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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251508 / 260쪽 130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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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목소리를 발견한다는 것
빈 지면에 채워 나간 나의 목소리
윌리엄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언어 장애를 겪지만 사려 깊은 언어 치료사 파킨슨 부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에 깃든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발견한다. 《빈 일기》는 저자가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과정을 그려 내는 한편. 섹슈얼리티, 임신중단, 사랑, 결혼, 환경, 교육, 정치, 종교 등 까다롭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채워 나간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증조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집안 여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침묵으로(“르완다에서는 한 사람의 침묵이 사자의 으르렁거림으로 들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혹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목소리를 주었는지 보여 주는 일화들이 흥미롭다.
“어머니는 살아 있을 때도, 죽어 있을 때도, 자신의 목소리를 억누름으로써 내게 목소리를 주었다. 어머니는 대체로 조용하고 우아한 제스처를 통해 말했다. 편지 한 통. 밥 한 끼. 함께하는 산책.
반면, 미미(할머니)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내게 목소리를 주었다. 직접적으로, 정직하게, 그리고 때때로 충격적으로. 브룩과 내가 결혼하려고 한다고 미미에게 말하러 갔을 때 미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멋지구나! 그리고 잘 안 풀리면 언제든 이혼하면 돼.”
이 책은 5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4라는 숫자는 저자의 어머니 다이앤 딕슨 템페스트가 세상을 떠날 때의 나이이자, 《빈 일기》를 쓰기 시작한 시점의 저자 나이이다. 마치 각기 다른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54개의 장은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이자, 목소리에 관한 절묘한 산문시로 혹은 가부장적 종교와 문화에 저항하는 파격적인 선언으로도 읽힌다. 저자는 침묵으로 채워진 어머니의 일기장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힘으로써 빈 지면을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낸다.
새를 향한 사랑에서 반핵운동까지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다”
템페스트 일가의 여자들, 어머니와 두 할머니, 그리고 여섯 명의 숙모, 이모, 고모는 모두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술을 받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비극이 네바다의 핵실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반핵운동에 투신한다. 이러한 신념의 바탕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품게 된 새를 비롯한 다른 생물을 향한 사랑, 사막과 황무지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깔려 있다. 유타의 자연은 윌리엄에게 “그 어떤 종교의 교리보다 믿음직”한 가르침을 주었고, “그 자체로 진실을 내장한 개인적인 우주”였다.
이 책의 원제는 ‘When Women Were Birds(여자들이 새였을 때)’이다. 저자는 새들에게서 “목소리와 관련한 최초의 개인 지도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새에 조예가 깊었던 할머니와의 따뜻한 일화, 무아지경으로 빠져들던 야생 탐조 경험들, 새에 관한 아름다운 언어들…… 모든 페이지마다 날갯짓 소리가 속살거린다. 저자는 “하늘과 땅을 잇는” 새의 이미지를 자신의 집안 여자들에게 투영함으로써 그들을 “유방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로 명명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이미지가 나로 하여금 우리 집안 여자들을 유방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로 이해하게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로 남기를 선택했다. “나는 날개 달린 여자이다.” 한때 나는 이렇게 썼고 이제는 이 말들을 수정할 것이다. “나는 날개 달린 다른 여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날개 달린 여자이다.”
한 사람에 대해 말하기가 한 세계에 대해 말하기로
이야기가 품은 힘과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왜 있는 걸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게 하려고.”
저자의 가족은 하나같이 이야기꾼이었다. 어머니는 일기장에 단어 하나 쓰지 않았지만, 수많은 편지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글을 남겼다. 할머니는 현장 도감을 일기장으로 삼아 자연에서 발견한 비밀과 전율을 꼼꼼히 기록했다. 증조할머니는 임신한 채 말을 타고 국경을 넘은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해 주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필경사였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된다. 저자는 자신의 가계에 포함된 여자들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리더십으로 아프리카를 변화시킨 왕가리 마타이, 여자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은밀한 언어 ‘누슈’의 마지막 사용자 양 후아니 등 “태어난 곳의 제약을 초월해 멀리 걷는 여자들”에게 지면을 할애한다.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는 이 책 《빈 일기》와 관련한 록산 게이와의 인터뷰에서 “회고록라는 장르를 쓸 때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경계를 어떻게 정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것이 사라지고 개인적인 것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사적인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지만, 개인적인 것은 인간이 되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사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변환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하는 일일 것이다. 어머니가 저자에게 물려준 “텅 빈 지면”은 풍부한 은유와 흥미로운 역설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야기가 부여될 때 혼자만의 일기는 모두의 것으로 확장된다. 《빈 일기》는 침묵에 이야기를 부여할 때 일어나는 “투명한 폭발”의 강렬한 여운을 독자들에게 남길 것이다.
1~54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