안 사랑해왔던 시간과 관련이 있다.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집착하는 것이 시인의 시선이라면, 그 시선은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말미암은 것일 테다. 산문집에서 만나는 최문자 시인은 “부드러워도 할 것 다 해내는 경직되지 않은” 총장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너른 시야를 가진 교육자가 되는 것이 시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여기며 협성대 총장직을 역임한 그는 그동안 수많은 젊은 이파리들을 세심히 보고 피워냈다. “잎으로 사는 것은 이렇게 많이 어둡고, 많이 중얼거리고, 많이 울먹이다 비쩍 마르”는 것임을, “길고긴 목마름의 시간도 온몸이 찌그러지는 위축증의 시간도 참아내야” 한다는 걸 아는 시인이기에 젊은 청춘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한다. “삶의 꼭 한 부분 푸르러야 하는 절정 앞에서”, 스러지지 않기 위해 “뿌리보다 더 괴로”워하며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보고 시인은 “시들 것 같지 않은 잎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시 속, 궂은 자리에서 고개를 내민 작은 풀꽃들과 같은 존재들이다. “흉터도 시의 기척으로 읽어주기를” 그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어린잎뿐만이 아니다. 그의 시 「닿고 싶은 곳」에 등장하는, 한쪽을 향해 구부러진 채 죽은 나무 역시 그의 시선 끝에 자리한다. 시인은 그 나무를 통해 그 너머의 무언가를, “슬픈 쪽을 향해 둥글게 등을 구부리거나 다리를 오그리고 뭔가 죽도록 바라보다 마음이 먼저 상해 하얗게 죽은” “슬픔의 하중을 받으면 갈수록 허약해지다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존재들을 보았다고 책 속에서 고백한다. 누구나 바라보고 싶은 대상이 있다. 거기에 닿고 싶어 하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러다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걸음은 멈춰지고 더는 갈 수 없을 때, ‘닿고 싶은 곳’은 ‘슬픈 쪽’으로 바뀐다. 그러면서도 쓰러지는 순간까지 그쪽을 오래 바라본다. 결국은 슬픈 쪽, 그쪽으로 쓰러진다. _194~195쪽 어찌할 수 없는 중력에 마침내 쓰러지는 순간, 그 힘에 인위적으로 맞서기보다 다만 ‘닿고 싶은 곳’이었던 ‘슬픈 쪽’을 마주본 채 쓰러지기를. 이런 소망을 가진 시인에게 “사랑은 온 힘으로 살아내는 중력”이다. 온 힘을 다해 ‘슬픈 쪽’을 향해 쓰러진 나무의 형상은 겸허하며, 사랑이 그 몸에 남긴 흉터는 시가 된다. 최문자 시인이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사랑 앞에 썼다는 산문집이다. 표지로 삼은 오딜롱 르동의 작품 속 여인의 시선 끝에 꽃이 있듯이, 시인의 시선 끝, ‘닿고 싶은 곳’에도 색색의 고운 시들이 피어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꽃들의 꽃말은 모두 사랑이 아닐까. 가끔 상처 난 곳을 들여다봅니다. 흉터는 신비한 곳이지요. 제자리로 못 돌아가는 살점들이 굳어 있었죠. 무섭게, 고요하게 종이처럼 접히기도 하고 변형,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흉터만큼 강력한 침묵 지대가 있을까요? 쓰고 싶어도 답장할 수 없는 곳입니다. 짧은 사랑인지 영원한 이별인지 어둠의 고백인지 위험한 일을 저지르다 멈춘 곳인지, 이 책을 쓰며 달랬지요. 흉터도 시의 기척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말_사랑에 나는 빚진 자입니다·004
1부
푸르게, 불행은 날개를 단다
불편한 여자·012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한 번도 내가 꽃피지 않는 것·018
빵은 시보다 접시를 깊게 포옹하고 있다·021
버티고Vertigo·024
지울까, 지워질까다·028
쪼가·031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다·034
짐작은 가끔 맞지만 자주 틀린다· 042
너 정말 괜찮으냐고 물었다·044
그때는 정말 뿌리를 부르게 된다·047
배꽃과 총장·054
제 청춘은 왜 이리 희미합니까?·058
그것이 꽃구경이었을까?·063
슬프네, 슬프네 하면서……·066
푸른 고통·071
혹시 사랑이라 해도 사랑을 발굴하지 않았다·074
시의 발소리·076
2부
시는 비밀을 어떻게 품고 있는가?
유년·080
밤의 경험·086
시인들의 보는 법·095
말, 소리, 빛깔·098
시와 비밀·102
학생들에게 언제나 없는 세계를 가르쳤다·105
사과·108
옥수수·112
은초垠草·115
인간은 너무 많은 기억을 죽여왔다 ·118
눈먼 자들의 회의·122
친구·126
페르소나Persona·128
향·132
그대는 흙이니라·135
조장·138
0의 얼굴·142
보랏빛 공포·144
금요일·148
3부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허기는 언제나 위험하다·152
그날, 오래도록 옻나무밭에 서 있었다·154
5분·156
괴물·158
사과가 지구다·162
에미는 네 껍질이야·165
모두 곡선이었다·168
문·170
의자·173
연탄과 시인·176
나는 없겠네·179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182
나무가 손목을 끌어다 집에 데려다줄 것이다·185
나는 엄청 빚진 자였다·188
예스와 노 사이의 무수한 점·192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194
오늘은 시를 쓰려고 애쓰지 않았다·1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