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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4701 / 152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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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가 손을 잡고 원을 이룰 때 피어나는 빛 고통의 세계 속에서 발명한 원주의 방식 조온윤의 시를 읽다보면 인간의 ‘손’이 그리는 선함의 풍경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손은 넘어진 이를 부축하고 떨고 있는 이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인간이 서로를 연결해 원을 이루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맞잡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원 속에서 “내 왼손을 잡은 사람과/내 오른손을 잡은 사람이 손을 놓지 않으며/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줄 때”(「주변인」) 시인은 손이야말로 인간 안의 한줄기 선량함의 증거이며 교감과 공존의 바탕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시간의 횡포에 무릎 꿇고 권태의 칼날에 찔리면서도”(추천사) 타인을 향해 뻗는 손만큼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손의 윤리에 동참하는 것이 삶을 좀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 또한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혼자의 슬픔을 어르기 위해 가장 먼저 내미는 것도 바로 ‘손’이고, “죽은 듯이 보내던 인고의 시간”(「콘크리트 산책법」)을 통과해 우리 앞에 도착한 시인의 손은 이제 “햇볕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말리는 고즈넉한 시간”(해설)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햇볕 쬐기』는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무사히 고통의 세계를 건너기 위한 조온윤식 방법론이다. “모두가 조금씩만 아파주면/한 사람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으며 “한 사람을 위해 팔을 꺾”어 “포옹”(「원주율」)의 원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시인은 ‘혼자 살아남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를 성실하게 꿈꾼다. 그 곧고 진실한 마음을 따라 원을 이룰 때, 그렇게 “슬픔 다음에 올 것”(「검은 돌 흰 돌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새롭게 피어나는 빛이 있다. 이 눈부신 빛이 다른 곳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 우리로부터 비롯되는 ‘햇빛’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시집을 덮을 때쯤 찾아온다. “눈을 감게 하지만 손을 더듬어/다른 손을 찾게도”(「백야행」)하는 빛 덕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더욱 꽉 잡게 될 것임을,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고 전해지는 온기는 우리가 서로를 더 가까이 보듬도록 도울 것임을 『햇볕 쬐기』는 나직하게 전하고 있다. 책 속에서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날개뼈? 전문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 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 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 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묵시? 부분 네모난 빛 속에서 나의 오늘은 말라갑니다 혼자서만 휴일을 맞는 내가 가여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로움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언젠가는 월요일이 올까요 나는 창세를 기다리는 풍경화입니다 ―?휴일? 부분 환한 빛에 관한 일이라면 잘 알 수 있다 빛은 눈을 뜨게 하지만 눈을 멀게도 하지 빛은 눈을 감게 하지만 손을 더듬어 다른 손을 찾게도 한다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꿈에서는 그 손이 빛이었구나 그 빛을 잡아보려고 우리는 오래도 헤매었구나 ―?백야행? 부분 시간은 부서지기 위해 지어지고 지어지기 위해 부서지는 모래성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종점까지 걸었다 종점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끝까지 걷게 했다 잠시 무너지고 나면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콘크리트 산책법? 부분 슬픔을 정원처럼 가꿀 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없어 그들의 멋진 텃밭과 저녁마다 피는 웃음을 가진 적 없어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끼리 주변을 만들고 있으니까 (…) 지금 내 왼손을 잡은 사람과 내 오른손을 잡은 사람이 손을 놓지 않으며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줄 때 내 주변에 있는 모두와 내 주변에 없는 모두의 궤도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더이상 나는 바깥에 있지 않았다 ―?주변인? 부분 걸어가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하염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가지 대답을 만나고 싶었지 (…) 이봐,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자 하는 거지? 삶이 아니면 배고픈 일이 없고 삶이 아니면 싸우는 일이 없고 삶이 아니면 슬퍼하는 일 하나 없다 그런데 왜 아직도 대답을 내놓지 않는 거지? ―?공복 산책? 부분
제1부 날개뼈/묵시/휴일/중심 잡기/원주율/그림자 숲/빛과 산책/단체 관람/다른 차원에서 만나요/토르소/회심 제2부 그림자 무사/더빙/사랑의 기원/불행 연습/증후군/반려식물/유리 행성/끝과 끝/백야행/콘크리트 산책법 제3부 공통점/오존주의보/적정 온도/계절 산책/시간의 바다/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강 가에서/주변인/연소 시계 제4부 검은 돌 흰 돌의 시간/세계관/시월의 유령들/밤의 마피아/밤도 밖도 밝던/계단의 방향/파수꾼/귤 제5부 별/먼 곳/십오행/십오행을 쓰기 위하여/낫 크리스천의 아침 식사/공복 산책/설인/무족영원 해설|나희덕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